▲봉선화 꽃물이 첫눈이 올 때까지 남아 있으면... 첫사랑이 이뤄 진다지요.
송유미
늘 아기자기한 화단 같은 텃밭을 지나다니면서 궁금했지요. 누가 이렇게 예쁘게 고추와 토란을 색깔 맞추어 말릴까. 필시 새댁이겠지 상상했어요. 세탁소 옷걸이에다 노끈까지 색깔을 맞추어서 너무 미술적이라, 이 주인공이 누굴까 궁금했는데, 아니 분홍티를 입은 소녀 같이 봉숭화 꽃물들인 듯, 화사한 웃음의 할머니의 솜씨였습니다.
애련한 주홍빛 꽃빛을 내 뿜는 봉선화에는 슬픈 전설이 깃들여 있다지요. 아주 먼 옛날 꿈에 선녀(仙女)로부터 봉황(鳳凰)을 받는 태몽을 꾼 후에 낳은 딸이라 해서 봉선(鳳仙)이라고 지었는데, 이 아이는 어렸을 때부터 아 글쎄 거문고 연주 솜씨가 뛰어나 그 소문이 임금님의 귀에까지 들어갔답니다. 임금님은 봉선의 거문고 연주에 늘 행복해 했어요.
그런데 깊은 병에 걸리자, 봉선은 마지막 힘을 다해 거문고를 연주하다가 손끝에서 피가 나오는데도 연주는 그치지 않아, 임금님이 손수 봉선의 손가락을 천으로 감싸 주었으나 결국 죽고, 그 무덤에서 피어난 꽃이 바로 봉선화라고 하네요. 그래서 옛날 언니들은 봉선화물 들인 손톱 끝에 꽃물이 남아 있으면, 첫사랑이 이뤄진다고 믿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