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럭분교 운동장운동장에 파랗게 잔디가 깔려있다. 아이들에게 그늘이 되어주려는 듯이 팽나무가 가지를 넓게 펼치고 있다.
장태욱
전소된 학교는 1950년 6월에 복구되었고 그후 1954년 6월에 학교 이름이 '더럭국민학교'로 바뀌었다. 이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살고 있는 마을이 애월읍 '상가리'와 '하가리'인데 이 두 마을이 이전에는 '더럭리'라는 한 마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이 두 마을의 인구가 감소하면서 '더럭국민학교'는 10여 년 전 '애월초등학교 더럭분교'로 바뀌었다.
학교 선생님들의 양해를 구한 후에 학교를 탐방했다.
분교이기 때문에 교장선생님(김영규)은 본교인 애월초등학교에서 근무하고 이 학교에는 김애자 분교장과 이완구 선생님, 최이순 선생님 등 세 분과 조리사님 주사님 등 총 다섯 분이 근무하고 있다. 그리고 운이 좋았는지 학교를 방문한 시간에 영어수업을 진행하는 원어민 선생님도 와 있었다.
내가 방문한 날은 연구수업 예정일이 얼마 안 남은 때여서 선생님들이 손님 맞을 준비로 한창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김애자 분교장과 이완국 선생님이 바쁜 와중에도 학교에 대해 자세히 소개해주었다.
이 학교에는 1학년이 5명, 2학년 3명, 3학년 7명, 4학년 2명, 5학년 7명, 6학년 4명 등 총 28명의 아이들이 다니고 있었다. 세 분 선생님이 6개 학년을 가르치기 위해 1학년과 5학년을 한 반으로, 2학년과 3학년을 한 반으로, 4학년과 6학년을 한 반으로 묶어서 복식으로 수업을 진행한다고 했다.
도시의 다른 학교의 아이들과 이 학교 아이들이 두드러지게 다른 면이 있는지 궁금했는데 김애자 선생님은 '놀이가 다르고 자연을 대하는 방식이 다르다'고 했다. 놀 수 있는 공간이 넓다보니 도시의 아이들과 달리 흙을 밟고 뛰어노는 시간이 많다고 했다. 그래서 아이들이 대체로 건강하다고 했다.
이 학교 잔디 운동장 양 끝에는 축구 골대가 세워져 있다. 아이들 28명 중 여학생이 절반이 넘어 축구를 할 팀이 만들어질지 궁금했는데 재미있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축구를 하기 위해서는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남녀 전교생이 모두 모여야한다고 했다. 그러다보니 여학생들도 남학생 못지않게 축구를 잘하게 되고 자신이 빠지면 팀이 만들어지지 않을 수도 있으니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다고 했다.
학생 수가 적다는 점이 아이들에게 좋은 환경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다른 여러 면에서도 발견했다. 수학여행을 갈 때도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모두 같이 가게 되고, 가을 운동회를 할 때에도 모든 아이들이 참가하기 때문에 훨씬 재미있는 운동회가 된다고 했다. 그런 활동 속에서 참여의지가 자라고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이 저절로 만들어진다고 했다.
이런 학교에 근무하는 선생님들은 자신의 위치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리고 있는지 궁금했다. 죄송함을 무릅쓰고 '혹시 좌천된 심정으로 근무하시는 것은 아닌지' 여쭸는데 김애자 선생님이 환히 웃으면서 대답했다.
"이완국 선생님은 이 학교에 온 첫날 '바로 이 자리가 내 자리구나'라고 했답니다. 분교는 규모가 큰 학교와는 전혀 다른 마음가짐으로 근무해야합니다. 교사가 자신의 재량을 발휘할 여지가 많기 때문에 마음만 있으면 아이들에게 참 많은 것을 해 줄 수 있는 곳이죠. 그런데 반대로 여기서 몇 년 푹 쉬다가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학교는 빛을 잃고 아이들은 망가지는 겁니다. 분교는 관심과 열정만 있으면 교사로서 긍지와 보람을 얻을 수 있는 곳입니다."김애자 선생님은 상담에 관심과 재능이 있어서 아이들의 가정형편을 파악하고 아이들이 씩씩하게 자랄 수 있도록 격려해 주는 역할을 주로 담당한다고 했다. 그리고 이완국 선생님은 아이들과 어울리고 활동하는 일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고 했다.
최이순 순생님은 올해 처음으로 교사 발령을 받은 초보 교사다. 최 선생님은 선배 선생님들의 열정을 배울 수 있는 좋은 환경에서 교사 생활을 시작하게 되어 무척 행복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