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책은 수십종씩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쉽게 손길이 가는 책은 없다. 전문가, 언론, 출판사, 서점들은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고 아우성이고, 독자들은 읽을만한 책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신문은 주말판에 그 주에 나온 책을 소개한다. 좋은 책이라 생각하고 막상 손에 들어보지만 사람들은 책을 사서 읽는 경우는 별로 없다. 일년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책값으로 지불하는 액수가 만원 안팎이라는 것은 분명 심각하다.
치열한 사상과 이념, 지적 호기심을 상실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럴 때 좋은 책들을 소개한 모음집이라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그런 책모음집이 좋다는 것은 아니지만 정말 좋은 책들을 소개한 모음집이라면 손이 갈 수밖에 없다.
책세상은 2000년 4월 탁석산의 <한국의 정체성>을 시작으로 <책세상문고 우리시대>를 시리즈로 내놓았다. 100권 출간을 기념하여 <20대에 읽어야 할 한 권의 책>을 내놓았다.
우리시대 저자가 소개한 책이다. <책세상 문고 우리시대> 저자들은 소장파들이다. 그들은 현실과 이상의 괴리, 전문가와 대중 사이, 학문 세계와 현실 사이에서 고민했다. 고민했던 그들이 자신들의 사상과 이념의 족적을 형성하게 했던 책들을 소개한다. 총 77권을 담았다.
조너선 스위프트 <걸리버 여행기 > 우에노 치즈코.<경계에서 말한다>, 마르크스 <경제학-철학 수고>, 정진홍 <경험과 기억 >H. G. 크릴 <공자> 신시아 프리랜드 <과연 그것이 미술일까?>, 니콜로 마키아벨리 <군주론>, 캐럴 페이트먼 <남과 여, 은폐된 성적 계약>, 리영희.임헌영 <대화 - 한 지식인의 삶과 사상>, 마크 롤랜즈 <동물의 역습>, 에드워드 사이드 <문화와 제국주의>, 카를 마르크스<자본>, 딜런 에반스<진화심리학> 등등
소개한 책들의 면면을 보면, 정치, 경제, 문화, 사회 모든 면을 다 다루고 있다. 그 중에 에드워드 사이드<문화와 제국주의>는 내게 가장 큰 감동을 주었다.
"한 가지 놀라운 것은, 야만인들에게 문명을 가져다 준다는 유럽인들의 생각, 또 그들이 잘못을 범했을 때나 반항적일 때 '그들이' '우리와는 달리' 힘이나 폭력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을 처벌해야만 되고 때로는 매를 때리고 때로는 죽여야 된다는, 그래서 그들은 지배받아 마땅하다는 서구인들의 상투적인 생각들이다."(본문 171쪽)
문화제국주의는 서구만의 시각이 아니다. 우리도 이 시각을 가지고 있다. 아프리카를 천시하는 저변에는 서구문화와 문명은 우월하고, 아프리카 문화는 천하다는 것이다. 아마존과 아프리카의 현대문명과 떨어진 부족과 민족을 찾아갈 때 우리 시각은 여실히 드러난다. 그들을 미개한 족속으로 생각하기에 개화시켜야 하며 그 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온갖 폭력을 행사한다. 그 폭력은 정당하다.
요즘 20대는 과연 책을 읽지 않는 것일까? 왜 그들은 20대에 읽어야 할 한 권의 책이라고 했을까? 이런 책을 소개하면 비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20대는 미래를 설계하는 나이다. 자본이 지배하는 시대, 현실 여건이 과거보다는 더 치열했기 때문에 이런 책들을 읽을 이유가 없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20대에 사상과 이념의 치열한 논쟁과 싸움이 없다면 30대, 40대에는 더욱 어렵다, 20대는 자기 혼자 몸만 추스리면 된다. 그러나 30-40대는 아니다.
지적 호기심과 사상과 이념의 치열함을 20대에 보낼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이런 축복을 앗아가버린 오늘의 현실이 정말 안타깝다. 하지만 20대에 다른 인생을 살고싶지 않은가? 자본에 매여, 젊음의 때를 자본의 노예가 아니라 사상과 이념 지적호기심으로 치열한 인생을 살아가고 싶지 않은가? 77권이 인생 전부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77권도 읽지 못하고 인생을 살아간다면 삶의 장막을 거둘 때에 허망하지 않을까? 20대를 지났더라도 한 번 도전해봄이 좋을 정도로 소개된 77권은 다시 한 번 인생의 치열함을 살고싶은 이 시대 30-40대에게도 좋다. 20대 그 치열함을 반추해보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20대에 읽어야 할 한 권의 책>
2007.10.07 13:18 | ⓒ 2007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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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에 읽어야 할 한 권의 책
김영건. 김용우 엮음,
책세상,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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