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상여가 화려해 보이지 않는 까닭은?

한학자 이학용 선생의 화려하면서도 화려하지 않는 꽃상여를 보면서

등록 2007.10.11 19:20수정 2007.10.12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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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망산천 가는길. 지난 10일 전남 영광군 홍농읍 풍암마을에서 치러진 고 이학용 선생의 운구행렬 모습이다. ⓒ 이돈삼


에∼헤∼디∼야∼ 오호∼
가네가네 내가가네 북망산천 찾아가네….



만장을 앞세운 선소리꾼의 상여 소리가 요령소리에 묻어 퍼진다. 북망가와 함께 이승에서의 마지막 길을 떠나는 망자의 운구행렬이다.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상제들의 호곡이 그 뒤를 따른다.

상여를 짊어질 사람이 점차 사라지고 장례문화도 변하고 있는 요즘의 세태에서 보기 드문 풍경이다. 그런데 꽃상여가 그리 화려해 보이지 않는다. 꽃상여의 생명은 오색창연한 꽃이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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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면서도 그다지 화려하지 않는 꽃상여.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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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구에 앞서 열린 발인제. 10일 전남 영광군 홍농읍 풍암마을에서 찍었다. ⓒ 이돈삼


꽃상여는 최대한 화려한 게 일반적이다. 고인의 삶이 꽃처럼 화려하지 않았을지라도 마지막 가는 길 화려한 치장을 하고 꽃에 파묻혀 떠나라는 의미다.

한 조문객의 얘기를 듣고 보니 그랬다. 망자는 유학자로 영광향교의 장의와 전교를 역임했다. 또 서예가로 서단(書團)의 원로이며 훌륭한 한학자였다고. 하여 망자의 덕망이 높아 꽃이 빛을 바랬다는 것.


이학용(李學庸) 선생. 홍농의 조산(祖山)이라 불리는 덕림산의 ‘덕림정사’에 머물렀던 구한말 한학자인 전주이씨 성와 이승달의 종손이다. 경전을 연구하고 도학을 가르치면서 한학의 전통을 이어왔다.

충효와 경로사상을 드높이고 전통 미풍양속을 기리는 유도사상과 도덕성 회복에 앞장서 왔다. 고창 선운사의 비석과 영광 내산서원의 현판 등을 새기기도 한 전석문(全石文)의 대가이기도 했다. 향년 92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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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의 집앞 골목 담장에 기대고 선 만장들이 감나무와 어우러져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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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인제를 끝낸 운구행렬이 고인의 집을 나서고 있다. ⓒ 이돈삼


지난 10일 전라남도 영광군 홍농읍 풍암마을에서 우연히 만난 꽃상여 행렬의 모습이다. 장례는 학문과 덕망이 높은 유학자가 타계했을 때 행하는 ‘유림장(儒林葬)’으로 치러졌다.

효율적(?)인 장례가 보편화된 지금, 꽃상여 행렬은 잠시나마 부모를 극진히 모신다는 전통의 효 사상을 되새겨 볼 수 있는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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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의 운구행렬.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상제들이 뒤를 따르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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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장과 영정을 앞세운 운구행렬. 상여는 홍농의용소방대원들이 메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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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망산천 가는 길. 운구행렬의 앞길에 희뿌연 안개가 끼어있어 신비감까지 주고 있다. ⓒ 이돈삼

#꽃상여 #이학용 #영광향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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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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