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후보 측에서 갑문 예정지로 지목한 바 있는 서울 잠실 수중보 북측 갑문에 15일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온몸에 쇠사슬을 묶고 올라 "STOP 경부운하"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경부운하가 건설되고 선박이 운항될 경우 서울시민 90퍼센트의 식수원을 공급하는 잠실 상수원은 치명적인 오염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고 경부운하 중단을 촉구했다.
남소연
현재 이곳의 갑문 높이는 3.2m. 그 아래에 설치된 수중보 높이를 합치면 6.5m입니다. 경부운하 찬성론자들의 주장대로라면 이곳 역시 9m의 수심을 유지해야 합니다. 갑문 위쪽도 3m를 더 파야한다는 결론입니다.
이곳을 관리하는 한 관계자에 따르면 갑문 아래쪽의 수심은 2m정도. 이곳으로부터 32.2km 떨어져있는 한강 하구 신곡 수중보까지 9m 수심을 유지하기 위해 준설을 하면, 엄청난 양의 골재가 쏟아지겠지만, 난공사일 수밖에 없습니다.
한강 초입이 이런 상황인데도,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553km의 경부운하 구간 중 인공수로 구간인 40여km를 제외한 다른 구간은 자연하천을 그냥 이용하면 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경부운하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것이 아니라, 경부운하 찬성론자들이 현재의 수심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책상 머리에서 환상적인 조감도나 그리고 있는 것입니다.
더 큰 문제는 구의 자양취수장 등이 위치한 잠실 상수원은 서울시민 90%와 인천, 성남 시민에게 식수원을 공급하는 곳. 이곳에 배를 띄우기 위해 물을 가둬둘 경우 수질 오염이 불보듯하다는 것입니다.
이날 30여분간의 시위를 마친 안병옥 사무총장은 수중보 바로 아래에서 모래를 캐고 있는 준설선을 가르키며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저기 보이지 않느냐. 저 조그마한 준설선으로 모래를 퍼올리는데도 흙탕물을 방지하기 위해 토사 방지 확산막을 쳐놓았다. 4년동안 9m 수심을 유지하기 위해 전 구간에 걸쳐 매일 준설작업을 한다면 국민은 대체 어디서 물을 먹어야 하는가."
이날 취재를 마치고 잠실대교 위쪽에 이르니 잠실대교의 제원을 알리는 안내판이 교량 시작지점에 동판으로 박혀 있습니다. 준공 날짜를 보니 "97년 1월부터 2003년 12월31일". 다리 한 개 짓는 데만도 무려 7년이 걸렸습니다.
경부운하 공약이 실현된다면 새로 건설하거나 수선해야할 교량은 수 십개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데, 4년만에 경부운하를 건설하겠다는 이명박 후보의 야심찬 공약이 현실가능한 것일까요?
마침 오늘 오후 2시부터 한나라당 의총에서는 '경부운하 설명회'가 열린다고 합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일방적인 홍보에만 귀를 귀울일 게 아니라 이런 현장의 목소리도 귀담아 들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