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뿌리는 사람들올림픽공원 작은 밭에 벼를 수확한 자리에 새로운 씨를 뿌리고 있는 노인들
최오균
서울 도심의 올림픽공원에도 어김없이 가을은 오고 있다. 그곳, 잔디밭 한편에는 철따라 농작물을 심는 조그만 밭이 있다. 공원을 산책하다가 이 밭에 다다르면 나는 먼 과거로 돌아간다. 아스라이 살아나는 추억! 사계절 철따라 땀을 흘리며 씨를 뿌리고, 가꾸고, 수확을 하던 어머님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래서 나는 이 공원 중에서도 늘 이쪽을 택하여 산책을 한다.
지금 밭에는 그동안 알알이 익어갔던 벼를 거두어들이고, 그 자리에 새로운 농작물 씨앗을 뿌리고 있다. 거름을 주고 씨를 뿌리는 노인들의 모습이 한줌의 추억을 안고 가슴으로 다가온다. 나에게는 밀레의 만종보다도 더 성스러운 장면이다. 뿌린 대로, 가꾼 대로 거두어들이는 대지의 섭리! 우린 후손들에게 이 섭리를 가르쳐 주어야 한다.
억새처럼 자유로운 상상력을...능선에 하늘거리는 억새도 좋다. 바람결에 산들거리며 춤을 추는 억새는 가을, 그대로다. 가을이 왔음을 확실하게 알려주는 억새는 자연의 숨결이다. 푸른 하늘을 향해, 높이 솟아있는 아파트를 향해, 태양과 구름을 향해 날갯짓을 하는 억새는 우리로 하여금 상상의 나래를 펴게 한다.
잔디밭에 들어가 억새 가까이에서 사진을 찍는 한 떼의 젊은이들이 보인다. 요리저리 억새의 모습을 찍느라 여념이 없다. 그러나 억새를 향해 카메라를 들이댈 것만이 아니다. 억새처럼 자유로운 상상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어린 새싹들에게 가르쳐 주어야 한다. 아이들아, 억새처럼 자유로워라!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