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다가 떠나는 집들은 곧 허물어진다고 한다. 하나둘씩 어디론가 철새처럼 떠나는 낡은 아파트의 불꺼진 창의 빛은 마치 죽어가는 병든 짐승의 눈빛처럼 어둡고 슬프다. 생은 각자의 관점에 따라 다르게 보여질 수도 있다. 그러나 어디론가 떠난 사람들의 자취가 남은 빈 집에 바람이 사는 집은 우리를 슬프게 하는 오래된 흑백사진과 같은 것이다.
부산은 유달리 재건축과 재개발이 많은 동네다. 옛것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도시개발에 치중된다. 아름다운 해운대 명물 동백섬 자리에 호텔이 있는 것을 외국인들은 좋아하면서도 기이하게 생각한다고 한다. 최근에는 부산의 상징 오륙도가 한 재벌 회사에서 지은 아파트 단지의 마당처럼 여겨질 정도이다. 한센촌의 용호 농장이 사라지고, 낡고 허름한 연립아파트와 오래된 아파트는 모두 건설업자의 의해 재건축의 붐으로 근사한 고층 빌딩으로 바뀌는 것은 정말 순간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아무리 물질이 풍요해도 가난한 시절을 그리워하는 가슴이 있다. 대책없이 언제까지 편하고 생활하기 쉽다고 아파트 생활만을 고집할까.
김가원 시인은 '녹이 묻어나는 함석지붕'에 꽂힌 수취인 잃은 편지로부터 기억을 더듬는다. 과거의 감각적인 지각의 경험에서 그려지고 있는 <바람이 사는 집>. 과거를 시각화한 재현의 공간이다. 잃어버린 상실에 대한 공간의 기억을 공감각화로 형상화하고 있다. 이 시는 현대인의 물질문명으로 치닫는 현상을 '집'이란 상징물로 구체화시키고 있다. 시인의 말처럼 '녹이 묻어나는 함석지붕, 외로운 바람 한줄기 쌓인 먼지를 들썩이는' 아파트 빈 창들은 뭔가 할 말이 있는 듯한, 이주비도 받지 못하고 사글세로 살다가 묵묵히 떠나는 이세상의 가장 밑바닥의 할말이 많지만, 어떻게 말해야 할지 이 세상이 알아들을지, 막막한 <난쏘공>의 묵언처럼 다가온다.
풍경은 상처를 낳고 또 상처는 새로운 풍경의 재 건축을 낳겠지만, 기억이 머물던 그리운 풍경은 좀처럼 마음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액자가 걸려 있던 빈자리 녹슨 못하나' 이편의 어둑어둑한 어둠을 말없이 쏘아보고 있을 뿐이다.
2007.10.20 11:17 | ⓒ 2007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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