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시 문을 열고 안을 들여다보니 텅 빈 법당에 홀로 부처님 전에 머리를 조아리며 수없이 절을 하는 중년의 남자, 무슨 원이 저리도 간절할까? 혹시… 대학입학 수능시험을 앞둔 자식을 위해 지극정성으로 기도를 드리는 건 아닐까?
일 배 일 배 올리는 모습이 너무도 간절하고 지극하여 성스럽기까지 했다. 무슨 사연인지는 몰라도 그 소망이 우주의 파장을 타고 하늘에 닿을 것만 같았다.
문득 어릴 때 내 아버지 모습이 떠올랐다. 5남매의 맏이인 날 어떻게든 대학에 진학시키려고 꽤 많은 노력을 기울이셨다.
그러나 그때 나는 철이 없어 학업에 열중하지 않았고 매달 지불되는 적잖은 액수의 과외비나 종일 피로에 지친 고단한 몸을 눕히지도 못하고 추우나 더우나 버스정류장까지 마중 나와 계신 아버지의 모습을 당연한 것으로 여겼다.
진즉에 고마움을 알았더라면 그리하지는 않았을 텐데… 시험결과는 거짓됨이 없었다. 노력하지 않는 자에겐 더 이상 관대하지 않았고 기회 또한 원한다고 주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부모님의 기대와 헌신적인 뒷바라지에도 본고사는 커녕 예비고사에서 낙방을 하고 말았다. 뒤늦게 후회를 해봤지만 소용없는 일, 대열에서 낙오됐다는 현실보다 부모님의 간절함을 저버리고 실망을 안겨드렸다는 사실이 두고두고 날 괴롭혔다.
세월이 흘러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부모님에 대한 죄스러움은 더욱 절절했다. 이제 와서 무엇을 어떻게 한들 그때의 실망감을 보상할 수 있을까마는 이제라도 부모님 생전에 내 가슴에 맺힌 불효의 응어리를 풀어내고자 공부를 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오십이 넘어서야 학사 학위를 받아 부모님께 보여드리며 다시 공부를 하게 된 동기를 말씀드리니 흐뭇한 미소를 지으시며 도리어 늦은 나이에 애썼다고 하셨다. 난 낙방으로 안겨드린 실망감 때문에 얼마나 힘들어했는데… 부모님은 기억조차 없으신 듯했다. 이렇듯 자식에게 있어 부모는 바다와 같은 존재다.
가진 거 다 주어도 늘 부족함에 미안해하고 행여 자식이 잘못이라도 저지르면 바르게 가르치지 못했음을 자책하며 내색도 못하고 혼자서 아픔을 삭히느라 속이 까맣게 타셨을 우리 부모님.
입시철이 다가오면 늘 후유증처럼 시달렸던 마음의 병, 4년 동안 공부를 하면서도 인간의 생사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기에 팔십이 넘으신 아버지가 “기다려 주시지 않으면 어쩌나” 하고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모른다.
“아버지, 어머니 제 마음을 전할 수 있도록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가정 꾸리며 잘 사는 모습으로 그때의 불효를 대신하고자 하오니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2007.10.23 10:35 | ⓒ 2007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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