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만원 때문에 신문 배달하는 아내

곤히 잠든 모습을 보는 안타까움...자식 위해 악착같이 할 거라지만

등록 2007.10.25 10:39수정 2007.10.26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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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24일)에 퇴근해 집에 오니 아내가 자고 있다.


평소 같으면 밥상을 차려주었을 아내가 곤히 잠들어 있다. 아내를 깨우지 않고 살며시 작은 냄비와 라면 하나를 꺼내 끓였다. 평소 같으면 깨워서 밥을 차려달라고 생떼를 쓸 텐데 오늘은 그러지 않았다. 그냥 조용히 라면 하나 끓여 먹었다. 아내는 정오가 지난 지금도 깊은 잠 속에 빠져있다. 그래도 난 깨우지 않는다. 그냥 한숨 푹 자도록 내버려 둔다.

아내는 1년 정도 석간신문을 돌렸다. 40여부 돌리고 받은 돈은 15만원. 그러나 아내는 석간신문 돌리는 일을 얼마 전에 그만두었다. 아이의 친구들이 오후에 신문 돌리는 아내를 보고 그러더란다.

"너네 엄마 왜 신문 돌려?"

아이들 때문에 저녁 신문 돌리기 포기한 아내

아이들의 질문은 단순하다. 그리고 편협하게 생각한다. 가난해서 신문을 돌릴 것이라는 이유다. 아이들은 그 질문에 말문이 막혔고 아내는 고민에 휩싸였다. 그러다 몇 주 전, 초등학교 5학년생인 딸이 집단 따돌림을 당한 사건이 터졌다. 아내는 아이들에게 피해가 갈 것이 걱정돼 신문 배달을 그만두었던 것이다


"적어도 한 달에 50만원은 더 있어야 하는데…."


아내는 늘 걱정 속에 지낸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인 내 월급으로는 한 달 생활비가 늘 빠듯하기 때문이다. 자식들이 크면서 늘어나는 식대와 교육비 등을 충당하려면 적어도 한 달에 50만원은 더 있어야 한다는 것이 아내의 주장이다. 나도 그렇거니와 아내도 손재주 발재주 아무런 재주가 없다. 돈 버는 재주는 더더군다나 없다.


아내는 지난 1년간 신문을 돌려보니 자신의 취향에 맞는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 눈에 뜨이지 않는 시간대에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게 쉽지 않았다. 그러려면 야밤이나 새벽에 일해야 하는데 아무리 찾아보아도 마땅한 일자리가 없었다. 그러다 이웃이 소개해 준 일이 새벽 신문배달이다

이날로 3일째다. 새벽 3시에 신문이 온다고 한다. 늦어도 새벽 2시 40분에는 일어나 집을 나서야 한다. 손수레를 끌고나가 신문을 가득 챙겨 아파트 단지로 간다. 이번엔 장난이 아니다. 부수가 215부인데다 신문 종류만도 10여 종에 이른다. 또 어느 곳엔 무슨 신문을 어디에 두라는 고객의 주문도 챙겨야 한다.

그렇게 한 달 돌리면 얼마 받을까? 30만원 준단다. 힘들게 돌리는 것에 비해 수고비가 너무 적다고 푸념도 하지만, 아내는 그게 어디냐면서 악착같이 할 거란다. 딸과 아들을 위해서….

초등학교 5학년생인 딸은 오전 8시가 넘어 학교에 간다. 7살인 아들이 집 앞 어린이집에 가는 시간은 오전 9시 30분경이다. 아이들이 집에 돌아오면 아내는 참과 저녁을 챙겨 먹이고 잠을 재운 후 자신은 새벽에 일어나 신문을 돌리러 간다.

아내는 몸이 좀 허약하다. 아마 며칠 있으면 몸살이라도 날까 싶다. 돈이 뭔지… 아침에 아내 자는 모습을 보니 참 안쓰럽다. 측은하기도 하고….
#신문배달 #아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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