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인권은 교문 앞에서 멈춘다

[대선 정책제언 : 의료-교육 ⑥] 입시교육에 저당잡힌 청소년 인권

등록 2007.10.29 10:34수정 2007.10.30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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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27개 보건의료단체의 연대체인 '의료 연대회의'와 24개 교육복지단체의 연대체인 '교육복지실현국민운동본부'와 공동으로 대선 기획을 진행합니다. <오마이뉴스>는 '교육-의료 2007 희망만들기'란 제목의 이번 기획을 통해 대선에서 꼭 다뤄져야할 교육-의료 분야의 핵심 의제를 제시할 예정입니다. 이번에는 흥사단교육운동본부 권혜진 사무처장의 글을 싣습니다. [편집자말]
a  2006년 지방선거에서 청소년 투표참여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청소년 투표참여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 흥사단

지난해 8월 대구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학생 이모군 등 3명이 5분 지각을 했다는 이유로 한 교사에 의해 허벅지와 엉덩이 200대의 체벌을 받아 사회적 물의를 빚은 바 있다. 대구지방법원은 박모 교사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무분별한 체벌 뿐 아니라 두발 규제 또한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는 요소다. 모든 학교와 교사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학생에 대한 소지품 검사, 두발과 복장·교외 동아리 활동에 대한 규제 등은 학생생활규정에 의해 규정되어 있다.

학생에 대한 이러한 규제는 사실상 학생 당사자의 참여와 의견수렴 없이 역사의 유구한 전통(?)과 관습으로 자리매김된 지 오래다.

이 외에도 교문 앞에서 멈추는 학생인권은 더 있다. 너무 이른 0교시와 보충수업, 그리고 야간 자율학습 등으로 인해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권리는 침해당하고 있다. 그나마 학생회 활동은 별다른 권한이 주어지지 않아 학생들의 무관심 속에 이렇다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렇듯 교문 앞에서 학생의 인권이 멈추고 마는 현실이다. 왜 그럴까?

과도한 입시체제 안에서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서울대를 정점으로 한 대학 서열체제 안에서 어느 대학을 다녔는가가 사회적 성공의 척도가 되는 사회다. 이 속에서 학생 생활의 통제와 강제는 오히려 필수 불가결한 것일지 모른다.

그나마 허름한 대학도 못나오면 사람 되기 그른 것이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다. 물론 대학의 서열체제를 없애고 누구나 차별받지 않고 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것은 학생인권을 위해 더 없이 중요한 시대적 과업이겠지만 애써 그 이유로 학생 청소년의 인권을 외면하는 것은 옳지 않다.


두발 규제 받으며 0교시 수업하다가 체벌당하는 청소년들

87년 6월 항쟁은 우리 정치사회만 바꾸어 놓지 않았다. 중고등학교에서는 학도호국단 방식의 학생회를 지양하고 학생회장 직선제를 통한 학내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많은 학교에서 학생들의 움직임이 시작됐다.


실제로 서울과 광주·부산 지역에서는 학생회장 직선제 운동이 많은 성과를 냈다. 이후 꾸준하게 학교 안팎으로 학생인권을 신장시키기 위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2000년 두발 자유 온라인 시위를 비롯하여 2005년 4·14 인권행동의 날 거리 시위, 2006년 학생인권법 국회 발의 이후 학생인권법 국회통과 운동 등이 있었으며 지난해 5·31 지방선거 때는 전국 42개 청소년교육단체 중심으로 '5·31 청소년 참여를 위한 청소년운동본부'가 발족되어 지역에서의 청소년 인권 공약을 내세워 후보자와 각 정당에 제안하는 활동을 전개한 바 있다.

현 대선 시기에서도 다양한 청소년 단체들은 만17세 선거권 인하와 학생인권법 제정, 두발자유와 학교 민주화를 위한 대선 정책을 만들어내고 사회적 압력을 행사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청소년들이 일어서고 있다

학생인권법은 지난해 4월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이 국회에 발의한 초중등교육법 일부 개정안의 다른 이름이다. 이 법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a  청소년 자유선언 페스티벌 장면.

청소년 자유선언 페스티벌 장면. ⓒ 흥사단


[학생회 법제화]
학생회에 대한 법제화를 통해 실질적 권한을 갖고 민주적 학교운영에 참여하기 위함.

[0교시, 보충수업 폐지] 정규 교과목을 중심으로 한 교육과정 이외에 이른 아침에 등교하거나 밤늦도록 학교에 남아 있지 않고 개인의 문화생활권과 사생활, 건강권을 지키기 위함.

[두발 복장 규제, 체벌 폐지] 두발과 복장 등 개인의 자기 결정권과 신체의 자유를 지키기 위함.

[인권교육실현 및 인권실태조사] 학생에 대한 인권교육을 의무화 하고 3년마다 인권실태조사를 통해 학생인권 신장을 도모하기 위함.

[학생의 학교운영위원회 참여] 민주적 학교 운영과 학생의 자신과 관련된 학교 안의 정책과정에 반드시 참여하여 책임성을 높일 수 있게 하기 위함.

위에서 제시한 인권법의 주요내용은 그 동안 학생들이 피부로 느껴왔던 대부분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학생인권법을 중심으로 토론이 이루어질 때 교사들은 종종 "꼭 체벌 금지를 법으로 정할 필요가 있냐"고 항변한다. 많은 양심적 교사들이 있는데 모두를 범법자 취급한다는 것에 대한 불만이다. 또한 학교 안에서 교사들의 권위 추락과 더불어 자유분방한 학생들의 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혼란도 함께 이야기된다.

엄밀히 말하자면 학생의 인권인 학습권과 교사의 교권은 구분될 필요가 있다. 학생인권이 반드시 교사의 교권과 대립된다면 그 것은 어느 것 하나 건강하지 못한 형태로 인식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교사의 교권을 위해 다른 인권을 희생해야할 아무런 근거도 없다. 당연히 학생의 인권이 다른 인권을 침해해서도 안 된다.

학생 인권 신장? 그럼 교사의 인권은?

교사와 학생, 더 나아가서는 학부모와 지역사회까지 다양한 의견이 수렴되는 최소한의 학교 운영이 가능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상황에서도 약자의 인권을 중심으로 두는 것이 필요하다. 교사와 학생의 관계에서 약자는 다수이긴 하지만 학생이기 때문이다.

선거권이 없는 학생 청소년을 위한 대선 정책은 가능할까? 불행하게도 대선 후보들이 학생 청소년을 위한 정책을 이야기하기엔 여유가 없는 듯하다. 절실함도 없다.

그러나 학생이 스스로에 대한 인권 감수성보다는 폭력과 획일적 가치관을 갖게 한다는 것은 미래사회의 주인공(사실 현실사회의 당당한 주체가 되어야 한다)에 대한 예의가 아닐 것이다.

사실 학생 청소년이 대학가기 위한 획일적 교육을 통해 미래사회를 행복하게 가꾸기 위한 노력은 허구일 수밖에 없다. 순전히 현재와 현 교육 안에서 온전히 행복해지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학교가 건강하고 더 나아가서는 사회가 건강한 행복사회로 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교육 청소년단체와 학생청소년이 현 입시체제에 대한 대 수술을 위한 정책 제안 노력 뿐 아니라 학생인권을 위한 부단한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대선공약 #청소년 인권 #학생인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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