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아침에 출근을 해보니 책상 옆에 검은 봉지가 하나 있었습니다.
'무엇일까?, 누가 가져다 놓았나?'
조금 궁금해졌습니다. 아침 자습으로 2학년 꼬마들에게 받아쓰기를 하도록 해놓고 교무실로 가는데 청소를 하고 계시던 영석이 어머니가 말씀하십니다.
"고구마 좀 가져다 놓았어요, 호박고구마라 맛이 있을 거에요."
영석이는 우리반 아이인데 근이완증이라는 병을 앓고 있어서 하반신을 완전히 쓰지 못하는 아이입니다. 그래서 아이의 손발 노릇을 해주시기 위해 영석이 어머니는 하루 종일 학교에 계십니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올 7월부터 초등학교에 청소용역이 시작되었습니다. 딱한 사정을 잘 알고 있는 교직원 모두 영석이 어머니를 추천하여 영석이 어머니는 학교에서 청소도 하시면서 아이를 돌보고 계십니다.
학교에서는 영석이를 여러가지로 배려하여 2층에 있던 교실도 1층으로 내리는 등 편의를 제공하고 있습니다만 20분 이상 걸리는 등하교 시간이 문제였습니다. 영석이네는 기초생활수급권자입니다. 그래서 소정의 서류를 갖추어 신고를 하면 이동에 편리한 전동휠체어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연변에서 오신 어머니나 연로하신 아버지는 그런 사정을 잘 모르고 계셨기에 신청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계셨습니다.
이런 사정을 잘 모르기는 담임인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TV 자막에 전동휠체어를 생산하는 한 업체에서 9월 한달간 장애인을 위해 무료로 전동휠체어를 제공해준다는 내용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영석이를 위해 그것을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알아보니 위의 내용처럼 영석이네는 기초생활수급권자라 특별기간에 상관없이 신청만 하면 되었던 것이었습니다. 그것을 모르고 계셨던 영석이 어머니는 20분이 넘는 거리를 영석이를 업고 등하교 하셨던 것입니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전동휠체어가 도착하였습니다. 아이도 좋아하고 어머니도 무척 좋아하셨습니다. 그런 일이 있은 후 밭에서 수확하셨다면서 고구마를 가져오셨습니다. 고맙다는 생각을 하면서 집으로 가져와서 집사람에게 주었습니다.
봉지를 풀어보던 집사람이 깜짝 놀라며 이야기 합니다.
"고구마가 씻어져 있어요."
학교에서 자랑하고 직원들과 같이 먹기 위해 놓고 오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산삼보다 귀한 고구마였습니다.
'산삼이 별거더냐, 만물의 영장인 인간의 정성이 가득 깃든 고구마인데….'
그 정성을 하늘이 주신 천삼으로 생각하고 아껴 먹어야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삭막한 세상이라하지만 아직도 인간의 정이 흐르는 학교는 살만한 곳입니다.
2007.11.02 15:09 | ⓒ 2007 OhmyNews |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