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맞고도 뭐가 좋다고 웃어!"

[두 바퀴에 싣고 온 이야기보따리 22] 임도 타러 왔다가 뜻밖에 만난 문화재 이야기

등록 2007.11.05 17:31수정 2007.11.22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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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화산 임도 의성군 구천면 고개를 넘어 신나게 내려오니, 오른쪽으로 청화산 임도가 보여요. 곱게 다진 흙길을 따라 자전거를 타는 기분은 매우 좋답니다.
청화산 임도의성군 구천면 고개를 넘어 신나게 내려오니, 오른쪽으로 청화산 임도가 보여요. 곱게 다진 흙길을 따라 자전거를 타는 기분은 매우 좋답니다.손현희

얼마 앞서 구미와 의성군이 맞닿아 있는 '청화산 임도'를 타볼까 하여 이른 아침부터 서둘렀어요. 같은 날(10월7일), 청원에서 보은, 상주까지 잇는 고속도로 개통 기념으로 '고속도로 자전거대회'가 열렸는데, 우리는 이날 일이 어떻게 될지 몰라서 신청을 못했지요. 마침 쉬는 날로 잡혀서 대회에 못나간 아쉬움을 달래며 청화산 임도를 타기로 한 거예요.

며칠 앞서부터 비가 온다고 잔뜩 겁을 줬던 일기예보와는 달리, 하늘은 더없이 파랗고 멀쩡했어요. 구미 일선리와 도계면을 지나 의성군으로 들어서는 구천면 오르막길을 힘겹게 올라서니 이제부터는 신나는 내리막길이에요. 시원한 바람에 몸을 맡기며 얼마쯤 내려가니, 길가 오른쪽으로 좁은 산길이 보였어요. 드디어 청화산 임도예요.


생각보다 흙이 곱게 다져져 있어 자전거 타기가 더없이 좋아요. 그런데 올라가면서 발밑을 살피니, 자동차 바퀴자국이 남아 있는 게 아마 이 산길로도 차가 지나다닌 듯했어요. 위로 올라갈수록 자갈길이라서 조심스럽게 타며 가는데 아니나 다를까, 저 아래에서 자동차 소리가 들려요. 겨우 차 한 대 지나갈만한 산길이니 어김없이 내려서 길을 비켜줘야 했어요.

"등산하러 가는 사람들이 차는 저 아래에 세워두고 올 일이지."

차가 산에 올라온다고 탓할 수야 없지만 공기 좋고 나무냄새 싱그러운 좁은 산길까지 차를 타고 올라오는 사람들이 조금은 얄미웠어요. 한참 동안 오르다보니, 산 중턱에 넓은 터가 나오고 세 갈래 길이 있는데, 바로 앞에는 산 아랫마을로 내려가는 길이고, 오른쪽으로는 아주 좁은 등산길이에요. 또 왼쪽으로는 우리가 가려고 하는 '조성저수지' 쪽이고요.

여기엔 어느새 왔는지 차가 여러 대 있고, 조금 앞서 우리를 앞질러갔던 차와 그 식구들도 보였어요. 아마 이 청화산에 올라가는 사람들은 여기다가 차를 세워두고 올라가나 봐요. 자갈길을 따라 힘겨운 오르막을 올라왔으니, 이젠 조심스럽게 내려가는 길만 남았어요. 천천히 내려와도 빠르기를 느낄 수 있을 만큼 신나는 길이에요. 내리막을 따라 임도에서 내려서자마자 우리 눈앞에 넓은 저수지가 가슴이 확 트일 만큼 시원스럽게 펼쳐져 있어요.

'조성저수지'를 끼고 빙 돌아가는 길은 매우 멋스러워요. 저 건너편에는 낚시를 하는 사람도 보이고, 길가에는 한창 빨갛게 익어가는 능금이 무척 탐스럽고 먹음직스러워요. 가을철이라 그런지 요즘은 가는 곳마다 잘 익은 과일이 나그네 발걸음을 멈춰 세워요. 또 어찌나 맛있게 보이는지, 하나 따먹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아요. 그러나 이 탐스런 과일 하나가 열릴 때까지 한 해 동안 애쓰며 땀 흘려 가꾸는 농사꾼들을 생각하면 그럴 수는 없지요.


시계를 보니, 이제 겨우 오전 10시40분. 생각보다 일찍 닿았어요. 틈만 나면 자전거를 타고 먼 길도 마다않고 다녔더니 우리도 이젠 자전거 타는 솜씨가 꽤 늘었나 봐요. 올봄에만 해도 어디든지 마음먹고 가서 그 마을에 닿을 무렵이면, 늘 밥 때가 되어서 먼저 밥집부터 찾아야 했거든요.

"어떻게 하지? 이대로 구미로 되돌아가야 하는 거야?"
"글쎄, 그러고 보니 참 빨리 왔다. 우리 내친 김에 쭉 가볼까?"
"이쪽으로 가면 어디가 나오는데?"
"여기가 의성 서쪽이니까 아마 안계, 단북, 다인이 나올 거야."
"엥? 단북 어디쯤은 현이 아빠(자전거모임 식구) 고향이라고 했는데…."
"아, 그렇구나! 어쨌거나 한 번 가보자. 가보고 올 때 정 안 되면 안계에서 버스를 타고 돌아오면 될 거야."
"그럼 그렇게 합시다. 가는 데까지 가 보자고요!"



한적하고 평화로운 시골풍경 자전거를 타고 시골길을 달리다 보면, 마을 풍경에 흠뻑 빠져들 때가 많아요. 이날, 경북 의성군 단북면에서 가슴 먹먹한 길을 따라 갔어요.
한적하고 평화로운 시골풍경자전거를 타고 시골길을 달리다 보면, 마을 풍경에 흠뻑 빠져들 때가 많아요. 이날, 경북 의성군 단북면에서 가슴 먹먹한 길을 따라 갔어요.손현희

시골풍경을 따라...

또 신나게 달립니다. 들판에는 가을빛이 한창 물들고 있어요. 통통하게 씨알을 채우는 나락이 고개를 숙인 채 햇볕을 쬐고 있어요. 어느새 나락을 다 베어, 가을걷이를 끝낸 들판도 보이고요. 이 마을에 와보니, 온통 누런 들판만 가득 보여서 벼농사를 많이 짓는구나 싶었는데 알고 보니, '의성 안계황토쌀'이 여기에서 나오는 거였어요. 우리도 '안계쌀'을 자주 사 먹었는데 바로 여기에서 농사지은 쌀이었구나 생각하니 새삼 이 지역 농사꾼들이 무척 고맙게 여겨졌답니다.

안계 마을에 닿자 먼저 시외버스터미널에 가서 구미로 가는 차 시간을 알아본 뒤 단북 쪽으로 갔어요. 이쪽으로 갈수록 풍경이 매우 남달라요. 우리는 시골풍경을 무척 좋아하는데, 가는 곳마다 모두 아름답지만 이쪽 단북면은 더욱 남달라요.

넓은 들판을 사이에 두고 드문드문 감빛, 파란빛으로 칠한 낮은 지붕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걸 보니, 아스팔트로 잘 깔린 찻길만 빼고는 영락없이 어릴 적 고향마을 풍경이에요. 또 희한한 게 이렇게 잘 닦인 찻길에 바퀴가 달린 거라곤 우리가 타고 가는 자전거 두 대 뿐이었어요. 구미에서는 집 앞 골목에만 나가도 자동차와 씨름해야 하는 것과는 달리, 한적한 시골풍경에 마음마저 무척 평화로워요.

"와! 가슴이 짠하다. 어렸을 때 보던 딱 그런 풍경이다."
"그러게, 이 마을 참 멋지다. 그리고 어쩜 지나가는 차가 한 대도 없냐?"


남편은 이런 풍경을 보면 늘 그랬듯이 흠뻑 빠져들곤 해요.

한적한 시골길 이렇게 잘 닦인 찻길에 바퀴가 달린 거라곤 우리가 타고 가는 자전거 두 대 뿐이었어요.
한적한 시골길이렇게 잘 닦인 찻길에 바퀴가 달린 거라곤 우리가 타고 가는 자전거 두 대 뿐이었어요.손현희

"여기 혹시 문화재 같은 게 없나요?"

평화롭고 아름다운 마을풍경에 빠져 있는데, 저만치 앞에서 오토바이 한 대가 와요. 부부로 보이는 어르신들이 타고 있었는데, 우리는 인사를 하고 세워서 여쭈었어요.

"여기 혹시 문화재 같은 게 없나요?"
"문화재요? 음…. 저기 저짝에 산 넘어 가면, '대곡사'라는 큰 절이 있는데 꽤 오래된 절이거든. 거기 가면 혹시 있을지도 모르지."


우리도 참 우습지요? 길 가던 사람 붙잡고 덮어놓고 문화재가 어딨냐고 묻다니요. 구미에서 자전거를 타고 왔다는 얘기를 듣고는 매우 놀라워하는 어르신들께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부지런히 달립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른 채 예까지 왔는데, 이젠 가야 할 곳이 생겼으니 더욱 신나게 밟고 갑니다.

어르신을 만난 곳에서 8km 남짓 더 달려서 드디어 대곡사에 닿았어요. 비봉산으로 올라가는 길, 들머리에 절이 있어 이번에는 그다지 힘들이지 않고도 절집 구경을 할 수 있어요.

단청을 칠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처럼 또렷하게 보이는 일주문을 지나 돌계단 앞에 닿으니, '루'처럼 생긴 이층으로 된 큰 전각이 매우 멋져요.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는데, 그 모양이 퍽 남달라서 한참 동안 그렇게 쳐다봤어요. '대곡사 범종각(경북 문화재자료161호)'인데 아래층에는 큰 종이 있고, 위층에는 매우 큰 북이 있어요.

전각이 굉장히 크기도 하지만 그 모양을 보니 공법이 꽤 남달라요. 들머리에서 본 단청을
곱게 칠한 일주문과는 달리, 칠이 거의 벗겨져 있어 잘 알아볼 수 없는 채로 우뚝 서 있는데, 빛깔은 수수해도 한눈에 매우 오래된 절집이라는 걸 알 수 있었어요.

대곡사는 우리가 지난봄에 다녀왔던 의성 고운사의 말사인데, 고려시대 1368년(공민왕 17)에 인도에서 온 지공 스님과 혜근 스님이 우리나라에서 불교를 전한 것을 기념하려고 처음 세웠다고 해요. 그 뒤로도 조선시대에 이르러 정유재란을 겪으면서 불에 타버린 것을 다시 세워 지금 모습으로 남아있다고 해요.

의성대곡사범종각(경북문화재자료161호) 마치 '루'처럼 생겼는데, 범종각이에요. 단청은 벗겨지고 지워졌지만, 남다른 공법이 그대로 드러나 있어요. 아 참, 이 범종각 이층에는 고려시대 문인이었던 이규보가 쓴 시 '제대국사'가 걸려있대요.
의성대곡사범종각(경북문화재자료161호)마치 '루'처럼 생겼는데, 범종각이에요. 단청은 벗겨지고 지워졌지만, 남다른 공법이 그대로 드러나 있어요. 아 참, 이 범종각 이층에는 고려시대 문인이었던 이규보가 쓴 시 '제대국사'가 걸려있대요. 손현희

의성 대곡사대웅전(경북문화재자료160호) 대곡사에 있는 전각은 거의 오랜 세월을 견뎌온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요. 마치 거추장스런 옷을 훌훌 벗어버린 듯이 홀가분하게 속살을 드러내고 있어요.
의성 대곡사대웅전(경북문화재자료160호)대곡사에 있는 전각은 거의 오랜 세월을 견뎌온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요. 마치 거추장스런 옷을 훌훌 벗어버린 듯이 홀가분하게 속살을 드러내고 있어요.손현희

대곡사명부전(경북문화재자료439호) 명부전을 구경하다가 커다란 말벌이 뚝 떨어져 매우 놀랐지요. 그러나 명부전이 간직한 오랜 옛스러움이 무척 좋았답니다.
대곡사명부전(경북문화재자료439호)명부전을 구경하다가 커다란 말벌이 뚝 떨어져 매우 놀랐지요. 그러나 명부전이 간직한 오랜 옛스러움이 무척 좋았답니다.손현희

돌탑위에 앉은 잠자리 대곡사 다층석탑 가장 위, 지붕돌에 올라 앉아 있는 잠자리를 찰칵~!
돌탑위에 앉은 잠자리대곡사 다층석탑 가장 위, 지붕돌에 올라 앉아 있는 잠자리를 찰칵~!손현희

거추장스런 옷은 훌훌 벗어버리고...

대곡사다층석탑(경북문화재자료405호) 고려시대 초기에 세운 점판암으로 만든 청석탑인데, 층 사이마다 있는 몸돌이 거의 남아있지 않고, 6층과 7층 사이가 없어진 듯도 해요. 그래서 본디는 13층이 아니었나 짐작한답니다.
대곡사다층석탑(경북문화재자료405호)고려시대 초기에 세운 점판암으로 만든 청석탑인데, 층 사이마다 있는 몸돌이 거의 남아있지 않고, 6층과 7층 사이가 없어진 듯도 해요. 그래서 본디는 13층이 아니었나 짐작한답니다.손현희
크고 멋진 범종각을 자세하게 구경하고 이제 절 안마당에 들어서니, 앞으로는 대웅전이, 오른쪽으로는 명부전이 자리 잡고 있어요. 아래에서 보았던 것처럼 대웅전과 명부전도 건물이 꽤 오래된 듯 단청은 거의 남아 있지 않고 마치 거추장스런 옷을 훌훌 벗어버린 듯이 홀가분하게 속살을 드러내고 있어, 화려한 멋보다도 더욱 아름다운 '옛스러움'을 뽐내는 듯했어요. 아니, 오랜 시간이 흘렀어도 아무 거리낌 없이 자랑스럽게 있는 그대로를 드러내는 절집이 무척 마음에 들었어요.

절집 마당 한 가운데에는 '의성대곡사다층석탑(문화재자료405호)'이라는 12층짜리 청석탑이 서 있는데, 크기는 작지만 그 모양이 매우 남다르고 푸른 이끼가 끼어 있어 이 돌탑도 대웅전과 함께 꽤 오랫동안 이 자리를 지켜온 듯했어요. 이것도 고려 초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짐작하는데, 층마다 몸돌이 남아 있지 않고 많이 부서졌지만 지붕돌까지는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요.

마침 잠자리 한 마리가 탑 꼭대기에 앉았는데, 이 녀석을 놓칠세라 냉큼 사진을 찍었어요. 이 다층석탑 안내판에는 본디 13층이었는데, 6층과 7층 사이에 한 층이 없어진 것 같다며 덧붙인 글도 있었어요.

문화재가 있는 곳을 다니면서 이런 돌탑도 많이 봐왔는데, 희한하게도 그 층수를 헤아리기가 쉽지 않아요. 사실 어떤 때에는 안내글에 12층이라고 하니까 '그렇구나!' 하고 여기지만 내 눈으로 세어보면 고개를 갸우뚱거릴 때가 많아요. 아직 배울 게 많은가 봐요. 하지만, 그런 거야 어찌 되었든 오랜 세월을 견디며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걸 보니 무척 대견스러웠답니다.

명부전 앞에서 안까지 들여다보며 구석구석 구경을 하는데, '이크!' 무언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걸 보고 매우 놀랐어요. 세상에나! 커다란 말벌이 내 발 앞에 떨어졌는데, 얼마나 크던지 내 엄지손가락만했어요. 고개를 들어보니, 못해도 열 마리쯤이나 되는 말벌이 처마 밑에서 윙윙거리고 있어요.

너무나 놀라 서둘러 그 자리를 벗어나 이번에는 대웅전 뒤에 있는 산신각으로 올라가는데 낮고 평평한 돌 징검다리가 놓여 있어 무척 남달랐답니다.

대곡사 구석구석 모두 둘러본 뒤, 이제는 여기에서 1km쯤 떨어진 '적조암'에 가볼까 했어요. 대곡사에 딸린  작은 암자라고 하는데, 예까지 와서 놓치고 가면 후회할 듯해서 올라갔지요. 오르막길을 따라 가는데, 하늘이 수상해요. 그렇게나 맑고 파랗던 하늘이 어느새 먹구름이 시커멓게 덮이는데, 덜컥 겁이 났어요.

"이크! 이러다가 우리 비 쫄딱 맞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글쎄 말이야. 멀쩡하던 하늘이 왜 이런데?"
"안 되겠다. 우리 돌아가자. 여긴 그래도 구미에서 가까운 곳이니까 나중에 또 다시 올 수 있잖아."


지난 여름에 서산 수덕사에 갔을 때에도 수덕사에 딸린 암자가 여럿 있었는데도 하나도 보지 못하고 온 게 몹시 아쉬웠는데, 대곡사에서도 그만 작은 암자는 구경하지도 못하고 돌아가야 했어요. 아쉬움을 뒤로 하고 서둘러 절집을 빠져나와 우리가 왔던 길로 되돌아오는데, 어느새 빗방울이 듣는 게 날씨가 참으로 이상했어요. 그렇게나 멀쩡하던 날씨가 갑자기 어두워지면서 비가 오는데, 이날은 참말로 하늘이 미웠답니다.

"비 맞고도 뭐가 좋다고 웃어!"

대곡사에서 구미까지 가려면 적어도 60km나 되는데, 자전거를 타고 가기에는 아무래도 비를 맞을 것 같아요. 시간을 보니, 잘하면 안계까지 가서 시외버스를 탈 수 있을 것 같아 부지런히 달렸어요. 버스 시간이 4시 40분이었는데 시간 안에 닿으려면 서둘러야 했어요. 그렇지 않으면 6시 30분에 가는 막차를 타야 하거든요. 다행히 시간 안에 닿아 자전거를 가방에 싸고 버스에 타니, 타자마자 비가 막 쏟아져요. 조금만 늦었더라도 비를 흠뻑 맞을 뻔했지요.

적조암까지 구경하지 못하고 온 게 몹시 안타까웠지만, 임도 하나 타볼까 하는 계획을 잡고 청화산을 넘었다가 시골풍경이 멋진 의성 다인면까지 들어가 아주 소중하고 아름다운 우리 문화재를 보고 왔다는 게 퍽 기쁘고 뿌듯했어요.

이날 돌아오는 길에, 구미가 가까울수록 빗방울이 차츰 더 굵어지고 마구 퍼붓더니, 끝내 구미에 내려서는 집까지 비를 쫄딱 맞고 왔답니다.

"애고, 끝내 비를 맞고 말았네."
"그런데 비 맞고도 뭐가 좋다고 웃어!"


남편과 나는 물에 빠진 생쥐처럼 흠뻑 젖은 모습을 보며 깔깔깔 웃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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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오랫동안 여행을 다니다가, 이젠 자동차로 다닙니다. 시골마을 구석구석 찾아다니며, 정겹고 살가운 고향풍경과 문화재 나들이를 좋아하는 사람이지요. 때때로 노래와 연주활동을 하면서 행복한 삶을 노래하기도 한답니다.


이 기사는 연재 자전거는 자전車다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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