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르고 행복한 시민운동은 무엇일까?"

지행네트워크 제2회 콜로키움, 시민운동을 모색하다

등록 2007.11.06 16:34수정 2007.11.06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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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함께하는 시민행동’ 하승창 정책위원장

‘함께하는 시민행동’ 하승창 정책위원장 ⓒ 장일호

‘함께하는 시민행동’ 하승창 정책위원장 ⓒ 장일호

 

집으로 들어가는 길 어귀에 새로 단장한 헬스클럽을 무심히 바라본다. 개인의 건강을 위해 열심히 ‘운동’하는 사람들로 가득 찬 그 곳의 더운 숨들을 훔쳐보며, 정작 ‘사회의 건강과 다양함을 위한 운동’에는 우리사회의 무심함이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무엇이 우리로 하여금 오늘날의 시민・사회운동을 ‘내다버린 자식’ 취급하고 있는지, 또 우리사회가 단정적으로 시민운동에 대해 쉽고 성급한 마침표를 찍고 있지는 않는지 등 몇 가지 질문과 고민 앞에 시민사회 어느 누구도 간결하고 명확한 대답을 대놓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지행네트워크의 첫 공식행사, 정기 콜로키움

 

추위가 제법 무게를 더해가며 초겨울의 시작을 알리던 지난 5일 오후 7시. 서울 마포구 구수동 ‘지행네트워크’ 사무실에서는 학생, 회사원 등 시민운동에 관심을 갖고 모인 17명의 사람들이 둘러앉았다.

 

지행네트워크는 소장 평론가 이명원, 오창은씨 그리고 풀뿌리 운동가인 하승우씨가 만든 대안연구공간이다. 앎과 행동을 일치시키자는 다짐의 간판을 내건지 꼭 석달. 꿈틀꿈틀 모양새를 갖춰가며 움직이던 이 공간은 첫 공식행사로 ‘좋은 삶을 말하다-생태/자치/예술’ 을 주제로 정기 콜로키움을 열고 있다. 지난 달 김종철 선생님의 강의에 이어, 이 날은 그 두 번째 시간이었다.

 

시민운동은 무엇일까요?

 

‘함께하는 시민행동’ 하승창 정책위원장은 예산감시운동, 정보인권운동, 좋은 기업 만들기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며 시민운동계에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그는 ‘90년대의 시민운동을 넘어서’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하며, 각자가 생각하는 시민운동은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을 표현해 볼 것을 주문했다.

 

잠시 고민과 침묵의 시간이 지나가고 “우리사회에서 신뢰를 잃어가고 있는 집단으로 정치, 언론과 함께 시민운동・단체가 있지 않느냐”는 첫 번째 대답이 나오자, 잇달아 뼈아픈 지적들이 이어졌다. “운동 자체에 시민은 없고 활동가만 있다. 활동가 친목모임인가”, “무관심 혹은 냉소” 라는 표현 앞에 하 위원장은 연신 고개를 주억거렸고, 콜로키움의 분위기는 이내 후끈 달아올랐다.

 

본격적인 하 위원장의 이야기가 시작됐다. 그는 “1989년 경실련의 창립은 본격적인 시민운동의 시대를 열었다고 본다”고 시민운동의 역사를 짚었다. 물론 그 이전에도 시민운동은 있어 왔다. YMCA, 도산 안창호의 흥사단 등 개인의 수양과 정신함양 목적의 단체들이 그것이다.

 

그러나 경실련의 출범은 한국의 시민운동은 추진력과 개혁의 강도에 있어서 기존의 단체와 확연히 비교됐다. 경실련과 함께 시작된 90년 대 시민운동은 정부의 정책 채택, 금융실명제 도입 등 기존의 단체들이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들을 해냈다. 기업의 지배구조를 흔드는가 하면, 정치인들을 낙선시켰다. 십여 년의 짧은 시간동안 시민단체의 위상과 영향력은 눈에 띄게 성장했다. 그는 “오죽하면 NGO면의 전면 신설 및 인사동정란에 시민단체난이 따로 있어 내방과 인사까지 신문에 실렸다”고 회고했다.

 

시민운동의 정체와 변화

 

그렇게 가파르게 성장해왔던 시민단체들은 지금, 왜 정체되어 있을까? 그는 2004년 오마이뉴스에 시민운동의 위기를 진단하는 글을 발표했다. 그리고 그 때의 그 위기감은 “지금도 큰 차이가 없다.”고 고백한다. 그는 “지역단체, 온라인 단체들이 늘어나는 등 현실의 변화는 지속적으로 있어왔다. 그런데 시민단체들을 바라보는 프레임 자체가 기존 거대 단체들에 갇혀 내・외부적으로 변하지 못했다”는 진단을 덧붙였다.

 

또 2002년의 월드컵 붉은악마, 대선 노사모, 효순이 미선이 광화문 촛불집회를 주목했다.

 

“그 세 가지는 어디서 동원된 것이 아닌 자발적 힘이었다. 그 중심에 인터넷이 있었다”고 말한다. 그 당시 실제로 누구의 조직이나 명령이 아닌, 한 평범한 네티즌의 제안에 수백 명의 자발적 동의가 이뤄졌다. 그는 이 시기를 “전혀 다른 방식의 동원이 이루어진 시기”라고 표현했다. 결국은 운동단체가 대중의 자발적 흐름에 끌려가는 결과를 내게 됐고, 지금껏 그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a  지행네트워크 활동가 및 시민들

지행네트워크 활동가 및 시민들 ⓒ 장일호

지행네트워크 활동가 및 시민들 ⓒ 장일호

 

한 운동의 생성은 성장과 쇠퇴의 사이클을 갖기 마련이다. 그 운동이 해결해야 할 동시대의 과제와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그는 “90년대의 시민운동이 쇠퇴 하는 건 그 당시 목표로 했던 사회적 과제가 일정하게 실현되고 있거나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예전에는 공정성, 투명성, 형평성에 기초한 의제 형성이었다면, 지금에 와서는 생태, 평화, 인권 등 훨씬 더 다양한 이슈들이 생겼다. 기존의 단체들은 그 다양함을 따라가지 못하는 ‘관성적’ 태도로 일관한다. 그러나 그는 그들의 관성적 태도가 ‘욕’ 먹을 일지언정, “90년대 시민운동의 쇠퇴는 당연하며, 그 토대 위에 새로운 운동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한다.

 

다름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수평적 네트워크를 조직하라

 

무엇보다 그는 기존과 현재의 운동방식의 변화를 이야기하며 “수평적 네트워크”를 강조했다. 단체들이 “서로 다르게 생각하는 지점에 와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하며, “인정한다고 하는 건 옳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걸 말한다.”고 했다. 그가 보기에 운동하는 사람들은 ‘같다’는 획일적 사고에 빠져있었다. 그는 “다양하다고 하는 건 사회계층이 복잡해졌음을 의미하며, 하나의 의미로 통일시킬 수 없기 때문에 다양성이 중요하다.”며, “단일한 이해로 시민전체 혹은 사회를 묶기 어렵다. 다양하다고 해서 하나가 될 수 없느냐,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름들’이 네트워크 할 수 있는 방법, 일정한 시기와 조건 하에 하나 되고 흩어지는 걸 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질문과 답변이 오가는 사이 어느덧 두 시간 가까운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그는 토론을 마무리하며, “비정규직이 노동문제를 까칠하게 볼 수밖에 없는 것처럼 사회에 자신의 존재를 까칠하게 비춰볼 때 새로운 가치지향, 의제들이 나오고 그것에서 운동의 새 힘과 방향이 나온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리고 “시민운동이 쇠퇴 하는 게 아니고, 시대적 조건의 변화와 맞물려 변화하는 중이라고 보자.”고 제안했다.

 

그 변화의 과정을 조금은 느긋한 마음으로 지켜보는 것, 그리고 그 공백을 긴 호흡으로 바라보며, 성급한 마침표 대신 쉼표를 찍는 것이 지금 사회를 살아가는 ‘시민’된 사람들의 자세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무엇보다 그 쉼표 뒤에 다가올 건강과 다양함이 공존하는 새로운 시민운동의 회복은 너와 나의 참여, 우리의 수평적 네트워킹에서 발현될 것이다. 

2007.11.06 16:34ⓒ 2007 OhmyNews
#지행네트워크 #시민운동 #하승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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