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해결? '간접고용' 알기나 해?"
"이명박 대통령 되면 노동자 지옥행!"

[공약 검증③] 대선시민연대 비정규직 '간접고용' 관련 집단 토론회

등록 2007.11.09 15:33수정 2007.11.09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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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360개 시민사회단체의 연대체인 '2007 대선시민연대'와 공동으로 대선 주자들의 공약을 심층적으로 검증하는 기획을 진행합니다. 이와 함께 각 부문별로 후보자들이 채택해야 할 바람직한 공약을 제시할 예정입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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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대선시민연대가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지하 강당에서 '간접고용' 문제를 주제로 한 두번째 집단인터뷰를 열었다. 이날 참석자는 비정규직 장기투쟁의 상징으로 떠오른 코스콤·기륭전자·롯데호텔 등의 간접고용 노동자 6명이었다. ⓒ 안윤학


대한민국 747, 천지인, 평화복지국가 건설과 사람중심의 경제 성장, 사람입국…

각 당의 대선후보들이 내건 슬로건이다. 특히 경제·노동 분야와 관련된 말들이다. 짝을 맞춰 보면 왼쪽부터 차례로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민주노동당 권영길, 그리고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

앞의 두 슬로건을 뜯어보자. 먼저 이 후보는 경제성장 7%, 국민소득 4만달러, 경제규모 세계 7위로 도약 등을 압축해 '747'이라 일컬었다. 정 후보는 항공우주 7대 강국 도약, 대륙경제-한반도 평화시대 구상, 중산층의 나라 등을 '천지인'으로 묶었다. 덧붙여 권 후보는 부유세 징수, 무상교육·무상의료 등 복지정책의 확대에 중점을 뒀다. 문 후보는 8% 경제성장, 일자리 500만개, 평생학습 체제 등 성장과 분배가 어우러진 공약을 내걸었다.

그러나 이들 '장밋빛' 공약을 회의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다. 비정규직, 그 중에서도 특히 '간접고용'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어떤 대선후보도 간접고용 문제에 대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비판한다. 또 "표를 의식해서인지 '비정규직 철폐'만 외친다"며 분개한다.

간접고용 노동자에게 "비정규직 철폐"는 썩 달갑지 않다?

일부 대선후보들이 "비정규직 철폐"만 부르짖는다고 기분이 언짢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다? 쉽게 이해되는 말은 아니다. 안정된 일자리를 만들자는데 동의하지 않을 비정규직 노동자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애환을 들어보면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며 고개를 끄덕일지 모른다.

여기 "간접고용 문제를 대선의 핵심 의제로 설정해보고자"하는 희망을 갖고 있는 6명의 노동자들이 있다. 이들 대부분은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회사'를 상대로 맞서고 있다. 이들은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지하 강당에 모였다. 2007대선시민연대가 마련한 두번째 표적집단인터뷰(FGI, focus group interview)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이날 참석자는 롯데호텔 윤금옥(전국여성노동조합서울지부 조직국장), 코스콤 김호겸(코스콤비정규지부 정책국장)·김유식(대외협력국장 겸 대변인), 기륭전자 김소연(금속노조 기륭전자 분회장), 서울특별시도시철도공사(5~8호선) 박연자, 그리고 전국여성노동조합연맹 위원장 이찬배씨. 모두 파견·외주·용역전환 등으로 고용불안에 시달린 간접고용 노동자들이다.

"롯데호텔, 약한 여성 노동자들 죄다 외주화시켜"

김소연씨 "투쟁한지 벌써 800일이 넘었네요." (쓴웃음)
참석자 (입을 모아) "이제는 100일 싸웠다면 어디 가서 명함도 못 내밀어요!" (웃음)

참석자들은 서로 농담을 주고받으며 첫 만남의 어색함을 풀어나갔다. 그러나 그들의 미소에는 서글픔이 묻어났다. 다음은 각 참석자의 이야기를 종합해 인터뷰를 재구성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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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호텔 간접고용 노동자로 일해온 윤금옥씨 ⓒ 안윤학


[윤금옥씨]
윤씨는 지난 1998년 롯데호텔에 비정규직 룸메이드로 입사했다. 그러다 2001년께 회사로부터 용역업체로 '이직'할 것을 강요받았다. 호텔방을 정리하는 등 업무에는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직접고용에서 간접고용으로 전락한 것. 4시간 동안 일해 받던 38만원의 급여는 차츰 감소했다.

애초 직접고용일 당시 50만원이던 복리후생비도 용역으로 전환된 뒤 20만원, 8만원으로 차츰 줄었다. 이 과정에서 윤씨는 노조를 결성했다. 그리고 근로환경 개선을 위해 뛰었다. 그러나 회사측은 핵심 간부를 해고함으로써 노조 활동의 싹을 잘랐다. 윤씨는 "한 간부는 18년간 근무하고도 달랑 한 개의 문자메시지를 통해 해고통지를 받았다"고 전했다.

롯데호텔은 지난 6월에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불러 "30일까지 사직서 및 용역 전직 동의서에 서명하라"고 강요해 직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대해 윤씨는 "원청(롯데호텔) 입장에서는 인건비가 절감되기 때문에 용역전환을 지속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윤씨는 여성 노동자로서 겪는 어려움에 대해 토로했다. 그는 "룸메이드는 대부분 여성이 담당하는데, 회사가 이들 힘없는 여성 노동자들을 외주화시킨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여성 근로자는 남성의 보조용으로 취급당한다"고 덧붙였다.

[김유식·김호겸씨] 두 김씨가 일하고 있는 코스콤은 한국증권선물거래소의 자회사로 증권시장의 IT 인프라 구축 업무를 맡고 있다. 현재 기획예산처로부터 '기타 공공기관'으로 분류돼 있다. 그러나 이들은 코스콤이 아닌 한 도급업체 소속이다. 이 회사 근무자 1000명 중 500여명은 이들처럼 파견 근로자이다.

코스콤은 이른바 '비정규직 보호법'의 시행(7월)을 앞두고 차별시정 조항을 피하기 위해 근로자들에게 다른 용역업체와 계약할 것을 강요했다.

두 김씨는 "한 사무실 내 직원들이 모두 같은 일을 하면서도, 회사측이 각 도급업체 별로 칸막이를 만들어 '불법 위장도급'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또 "동일 업무를 함에도 도급업체별 임금이 다르고, 이 임금 차이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른다"고도 했다.

실제 코스콤은 지난 국정감사를 통해 '불법 위장도급'을 하고 있음이 드러난 바 있다.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은 ▲코스콤 간부가 도급업체인 증전이엔지(ENG)의 대표인 점 ▲간접고용 근로자들이 월급을 코스콤으로부터 받는 점 ▲'도급업체' 직원에게 구체적인 업무 지시를 한 점 등을 언급하며 "불법 도급임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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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콤 파견직으로 일해온 김유식(왼쪽)씨와 김호겸(오른쪽)씨. ⓒ 안윤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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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콤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지난 9월 12일 서울 여의도 한국증권선물거래소 1층 로비를 점거하고 파업에 들어갔다. ⓒ 선대식



감전사고 당해도 계속 일을 해야 할 판

[김소연씨] 김씨는 불법파견을 일삼는 기륭전자와 800일 넘게 싸우고 있다. 지난 2005년 민주노총은 이 회사를 상대로 서울관악노동사무소에 불법파견 진정을 냈고 같은 해 7월 노조를 설립했다. 당시 생산직 노동자 300여 명 중 15명만이 정규직이었고 40여 명이 계약직, 나머지는 모두 파견직이었다.

이어 8월 회사는 노동부로부터 불법파견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회사는 노동자 80여명을 대량 해고함으로써 근로자를 상대로 앙갚음을 했다. 회사측은 지난해 말 불법파견과 관련해 검찰에 기소돼 벌금 500만원을 냈을 뿐이었다.

김씨는 "기륭전자가 불법파견을 거듭하는 이유는 회사측이 노동자를 마음대로 해고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가령 자제가 부족하면 일거리가 없어지니 노동자를 해고하고, 자제가 쌓이면 다시 노동자를 고용하는 식"이라고 주장했다

또 그는 "회사가 불법파견을 시작한 2002년 당시 파견근로자의 임금은 60만원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김씨는 "파견 노동자들은 산재사고가 나도 해고가 무서워 아프다는 말조차 함부로 꺼낼 수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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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도시철도공사(5~8호선) 청소 용역 노동자 박연자씨. ⓒ 안윤학


[박연자씨]
박씨는 지난 5월 고압세척기로 지하철 철로를 청소하다 감전 사고를 당해 오른쪽 어깨 인대가 파열됐다. 그러나 11월 현재까지도 수술을 받을 수 없었다.

첫째, 그는 수술비가 없다. 아직 산재처리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감전 사고는 외상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한 뒤 3~4개월이 지나서야 인대가 파열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박씨는 최근에야 산재보험을 신청했다.

둘째, 해고가 무섭다. 해당 용역업체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3일 이상 결근했을 경우 해고통보를 한다. 박씨는 아직도 아픈 몸을 이끌고 지하철 역사를 청소하고 있다.

박씨는 "용역업체측이 올 연말 '50% 가량 인원감축을 하겠다, 30%를 자르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면서 "지하철 역을 자기 방처럼 청소해왔는데 누가 잘릴지 모르니 노동자들은 날마다 불안에 떨고 있다"고 털어놨다.

한편, 청소 용역업체(하청)의 경우 서울도시철도공사(원청)와의 계약이 끝나더라도 노동자들은 그대로 남아 새로 계약을 체결하는 업체에 소속된다. 하지만 일자리는 늘 불안정하다. 새 용역업체와 서울도시철도공사측과의 계약 내용에 따라 임금 및 고용 인원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간접고용 이 지경인데 기업측을 옹호한다?"

이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간접고용은 ▲ 저임금 ▲ 열악한 노동환경 ▲ 상시적인 고용불안 ▲ 비인간적인 처우 ▲ 사용자의 불법행위에도 구제받기가 어렵다는 점 등 여러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이들은 직접고용(계약직) 비정규직 노동자들보다 근로조건이 더 열악하다. 게다가 일터를 지킬 수 있을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인터뷰 참석자들은 대선시민연대측이 정리한 각 대선후보의 경제·노동공약을 살펴본 뒤 "현재 어떤 대선후보도 간접고용 문제에 대해 만족할 만한 해법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불만감을 토로했다. 특히 가장 '친기업적'인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이 후보의 노동관에 대해서는 강한 거부감을 타나냈다.

이 후보는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불합리한 차별대우를 해소해야 한다"면서도 그 해법으로는 "투자 확대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들고있다. 지난 7월 한 언론과의 서면인터뷰에서는 "기업의 어려운 사정을 감안해야 한다"며 "우리나라 임금구조와 고용의 경직성 등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기업경영상 상당히 어려운 과제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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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3개월짜리 소모품이었다." 지난 6월 12일 오후 김소연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 분회장이 기륭전자 정문에서 전경과 대치하던 중 피곤한 모습으로 안경을 만지고 있다. ⓒ 오마이뉴스 선대식


이 같은 이 후보의 노동인식에 김소연씨는 책상을 치며 분개했다.

"이 후보는 참 용감하다. 비정규직·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삶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 기업측을 대놓고 옹호하다니. 그의 반노동자적 마인드에 놀랍기만 하다. 기업 안에는 노동자가 있기 마련이다. '경제성장율 몇 퍼센트'를 운운하기에 앞서 누구를 위한 성장인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김유식씨도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노동자에게 지옥 같은 세상이 올 것"이라고 거들었다. 이어 그는 "부의 대부분이 잘 사는 사람에게 가는 현 구조에서 경제성장을 목표치만큼 이룬다 해도 비정규직 노동자는 착취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정치권과 언론이 노동운동을 사회 불순세력이 저지르는 행태로 세뇌시키는 것, 노동자를 구석으로 모는 것만큼은 사라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찬배씨는 "비정규직 철폐, 정규직화 등도 중요하지만 간접고용에 대한 법적 보호 장치를 마련하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원청(회사측)이 사용자로서 간접고용 노동자를 책임지는 인식·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연자씨는 "비정규직 철폐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더라도, 적어도 노동자를 무 자르듯 해고하지는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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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의 규모> 단위 : 천명,%,전년동월대비 (출처: 2007년 8월, 통계청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결과) ⓒ 통계청


또 통계청에 따르면, 간접 고용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은 111만2000원으로(정규직의 55.5%) 직접 고용 노동자(기간제)의 월평균 임금(141만9000원, 정규직의 70.5%)보다 30만원이 적다. 아울러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 127만6000원(정규직의 63.5%)보다도 더 적다. 여기에 퇴직금·상여금·시간외 수당·유급휴가 등을 감안하면, 간접 고용 노동자가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지난 7월 노동부가 실시한 '비정규직 활용전략 사업주 조사 보고서' 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 기업의 절반에 가까운 46.3%가 직접 고용 비정규직직(기간제) 노동자의 담당업무를 외주․파견 등 간접 고용으로 전환하겠다고 응답했다. 몇몇 언론사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

기업 입장에서는 간접 고용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사용자로서 법적 책임을 질 필요가 없고 노동자를 마음대로 '자를' 수 있으며 인건비도 절감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노동자는 어떻게 될까? 문제는 기업이 비정규직 보호법의 입법 취지를 무시하고, 직접 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를 외주․용역 등 간접 고용으로 전환하는 것을 막을 길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 '비정규직' 문제만 있는 것은 아니다. 비정규직 중에서도 간접 고용은 향후 노동문제의 핵심이 될 것이다. 그러나 간접 고용 문제에 대한 대선 후보들의 인식은 턱없이 낮다. 그나마 일부 후보가 '비정규직 해법'이라고 내놓는 공약 안에서도 간접 고용 문제는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 / 이은미

#대선공약 #대선시민연대 #노동정책 #간접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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