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신부와 양홍찬 제주도 강정마을 해군기지반대대책위원장이 바닷가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주빈
두 사람은 한동안 제주 바다만 바라보며 긴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그러다 불쑥 문 신부가 말을 던집니다.
"반대해야 마땅하지, 암. 국방부는 저 아름다운 바다에 해군기지가 들어서면 그것도 관광자원이라고 했다면서요? 말이 되나, 그게 어떻게 관광자원이야? 괴물이지. 여기다 군사기지 만들면 신혼부부는 어디로 가? 제주도로 전쟁 놀음 구경하러 오는 신혼부부가 있겠냐고."
"대통령이 자기 입으로 '제주도는 평화의 섬'이라고 선포했습니다. 그리고 유네스코 자연유산으로 등재되니까 자기 입으로 '제주도는 대한민국의 보석'이라고 말했습니다. 평화 말하면서 군사기지 만들고, 보석 한 가운데 무기 박는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그래도 강정마을 오니까 든든해, 젊은 사람도 많고. 대추리·도두리에선 내가 끝에서 두 번째였어, 하하. 평택 생각하면 지금도 분통이 터져. 세 번씩이나 쫓겨났거든. 힘들게 만들어 놓은 논 285만평을 고스란히 빼앗겨버렸고…."
"열 받을 만 했겠네요. 자기가 일군 땅을 미군기지로 뺏겨버렸으니. 저희들은 제주도에 해군기지가 들어서면 그 후엔 바로 공군기지가 들어온다고 생각합니다. 3개 함대가 주둔할 수 있는 기지인데 해군·공군 합동작전이 현대전의 기본이잖습니까. 최선을 다해 주민들과 막아볼 생각입니다."
그가 다시 절뚝이는 걸음으로 '평화 걷기대회'에 참석한 이들의 뒤를 따라갑니다. 그리고 잠시 후면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또 다른 이가 나타나 문 신부에게 말을 붙입니다. 귀찮은 기색을 할 법도 한데 그는 어린아이처럼 신이 나서 다시 대화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