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결전- 105회(7화 10회)

쿠데타 - 10

등록 2007.11.13 08:34수정 2007.11.13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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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다시 왔어? 너는 그럴 줄 알았쥐이~.”

 

서강대교 진입로를 지키며 차량통제를 하던 소위는 완전히 술에 절어 혀가 꼬부라진 소리로 표신혁과 몰려든 인파를 맞이했다.

 

“좌~ 여러분 여의도에 온 것을 화안영홥니다!”

 

소위는 비틀거리며 직접 바리케이드를 비스듬히 열어 사람들이 지나갈 길을 열어주었다. 소위의 행동에 병사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우왕좌왕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인파의 행렬은 국회의사당 앞에서 막히고 말았다. 언제 동원이 되었는지 국회의사당 앞에는 장갑차와 탱크가 벽을 이루고 서 있었다. 게다가 그들은 앞서 술 취한 소위만큼 녹녹하지도 않았다.

 

“시위대는 해산하라. 우리는 정당한 법질서 확립과 공공의 안녕을 위해 국회의사당을 점거중이며 곧 계엄령이 발동될 것이다.”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지는 말은 시위대를 더욱 자극할 뿐이었다.

 

“저 새끼들이 뭐라고 하는 거야?”

“적반하장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거지!”

 

시위대의 분노는 다음 말에 더욱 극에 달했다.

 

“해산하지 않으면 발포할 수도 있다.”

“어디 쏴봐라!”

“이 군바리 자식들이 미쳤구나!”

 

사람들이 군인들을 밀치기 시작하자 양쪽의 감정은 격해지고 여기저기서 고함소리가 오고갔다. 그 와중에 표신혁은 장갑차 위로 타고 올라가 목이 터져라 외쳤다.

 

“여러분! 잠깐만 진정해 주십시오! 저들에게 우리의 요구사항을 한목소리로 알려야 합니다!”

“넌 뭐야?”

“내려와!”

 

뒤늦게 시위에 합류해 군복을 입고 있는 표신혁을 알아보지 못한 사람들이 소리쳤지만 표신혁은 당황하지 않았다.

 

“전 이 부대에 몸담고 있다가 서울까지 올라 온 후에야 쿠데타 사실을 알고 탈영한 표신혁 일병이라고 합니다! 온당치 못한 행위에 동참하기 싫어 이렇게 올라왔습니다!”

 

도처에서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고 이윽고 그 박수소리는 점점 커지더니 앞에서 소리치며 실랑이를 벌이던 사람들의 고함소리마저 묻어버리고 파도처럼 번져 나갔다. 멀리 뒤에서 표신혁을 알아본 부대 고참들은 그를 그저 멍하니 바라볼 따름이었다.

 

“지금 이곳에 와 있는 장병들은 아무 영문도 모른 채 쿠데타에 동원되었습니다! 이런 음모를 꾸민 자들은 지금…”

 

순간 날카로운 총소리와 함께 표신혁이 장갑차 위에서 굴러 떨어졌다. 사람들의 비명소리와 함께 총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경수는 영희의 도움을 받아 땅바닥에 쓰러진 표신혁을 들쳐 업고 내달리기 시작했다.

 

“와, 미친놈들 쏘란다고 진짜 쏘냐!”

 

차가 있는 곳까지 달려와서 녹초가 되어 쓰러진 경수는 표신혁을 내려놓고 뒤늦게 그의 상처를 살폈다.

 

“저… 괜찮아요.”

 

표신혁은 인상을 찡그리며 허리를 일으키려다가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경수가 살펴보니 표신혁의 몸에는 총에 맞은 상처는 전혀 없었고 장갑차에서 떨어지는 바람에 접질리기라도 했는지 오른쪽 발목이 퉁퉁 부어 있을 따름이었다.

 

“어휴! 오빠, 사람까지 업고 뭐가 그리 빨라.”

 

뒤늦게 영희가 숨이 턱까지 차서는 달려왔다. 사실 경수 자신도 자신이 어떻게 사람을 업고 먼 거리를 달려갈 수 있었는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난 이 사람이 총에 맞아 죽어간다고 생각했거든.”

 

경수의 말에 표신혁이 쓴웃음을 지으며 씩 웃어보였다.

 

“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일단 병원부터 가죠.”

“아니요. 별로 다친 것도 없고 군복을 입고 병원에 갔다가는 위험할지도 모르니 일단 집으로 데려가 주실 수 없겠습니까?”

 

표신혁의 요청에 경수와 영희는 눈을 크게 뜨고 서로 얼굴을 마주보았다.

덧붙이는 글 | 1.두레마을 공방전           
2. 남부여의 노래              
3. 흥화진의 별              
4. 탄금대              
5. 사랑, 진주를 찾아서         
6. 우금치의 귀신       
7. 쿠데타      

2007.11.13 08:34ⓒ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1.두레마을 공방전           
2. 남부여의 노래              
3. 흥화진의 별              
4. 탄금대              
5. 사랑, 진주를 찾아서         
6. 우금치의 귀신       
7. 쿠데타      
#소설 #결전 #쿠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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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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