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안에 뚝딱 만들어낼 수 있는 담백한 무생채 나물.
조명자
4계절 중에서 무맛이 가장 좋은 계절은 지금이다. 오동통한 항아리 모양의 조선무. 몸통 길이의 절반 가까이 싱싱한 초록색으로 물든 무는 달콤한 무즙과 사각사각한 육질로 어느 과일 맛 못지않은 풍미를 가진 훌륭한 먹거리다.
배추가 아니라 ‘금추’라는 배춧값보다는 덜 하지만 5개 묶은 무 한 단이 3500원이라고 했다. 얼추 계산해 작년보다 적어도 천원 가까이 오른 값이다. 오일장에 나오는 농산물 중 가장 싱싱한 것이 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른 농산물은 농수산 도매시장에서 떼어 온 것이 많지만 무는 농사를 지은 농부가 직접 뽑아오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KFC 할아버지처럼 가운데 배가 불뚝 솟은 몸통에 황토가 묻어있다. 장날에 맞춰 아침 일찍 뽑아온 것이 분명하다.
망설이지 않고 한 단을 집어들었다. 집에 가져가 깍두기도 하고 무생채도 하고, 무국도 끓여 먹고. 무를 이용한 요리는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시간이 없을 때 뚝딱 만들 수 있는 반찬. 그야 말할 것도 없이 무생채 나물이다.
흐르는 물에 쓱쓱 씻어 반으로 쪼개 채를 썰었다. 그런 다음 고춧가루와 액젓(멸치액젓이나 까나리액젓)을 섞어 맛을 내고 마늘, 파, 풋고추 몇 개로 맛을 낸다. 시원하고 달콤한 무맛을 살리자면 그 외의 양념은 사족이 된다. 그래서 후추, 깨소금, 참기름 등의 양념은 넣지 않는 것이 더 좋다.
반찬 하나 만드는데 5분이 채 안 걸렸다. 소금으로 절여 갖은 양념을 넣으면 싱싱한 무맛이 사라지니까 소금간은 별로다. 썰자마자 액젓으로 후다닥 무쳐내는 즉석 무생채. 손님 맞을 시간이 빡빡할 때 밥상을 빛내 줄 일등 공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