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육강식의 시장원리는 항상 정의로운가?

극단적인 우향우에 열중하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염려된다.

등록 2007.11.20 11:59수정 2007.11.20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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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경제를 걱정합니다. 특히 시장원리를 신봉하는 경향이 높습니다. 시장만능주의적 사고를 만고의 진리인 양 당당히 말합니다. 시장의 자율이 극대화되면 가장 효율적으로 경제가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 합니다. 이른 바 신자유주의라고 하는 문제많은 사조에 경도되가고 있습니다.

 

시장은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유형무형의 장소입니다. 수요와 공급이 가격이라는 수단에 의하여 적절히 조절되고 균형을 이루어 나갈 것이라는 주장은 허구는 아닙니다. 재화나 용역의 성격상 시장의 자율에 의하여 가장 잘 배분되는 것이 많습니다. 그래서 애덤 스미스의 주장처럼 가격은 보이지않는 손처럼 시장을 조절합니다. 수요와 공급이 가격에 대하여 적절한 탄력성을 가지는 경우는 시장의 자율을 확대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배분을 달성하는 방법입니다.

 

그러나 모든 재화나 용역이 다 그렇게 가격에 대하여 수요와 공급이 탄력성을 가지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것은 가격이 폭등해도 공급이 늘어날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것은 거저 줘도 수요가 생겨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재화나 용역의 경우 사실 시장은 형성도 되기 어렵습니다. 공급이 없거나 턱없이 모자라는 종류, 수요가 없거나 많이 부족한 경우 시장의 배분기능은 무의미하게 됩니다.

 

극단적으로 가격에대한 탄력성을 갖거나 전혀 가격에 반응하지 않는 재화나 용역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재화나 용역의 량에 따라서 구간별로 탄력성이 달라지거나 탄력성의 정도가 모두 제각각입니다. 절대적으로 시장자율에 의하여 효율이 극대화되는 것도 찾아보기 어렵고, 절대적으로 시장의 자율에 의해서는 배분이 불가능한 재화나 용역은 매우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자본주의의 경제는 시장의 자율에 맡기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항상 시장이 자원의 배분기능을 적절히 수행하지는 못합니다.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이 만나서 가격이라는 수단에 의하여 적절히 배분을 해내지 못하는 현상을 시장실패라고 합니다. 이러한 시장실패는 해당 재화나 용역의 고유한 성격때문에 발생하는 경우도 있고, 독과점같은 시장주체들의 반칙에 의하여 촉발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시장실패를 막고 적절한 통제를 가하기 위하여 정부가 필요한 것입니다. 때로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아무도 시장가격으로는 생산하지 않는 것을 정부가 직접 공급하는 일도 합니다. 시장에서 힘을 가진 주체들의 횡포를 막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필요한 경우에는 시장의 자율적 기능에 대하여 통제를 가할 필요가 생겨납니다. 물론 어떤 것이 시장의 실패인지를 판단하는 데에는 다양한 시각차가 있습니다. 하지만 반드시 정부는 있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사회에서는 정부의 역할은 줄일수록 좋고, 시장의 자율은 확대할수록 좋다는 사고가 지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고가 확산되면 약육강식의 먹이사슬에 대한 찬양이 되고 맙니다. 시장에서 가장 강한 힘을 가진 시장주체가 나머지 모두를 집어 삼키고 독점하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우려를 세계시장으로 확대하면 결국 가장 강한 글로벌 기업이 나머지 모두를 집어 삼키거나 지배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국내에 한정해서 보더라도 서민들의 고혈을 짜내서 재벌의 배를 불리는 일이 될 것입니다. 심지어 재벌이 정치권력까지 지배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 삼성의 로비의혹에서 우리는 그런 섬찟한 공포를 느껴야 합니다.

 

사실 경제주체들간의 전쟁터인 시장은 국가간의 전쟁터인 국제관계와 비슷합니다. 국제관계에서 통제없이 서로 힘으로만 경쟁하는 경우를 상상해보죠. 대한민국은 상당히 국력이 강한 나라입니다. 우리가 힘으로 밀어부친다면 상당수의 나라를 식민지로 개척할 수가 있습니다. 불과 몇천명의 군대로 나라를 통채로 집어삼킬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보다 강한 나라들이 몇개 있습니다.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등이 마음만 먹으면 대한민국은 쉽게 지배할 수도 있습니다.

 

지구촌이 전쟁으로 날을 지샌다면 우리는 강대국의 지배를 피할 길이 없을 것입니다. 우리가 비교적 강한 군대를 보유한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사실 평화를 주장하고 있는 것은 식민지 쟁탈전으로는 승산이 없기 때문입니다. 초강대국들의 경우도 종종 전쟁을 일으키지만 마구잡이로 지구촌을 정복하지는 않습니다. 모두가 죽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시장에서의 경쟁도 그와 같습니다. 먹이사슬의 최상단에 속한 시장주체도 사실 약육강식의 시장경쟁을 주장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렇게 해서는 모두가 죽고 아무도 없는 시장에서 주인노릇을 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극단적인 시장의 자율은 결코 옳지 않습니다. 적절한 통제장치가 없는 시장은 최후의 한사람만 남는 전쟁터일 뿐입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시장실패를 좀 더 적극적으로 정부가 해결해 나가야할 때입니다. 시장의 자율이 모자라는 것이 아니라 시장주체들의 힘이 너무 지나치게 강성해졌습니다. 하물며 시장에서의 먹이사슬에서 매우 낮은 단계에 속한 주체들이 시장의 자율확대를 선호하는 것은 자살행위일 뿐입니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좀 더 정부의 시장감시기능을 확대할 필요성이 절실합니다. 시장자율의 확대를 주장할만큼 정부가 비대해진 상황이 아닙니다. 초식동물인 서민들이 초원에서 사냥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요구할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 주장은 사냥에 능한 표범이나 사자가 주장할 것입니다. 서민들은 먹지도 않으면서 과잉된 사냥을 하는 사자를 도태시키자고 주장해야 합니다.

 

우리의 처지는 지금 심각한 상황입니다. 양극화가 심해서 내수기반이 소실되었습니다. 수출이 아니고는 성장할 수 없는 한계상황입니다. 수출증대가 고용에 기여하는 정도도 미약합니다. 고용도 악화되고, 비정규직 비율도 매우 높습니다. 집값은 엄청나게 높고, 사교육비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지금 약육강식의 세링게티 초원을 만들자고 주장할 때가 아닙니다.

 

보수정권의 분배정책이 실패한 결과로 서민들이 살기 어렵다면 이제 진보정치 세력을 키워야 합니다. 그들의 비록 믿음직한 모습이 아니지만 키워서 자리를 잡도록 지원할 때입니다. 나약한 초식동물들이 무자비한 사자들의 편의를 증진하자고 주장해서는 스스로 죽는 길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서민들은 부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치세력을 철저히 배제하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약육강식의 원리는 사자에게는 매우 편리하고 정의로운 것입니다. 그러나 초식동물에게는 종종 잔인한 일이죠. 여러분은 먹이사슬의 최상단에 속한 사람들입니까? 그렇다면 시장의 자율확대를 주장하는 정치세력에게 투표하십시요. 그 반대라면 시장의 반칙을 응징하자는 정치세력을 선택하십시요.

덧붙이는 글 | 노사모에 함께 올립니다.

2007.11.20 11:59ⓒ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노사모에 함께 올립니다.
#시장자율 #우편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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