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희는 마른 침을 꿀꺽 삼킨 후 선팅이 짙게 되어 있는 검은 차가 있는 곳을 슬쩍 외면하면서도 그쪽으로 걸어 나갔다. 영희가 검은 차 곁을 막 지나치려는 순간 차 문이 벌컥 열리며 사내 하나가 튀어나와 영희의 손목을 우악스럽게 휘어잡아 끌어당겼다.
“악!”
영희는 짤막한 비명을 질렀지만 그것이 다였다. 영희를 삼킨 검은 차는 문이 닫히자마자 거친 엔진소리를 내며 골목길을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경수와 신혁이 긴장한 표정으로 털털거리는 차 안에 앉아 있었다.
“형 가자! 놓치면 안돼!”
“걱정 마! 촬영은 잘 되었겠지?”
영희를 태운 검은 차는 서울 시내를 가로질러 나갔다. 이를 뒤쫓는 경수는 몇 번이고 검은 차를 놓칠 뻔 했으나 신호위반도 마다하지 않고 꾸역꾸역 이를 따라 잡아갔다.
“야, 이거 어디까지 가는 거야?”
검은 차는 서울을 빠져나가 외곽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뒤를 쫓는 경수는 슬슬 자기 차가 덜덜거리는 게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이 차는 너무 달리면 퍼질지도 모르는데.”
“으앗! 형! 제발 그런 말도 하지마! 이 차와 내 카메라가 없으면 우린 그걸로 끝장이야!”
신혁은 과장되어 보이리만치 기겁을 하며 비명에 가까운 말을 내뱉었다. 검은 차는 우회전을 해 좁은 도로로 접어들었고 그때부터 경수는 뒤를 쫓는데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여긴 차가 드물어서 너무 붙어 가면 눈치 챌지도 몰라.”
신혁의 주의에 경수는 무뚝뚝하게 답했다.
“알고 있어. 이젠 운을 바랄 수밖에.”
검은 차는 한적한 곳에 위치한 산장 앞에 차를 세우고서는 영희를 끌어 내렸다. 경수와 신혁은 먼 곳에 차를 세워둔 채 조심스럽게 산장으로 다가갔다.
“이제 어쩔 거야? 방안으로 들어가면 무슨 수로 접근할래?”
“영상을 못 잡아도 최소한 음성은 딸 수 있죠.”
“응?! 마이크는?”
“이것도 명색이 방송인데 영상만 딸 수 있나요? 누나한테도 얘기 안했는데 누나 옷 안에 몰래 원격조정 장치를 단 고성능 무선 마이크를 넣어 놨어요. 영상은 전송했으니 곧 생방송에 들어갈 겁니다! 누나가 잡혀가는 것부터 시작해서 추격하는 장면은 지루하니 방송국에서 나중에 적당히 편집해 내보낼 거예요.”
신혁은 무선 이어폰 하나를 경수에게 내밀었다.
“뭐라고 하는지 한번 들어봐요.”
이어폰 속에서는 걸걸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몇 번이나 말해야겠어? 그러니까 네 년 홈페이지 비밀번호랑 사진을 넘기면 된다 이거야.
영희의 목소리도 또렷이 들려왔다.
-저도 몇 번이나 말하지만 김정탄 후보를 만나서 얘기를 나누게 해 줘야 비밀번호와 사진을 넘길 거예요.
-야, 이렇게 시간 끌 일이 아니야. 홈페이지를 비공개로 해놓아도 해킹될 우려도 있고….”
신혁은 경수에게 낮은 목소리로 물어보았다.
“홈페이지가 뭐야?”
“나도 처음 듣는 얘기야. 사진은 전에 영희가 보여준 그 사진인가?”
이어폰 속의 대화는 계속 되고 있었다.
-훗, 그게 그렇게 두려운가요? 해킹 당하면 김정탄 후보에게나 타격이 있지요. 그 분이 내 아버지였다는 걸 거부하는 한 난 입을 열지 않을 거예요!
-이 년이 끝까지 헛소리 하네! 너 죽을래?
사내의 위협적인 고함소리가 이어폰과 창밖으로 크게 울려 퍼졌다.
“야 이거 바로 저 창문인가 본데 좀 더 가까이 가서 찍을 수 있지 않을까?”
경수의 말에 신혁은 카메라를 들고 살금살금 창밑으로 다가가 아주 조심스레 고개를 들어 안을 살펴본 후 손짓을 했다.
“형, 이리 와도 될 거 같아. 카메라 각도도 죽인다.”
경수는 신혁이 한 대로 조심스레 다가가 고개를 서서히 내밀어 안을 들여다보았다. 덧붙이는 글 |
1. 두레마을 공방전
2. 남부여의 노래
3. 흥화진의 별
4. 탄금대
5. 사랑, 진주를 찾아서
6. 우금치의 귀신
7. 쿠데타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