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산호와 달고기연산호옆을 달고기가 지나고 있다. 수심30미터.문섬 남쪽절벽
장호준
그때 나는 엉뚱하게도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을 했다. 이 좋은 곳을 한 번 보여드렸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물론 엄마에게 이런 내 마음 전했다면 어머니는 이렇게 말씀 하셨을 것이다.
“니나 많이 해라, 이눔아. 이 미친눔아.”
그러나 나는 다시 내 친구들을 생각했고, 내가 아는 사람들, 그리고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을 생각했다. 물론 보여주고 싶어서다. 나 혼자 하기엔 너무 아까워서다.
다이버끼리 말을 나누고 있다. 비 다이버도 한 명 끼어 있다. 물론 이 비 다이버는 나이트다이빙을 모른다.
“어제 나이트 다이빙 했다며?”
“했지.”
“한 탕밖에 안 했나?”
“응.”
“두 탕하지, 하는 김에 하면 돈이 좀 덜 들잖아, 좋더냐?”
이 말을 들은 비 다이버의 얼굴이 벌개졌다. 그리고 나서 그가 엉뚱한 상상을 했던 것을 말로 옮기고 다니는 바람에 한바탕 소동이 난 적이 있다.
나이트다이빙에 필수는 플래시다. 바다 조건의 필수는 조류가 없어야 한다. 그리고 버디(짝)가 있어야 한다. 밤에 들어가는 것이기에 조류에 조금만 사람이 흘러버려도 큰 사고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밤에 플래시를 켜고 바다에 들어간다는 것은 신기하다. 달에 사람이 갔다 온 지 몇 십 년이 흘렀다고 해도 그렇다. 달에는 사람이 우주복 하나 입고 돌아다니지만 바다는 아직 그렇지 못하다. 이는 수압이라는 물리적인 힘 때문이다. 우리는 우주보다 바다를 더 모르고 있는 듯하다.
문섬에서의 나이트 다이빙도 비치다이빙(해안에 들어가는 것)으로 하려면 조심해야 한다. 새끼섬 북쪽의 조류가 보통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간대마다 바뀌는 조류를 다 알기도 어렵다. 나는 몇 번이나 조류에 밀려 섬에 상륙하는 것을 포기하고 배의 구조를 기다려야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