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감도장 논쟁'과 함께, 'BBK 의혹'은 이제 김경준씨의 어머니 김영애씨가 검찰에 제출했다는 '이면계약서'의 진위 여부에 달려 있습니다. 이 감정결과가 'BBK 의혹'의 향방을 좌우하는 것은 물론, 대통령선거에도 엄청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BBK 의혹 수사'는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이 전담하고 있으며, 이 수사팀의 책임자는 최재경 특수1부장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여러 언론에서 언급하고 저 역시 여러 차례 언급한대로, 최재경 부장검사가 '이명박 선대위'의 상임고문을 맡고 있는 최병렬 전 대표의 조카이며, 최구식 한나라당 의원과도 사촌지간이라는 것입니다.
수사책임자의 가족관계 때문에, 논란의 소지가 생길 수도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가족관계'만으로 검사의 수사방향 전반을 단정짓는 것도 곤란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지금껏 어떤 경력과 어떤 사건을 수사했는지를 검토하면서, 정말로 '가족관계' 때문에 '이명박 선대위'와 가까워질 여지가 있는지, 종합적으로 돌아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2001년 특수3부 부부장 시절, <동아일보> 전담 수사검사로 활약
김대중 정권 시절의 '언론사 세무조사'를 기억하실 것입니다. 최재경 검사는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 부부장검사로서, <동아일보>의 수사 전담검사를 맡아 활약한 적이 있습니다. 김병관 <동아일보> 명예회장은,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과 함께 사전 구속영장이 제출된 적도 있습니다.
당시, 김병관 명예회장은 "동아일보 최고지도층이 세무조사 연루돼 국민에게 죄송하다"면서도 "인륜과 국민정서로 볼 때 구속은 원칙에 맞지 않다.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부당하며 언론탄압"이라고 주장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대법원에서는 결국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30억원의 원심이 대법원에서 확정됐습니다.
'언론사 세무비리' 수사에 참여한 것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최재경 검사는 경제관련 사건에서 전문적인 영역을 구축한 검사로 알려져 있습니다. <매일경제> 2001년 6월 21일자 기사 <[전문인] 서울지검 특수부, 대형경제사건 맡아>에 따르면, 최재경 검사는 '내부자거래 규제'에 관한 논문까지 쓴 적이 있을 정도라고 하는군요.
그외에도 김석기 중앙투자금융 사장 외화도피 사건, 한진그룹 탈세 사건 등에 참여하면서, 일가견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BBK 의혹'의 수사책임자로 그가 지목된 것은, '수사경력'과 '영역'을 봤을 때, 자연스러운 일로 보이기도 합니다.
이탈리아에서의 '마니풀리테 수사'를 직접 지켜봤던 경험도 있어
"한번 구속을 하면 기소 때까지 2년 동안 구금돼 조사를 계속 받아야 하고, 수사를 하는 검사가 영장 발부 여부를 직접 결정하다 보니 수사대상인 정치인이나 기업인들이 죽을 맛 아니겠습니까.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자살하거나 자백하는 것밖에는 없었다는 뒷얘기를 그때 들었습니다. 우리나라처럼 구속한 뒤 20일이 지나기 전에는 반드시 기소를 해야 하고, 영장 발부 역시 여러 가지 이유로 점점 어려워지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조건에서 수사가 이뤄졌다는 얘기입니다.
그런 점에서 지금 대검 중수부가 벌이는 수사를 이탈리아 마니풀리테 수사와 평면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까요. 물론 혁명을 한다는 이탈리아 검사들의 열정이 마니풀리테의 가장 기본이었겠죠"
시사주간지 <한겨레21> 2003년 11월 12일자 기사 <이탈리아처럼 막갈 수 있을까?>에는, 법무부 검찰2과장 시절의 최재경 검사가 직접 거론됩니다. 저 말도 최재경 검사가 했던 말입니다.
기사에도 소개됐듯이, 최재경 검사는 "이탈리아에서 마니풀리테 수사가 대대적으로 진행되던 지난 1993년 11월 그는 법무부 검찰국 소속 검사로 '사정 수업'을 떠났다. 세계적인 수사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법무부와 검찰의 판단에 따라 이뤄진 출장이었다. 11박12일 일정으로 이탈리아를 돌아본 그는 마니풀리테가 ‘죽음의 사정’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 까닭을 알 수 있었다"고 합니다.
참고로, '마니풀리테(이탈리아어로 깨끗한 손) 수사'란, 대대적인 부정부패 척결사건을 말합니다. 1992년 2월 17일에 이탈리아 검찰이 집권 사회당 경리국장의 집을 수색하면서 시작됐고, 1천여 명의 정치인과 고위 공직자가 체포돼, 전체 국회의원의 25%인 177명이 검찰의 조사를 받은 사건입니다.
총 6천여 명이 관련수사를 받아, 무려 2,993명이 부패혐의로 체포됐다고 하는군요. 집권여당에 큰 변화를 주면서 정치 신인 중심의 새 정당 '포르자 이탈리아'가 하원 제1당으로 부각되면서, 우파연정읭 새 집권세력이 탄생한 사건입니다.
그런데, 수사과정에서 대기업과 국영 에너지 그룹 회장, 국회의원 들이 잇따라 자살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최재경 검사는 바로 그 부분을 얘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구속에서 기소에 이르기까지의 여유 기간이 길고, 검찰이 영장 발부까지 직접적으로 거론하면서, '대선자금 수사'에 있어 한국 검찰이 가질 수 밖에 없는 한계를 이야기한 것입니다.
물론, 지금처럼 '삼성 뇌물수수 의혹'이 검찰을 강타한 상황에서, 저런 이야기는 설득력을 얻기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한국 검찰이 부패관련 수사에 있어 정치권의 노골적인 압력과 더불어 늘 난국에 빠지는 이유를 직접적으로 거론한 것이기 때문에 흥미롭습니다.
'론스타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에서도 두각 발휘?
최 부장검사 경력의 하이라이트는 지난해 말을 떠들썩하게 했던 론스타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 당시 수사를 직접 진행하며 거물급 금융인사들을 줄줄이 법정에 세웠다.
변양호, 유회원 등 피의자들에 대해 법원이 잇단 영장기각을 내리며 법원과 첨예한 갈등을 빚을 때도 그는 논란에서 비켜서서 묵묵히 사건을 끝까지 이끌고 갔다.
최근 제이유 수사에서도 이부영 전 의원 등에 대한 구속영장이 잇따라 기각됐음에도 불만을 나타내지 않고 묵묵히 전현직 국회의원을 불구속 기소하며 수사를 마무리 지었다.
한 동료 부장검사는 "법원이 기준 없이 영장을 기각하는 건 수사를 하지 말라는 얘기나 다름없다. 그래도 최재경이니까 계속 수사하지, 다른 사람이었다면 수사를 이미 포기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헤럴드경제> 7월 10일자 기사 <[TODAY]檢風의 중심에 선 최재경 특수 1부장> 일부
'론스타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이란, 아시다시피 정부가 공적 자금 회수를 명목으로, '부실은행'이라는 명분을 들어가며 정부 보유 주식을 론스타 펀드에 헐값으로 매각했던 사건을 말합니다. 검찰이 집중적으로 파헤치려 했던 부분은 바로 '리베이트성 자금 의혹'이었는데, 법원의 이해가지 않는 영장기각에도 불구하고 잡음없이 마무리했다는 것을 높이 평가받고 있다는 부분입니다.
물론 '불구속 기소'에는 당시에 이해하기 어려웠던 '법원의 영장 기각'을 비롯, 뭔가 정치적인 냄새가 나는 부분이 적지 않지만, 최대한 매끄럽게 수사를 지속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제이유그룹 주수도 회장의 금감원·공정위 등에 불법로비자금을 뿌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던 '제이유그룹 정관계 로비의혹 사건'에 있어서도, 총지휘했던 김홍일 서울중앙지검 제3차장검사 아래에서 사건을 마무리지었던 경력도, 눈여겨볼만 합니다.
정상명 검찰총장의 신임 두터워 'BBK 의혹 수사' 맡은듯
<헤럴드경제> 7월 16일자 기사 <[TODAY]檢風의 중심에 선 최재경 특수 1부장>에는, 최재경 특수1부장이 특별수사팀 책임자가 된 과정이 거론돼 있습니다.
"휴가 중에 미안한데, 지금 당장 들어오게"
6일 아침, 여름 휴가차 시내 극장에서 모처럼 영화를 보고 있던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최재경 부장검사는 다급하게 걸려온 정상명 검찰총장의 전화를 받고 지체 없이 입청했다.
지난 4월부터 시작된 제이유그룹 정관계 로비의혹 사건을 마무리 짓고 오랜만의 망중한을 조조영화를 보며 즐기던 최 부장의 휴가는 끝나버렸다. 곧장 대검으로부터 한나라당 유력 대선주자들과 관련된 고소.고발 3건을 수사하라는 명령이 최 부장에게 떨어졌다.
이튿날인 7, 8일 출근한 최 부장은 사건 개요를 파악하는 한편, 특수1부 소속 검사를 비롯해 특수2부, 금융조세조사부, 첨단범죄수사부에서 검사들을 지원받아 사실상 특별수사팀을 꾸렸다.
지난해 말 "대선주자들이 용틀임하고 있다. 검찰이 바빠서는 안 된다"던 정 총장의 입장이 지난 2일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고, 검찰이 적당주의나 소극적인 자세로 임해서는 안 된다"로 뒤바뀌면서 최 부장은 휘몰아치는 대선정국의 핵으로 서게 됐다. 유력 대선후보들을 검증하게 될 최 부장에 대한 정 총장의 신임은 절대적이다. -<[TODAY]檢風의 중심에 선 최재경 특수 1부장>의 일부
한나라당 최병렬 전 대표의 조카임에도 불구하고, 최재경 특수1부장이 'BBK 의혹'의 수사책임자가 된 이유에 대해 서술한 부분으로 보입니다.
앞서 언급했던 그의 수사경력이나 '마니폴리테 수사'를 거론한 <한겨레21> 기사를 감안한다면, 정상명 검찰총장의 개인적 신임과 감안했을 때도, 일리는 있어 보입니다. 그리고, 그는 지금도 특수수사팀의 책임자로서 사건을 진두지휘하고 있습니다.
최재경 검사, '불안요소'도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최재경 검사에 대해 '정치색이 옅다'는 평이 오가는듯합니다. 저 경력들, 정국의 방향과는 관계없이 수사의지를 이어간 부분도 분명히 느껴집니다.
하지만, 최재경 검사는 '이명박 후보 도곡동 땅 차명보유 의혹' 수사에도 참여한 적이 있는데, 그 당시의 검찰수사 결과가 미심쩍었던 일면이 있었습니다. "차명이란 사실만 확인하고 실소유주가 누구인지 확인하지 않아도 고소·고발 사건은 처리할 수 있었다"는, 10월 29일 국회 법사위 서울지검 국감에서의 안영욱 서울지검장의 답변에서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중간수사결과에 대해 일부 언론들은 "정치적 줄서기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실제로 이명박 후보의 한나라당 대선후보 선출 확정 한달 이후만에 "그렇다면 실소유주는 누구냐"는 의문점을 남긴 채 서둘러 종결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은 '제3자'를 거론한 수사결과와 '후보 경선 이전 중간수사결과 발표'에 대해 '정치공작'이라 주장하며, 정상명 검찰총장과 김홍일 서울중앙지검 3차장, 최재경 특수1부장을 직권남용과 공직선거법 위반혐의로 내일 대검에 고발하겠다고 밝힌 적도 있습니다.
깊어지는 의혹, 최재경 특수1부장은 '주홍글씨'를 이겨내야
사실, '도곡동 땅 차명보유 의혹'에 대해 명확한 수사결과가 발표되지 못한 점에 대해 검찰에서는 "관련자들이 조사에 제대로 응하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이었기 때문"이었다는 주장도 전개하고 있습니다.
김경준 씨 귀국이 중요한 이유는, '도곡동 땅'에서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사건'에 이르기까지, 김경준씨는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현재로서는 최재경 검사가 '도곡동 땅 차명보유 의혹'에 이어, 다시 한번 딜레마에 빠졌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BBK의 실소유주는 이명박 후보였다"는 결과를 발표하면, 한나라당은 다시 한번 '검찰의 정치공작'을 주장하며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도높은 반응을 내보일 것입니다.
반대로, "BBK는 이명박 후보와 무관하다"는 결과가 발표되면, 이명박 후보에게 비호감 의사를 표하고 있는 국민들이나 '반이명박' 성향의 정치세력 역시 만만치 않은 반응을 보이겠죠. "친인척 관계를 의식하며 한나라당에 줄을 서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집중적으로 오갈 것입니다.
우리는 25일에, 이명박 후보 측의 심상치 않은 두가지 반응을 목격했습니다. 한나라당 홍준표 클린정치위원장은 아직 검찰의 수사가 진행중임에도 불구하고 "김경준씨가 제시한 '한글 이면계약서'는 위조"라고 못박으면서 "BBK 주가조작 사건의 종결을 선언"했습니다. 한나라당 클린정치위원회가 국가의 사법기관은 아닐텐데, 검찰의 존재를 무시하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오갈 수도 있는거죠.
그러면서, 이명박 후보는 '출마의 변'에서 "BBK와 관련된 불법행위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BBK와 무관하며 주식은 단 한주도 소유하지 않았다"는 주장과 분명히 달라진 것입니다.
이장춘 전 외무부 대사의 '명함 공개'나 "김경준 일가의 주장을 더 신뢰한다"는 수치가 더 많았던 여론조사 결과, 각종 언론 인터뷰에서 'E-뱅크'와 'BBK'를 이명박 후보 스스로 언급하는 경우도 많았으며, '인감도장 논쟁' 역시 한나라당 스스로가 혼선을 빚으면서 촌극을 유발하는 등, 현재 상황이 한나라당에 불리하다는 것을 감안한 것 같습니다.
특히나 홍준표 클린정치위원장의 '사건 종결 선언'은 검찰을 향한 일종의 정치적 압박으로 보입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한나라당이 원치 않는 수사 결과가 나올 경우에는 본인들이 개정한 '개정선거법'과 각종 수단을 총동원해 강력한 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점은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점입니다.
최재경 특수1부장은, 다양한 경제사범 수사를 통해 경력을 쌓아왔고, 이탈리아에서의 '마니풀리테 수사'를 직접 목격하면서 한국 검찰의 한계를 이야기해왔습니다. 대체로 수사의지가 강하다는 평도 많아보이며, 정상명 검찰총장의 신임도 그런 이유에서 비롯된 것 같습니다.
우리는 그가 '이명박 선대위 최병렬 상임고문의 조카'라는 주홍글씨를 어떻게 이겨내고, 어떤 수사결과를 이끌어낼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후보와 한나라당에 유리한 결과를 내든, 불리한 결과를 내든, 그가 철저하고도 엄격한 수사를 통해 고뇌에 찬 수사결과를 발표하기를 기대하는 수 밖에는 없어보입니다.
모든 칼자루는 그가 쥐고 있습니다. 그럼으로써 그의 앞에 펼쳐질 것들 역시 그 스스로가 이겨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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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렬 조카' 최재경 특수1부장, 그는 어떤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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