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전방의 모습최전방 철책의 모습. 철책 아래로 보이는 개활지가 바로 DMZ(비무장지대)로 수색부대 장병들이 수색작전과 매복작전을 벌이는 곳이다. 이곳은 겨울이 되면 다른 어떤 곳보다도 추운 곳으로 추위와의 싸움이 무엇보다도 극복해야 할 제1의 과제이다.
국방화보
통문 앞에서 다시 인원을 확인하고 난 뒤 소대장의 지휘 아래 정찰로를 통해 매복지점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소대장의 수신호에 따라 한참을 이동해 마침내 매복지점에 도착했다.
움푹 파여진 매복지에 도착하자마자 대원들은 각자의 자리에 들어가 임무를 수행할 준비를 했다. 나 또한 소대장의 지시에 따라 소총을 거치하고 부여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분주히 준비했다.
모든 준비를 마치자 대원들은 전방을 주시하며 매복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가지고 들어간 온도계를 보니 눈금이 영하 10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러나 체감온도는 불어오는 바람때문인지 영하 20도 정도로 느껴졌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갑자기 전방에서 ‘부시럭’ 거리는 소리와 함께 움직임이 포착됐다. 이곳이 다른 지역이었으면 모르겠지만 몇 년전 교전이 있었던 곳이었기에 대원들은 더욱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모두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소리가 나는 곳을 주시하고 있던 바로 그때! 고라니로 보이는 동물 두 마리가 갑자기 풀숲에서 뛰어나오는 게 아닌가. 순간 대원들은 모두가 움찔했고 즉각 반사적으로 다시 고라니가 뛰어나온 곳으로 총구를 돌렸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다행히 그곳에서는 다른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았다.
그렇게 살 떨렸던 순간은 지나갔고 또 얼마의 시간이 흘렀다.
새벽 5시쯤 되었을까? 대원들은 소대장의 지시에 따라 서서히 철수 준비를 했다. 준비를 마치고 저려오는 다리를 주무르며 매복지 밖으로 나와 서서히 이동했다. 철수는 투입했던 그 길을 따라 그대로 이동했다.
한참을 이동하다보니 저 멀리 통문이 보이기 시작했다. 통문이 보이자 조금씩 긴장이 풀렸다. 마치 승리자가 된 기분이었다고나 할까?
무사히 통문을 통과해 미리 준비하고 있던 트럭에 올라타고 부대로 복귀했다. 부대 앞에는 아직 동이 트지 않은 이른 시간이었지만 다른 수색대원들이 마중 나와 무사귀환을 축하하는 듯 군가를 부르며 박수를 쳐주었다.
대원들의 응원을 받으니 가슴이 울컥했다. ‘전우애’라는 게 바로 이런 것일까. 그렇게 무사히 복귀해서 먹은 아침은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태어나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해 본 동반 매복작전. 비전투병과(정훈병과)로서 이런 귀중한 경험을 하기는 무척이나 어렵지만 무사히 작전을 마치고 나니 평생의 잊지 못할 추억을 갖게 해준 당시 연대장님께 오히려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이 순간에도 나라를 지키기 위해 임무완수에 매진하고 있는 수색부대 장병들에게 다시 한 번 고마움을 표하며 다른 어떤 곳보다 추운 곳에서 군 생활하는 만큼 전역하는 그날까지 건강하길 빕니다.
덧붙이는 글 | 지난 97년 12월 DMZ 동반 매복작전에 동참했던 경험기를 글로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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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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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북과 교전이 있었다구요? 살 떨리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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