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옷인데 왜 가격이 다르지?

인터넷쇼핑몰, 동일 제품 다른 가격 논란... 적정가 측정 장치시급

등록 2007.11.27 23:25수정 2007.12.03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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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주최 '제2회 전국 대학생 기자상 공모전' 응모기사입니다. 홍현진 시민기자는 성균관대학교 영어영문학과 3학년에 재학중입니다. [편집자말]
편리한 인터넷 쇼핑이 '대세'!

인터넷 쇼핑몰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옷, 신발, 가방 그리고액세서리와 같은 패션 관련 제품을 파는 개인 쇼핑몰들이 인기를 누리고 있다. 나 역시 몇 년 전부터 오프라인에서 옷을 구입하는 횟수보다 인터넷을 통해 옷을 구입하는 횟수가 훨씬 더 많아졌다.

물론, '옷은 입어보고 사야 한다'며 인터넷 쇼핑몰을 불신하는 소비자들도 여전히 많다. 또한 오프라인과는 달리 옷을 받아보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불편하다는 소비자들도 있다. 하지만 인터넷 쇼핑몰들은 이러한 단점들을 하나 둘 극복해나가며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먼저, 쇼핑몰들은 옷을 직접 입어보지 않아도 믿고 구입할 수 있을 만큼 '코디 컷'(피팅 모델이 제품을 착용하고 찍은 사진)을 여러 각도에서 찍어 올리고 그와 함께 상세한 설명도 덧붙인다.

또 이미 제품을 구입한 고객들이 '구매 후기'를 사진과 함께 올릴 경우 '적립금'을 주는데 (이 적립금은 후에 상품을 구입할 때 '할인쿠폰'과 같은 역할을 한다) 이 '구매 후기'는 다른 고객들이 제품을 구입할 때 유용한 정보가 된다. 유명 쇼핑몰의 경우 후기 게시판이 매우 활성화 되어 있어 매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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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후기 게시판 구매 후기는 쇼핑몰 이용자들에게 있어 좋은 정보가 되며 매출에도 영향을 미친다. ⓒ B 쇼핑몰


이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 옷을 사면 발품을 팔며 돌아다녀야 하는 단점이 있다. 물론 인터넷 쇼핑몰 역시 '눈품'을 팔면서 이 쇼핑몰 저 쇼핑몰 돌아다녀야 하지만 집에서 컴퓨터 앞에 앉아 클릭 몇 번으로 할 수 있는 것이기에 오프라인에 비할 바가 아니다.

인터넷 쇼핑몰을 자주 이용한다는 대학생 박미향씨는 "온라인에서 구입하면 배송료가 들긴 하지만 오프라인에서 사려면 차비도 들고, 또 여기저기 돌아다녀야 하기 때문에 결국 거기서 거기" 라고 이야기한다. 배송이 느리다는 이유로 애먹는 이용자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쇼핑몰들이 일부로 배송을 늦추는 것도 아니고 또한 저마다 빠른 배송을 위해 애쓰고 있기 때문에 크게 불편하지는 않다.


이런 장점들 때문에 인터넷 쇼핑몰을 '애용'해오던 지난 4월, 내가 자주 이용하던 유명 쇼핑몰 후기 게시판에 충격적인 글이 대거 올라오기 시작했다.

똑같은 옷, 다른 가격...이유는 코디 컷?

그 내용은 현재 쇼핑몰에서 판매되고 있는 옷들 중에서 다른 쇼핑몰과 비교해 보았을 때 터무니없이 비싼 옷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당시 쇼핑몰 이용자들이 제시한 자료를 보면 똑같은 옷인데 적게는 1000~2000원에서 많게는 1~2만 원 넘게 가격 차이가 났다. 게다가 이런 일은 당시 글이 올라왔던 쇼핑몰 뿐만 아니라 다른 일부 유명 쇼핑몰에서도 벌어지고 있었다.

사실 두 쇼핑몰의 옷과 가격을 비교한 사진들을 보면, 옷만 놓고 보았을 때는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피팅 모델이 옷을 입은 사진을 보면 전혀 다른 옷처럼 보였다.

쇼핑몰이 성공하는 데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코디 컷'이다. 아무래도 쇼핑몰의 주 고객층이 여성 고객이다 보니, 유명 쇼핑몰의 경우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예쁘고 분위기 있는 장소에 피팅모델을 세우고는 마치 '잡지 화보'처럼 여러 장의 사진을 찍어 올린다. 때로는 제품촬영을 위해서 해외로 떠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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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디컷을 얼마나 다양하게 그리고 효과적으로 선보이느냐에 따라서 같은 옷이라도 전혀 다른 옷처럼 보인다. 그리고 가격도 왼쪽은 4만9800원, 오른쪽은 6만9000원, 2만원 가까이 차이가 난다. ⓒ 화면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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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코트는 9만2000원, 오른쪽은 7만2000원 ⓒ 화면캡쳐


반면에, 좀 더 저렴한 가격의 쇼핑몰들은 제품 설명에 사진과 코디 컷 몇 장만 있을 뿐이다. 따라서 같은 옷인데도 입는 사람이 다르고(피팅 모델의 외모 역시 중요하다) 또 분위기가 다르다 보니 전혀 다른 제품처럼 보인다.

대부분 쇼핑몰 이용자들의 경우, 동일한 제품이지만 다르게 보이는 두 장의 사진을 비교하면서 모델과 코디 컷이 물건을 사는 데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만약에 좀 더 저렴한 사이트에 있는 동일한 제품을 먼저 봤다면 그냥 지나쳤을 것 같다는 거다. 

이에 대해 대학생 황시현씨는 "똑같은 제품이라고 하더라도 한 쇼핑몰이 다른 쇼핑몰에 비해 그 제품을 좀 더 돋보이게 만들었다면 그 쇼핑몰이 마케팅을 잘 한 것이니 더 많은 이윤을 얻는 것이 당연하다"고 이야기했다. 덧붙여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1~2만 원이 넘게 비싸게 판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쇼핑몰들은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신상품들 중에서 일부만을 골라 판매하는데 이것이 고객들의 취향과 맞아떨어지면 인기를 얻게 된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제품 설명과 코디 컷과 같은 마케팅 역시 쇼핑몰의 성공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물론, 이 모든 것에 들어간 노력에 대해서는 분명 그에 상응하는 이익이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몇 만원이 넘게 비싼 가격은 황씨의 말처럼 '부당하다'. 아무리 정가가 없는 보세 제품이라고 할지라도 '적정 가격'은 존재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가' 없는 보세제품, 가격비교 어려워

또 나를 포함한 많은 쇼핑몰 이용자들은 여러 쇼핑몰을 비교해보고 제품을 구입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지난 4월 그 '사건'이 일어나기까지는 여러 쇼핑몰에서 같은 제품을 각기 다른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만약에 똑같은 제품이 적게는 몇 천 원에서 많게는 몇 만 원까지 싸게 팔린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코디 컷이 예쁘게 나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유명 쇼핑몰의 제품을 구입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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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쇼핑몰 고객이 "같은 제품을 만 원 이상 싸게 파는 곳을 알고 있다"고 하자 다른 고객들이 댓글을 달아 그 사이트를 알려달라 재촉하고 있다. ⓒ 홍현진


브랜드 제품의 경우 가격비교 사이트에서 제품명만 입력하면 각 쇼핑몰(다음 쇼핑, CJ몰, GS 이숍과 같은 종합 쇼핑몰)에서 동일한 제품이 각각 얼마에 판매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보세 제품의 경우 '정가'라는 것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여러 쇼핑몰을 돌아다니면서 정보를 얻지 않는 이상 가격비교를 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 

포털사이트에는 이러한 불편함을 덜기 위해서 만들어진 카페들도 생겼다. 카페의 회원들은 동일한 제품이 여러 쇼핑몰에서 얼마에 판매되고 있는지 알아보고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도록 서로 도와주고 있다. 하지만 계절에 따라, 유행에 따라 쏟아져 나오는 옷들의 가격을 일일이 비교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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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카페 회원들이 동일한 제품임에도 가격 차이가 2만원이 넘게 난다는 사실을 알고 놀라고 있다.


적정 가격 측정 위한 장치 마련돼야

일부 유명 쇼핑몰들의 경우 현재까지도 동일한 제품을 더 비싸게 판매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몇 개월 전 나처럼 그런 사실을 잘 알지 못해서, 혹은 알면서도 일일이 가격비교하는 것이 번거롭다는 이유로 계속 그 쇼핑몰을 이용하고 있다.

이처럼 수요가 계속해서 존재하다 보니 일부 이용자들의 반발과 항의가 있는데도 일부 쇼핑몰들은 계속해서 터무니없이 많은 이윤을 남기고 있다.

따라서 나는 브랜드 제품 뿐만 아니라 보세 제품도 그 가격이 쇼핑몰 이용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소비자들이 가격비교를 해보고 적정한 가격이 얼마인지 판단하고 제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인터넷 쇼핑몰은 더이상 작은 시장이 아니다. 인터넷 쇼핑몰의 수가 늘어나고 또 많은 이용자들이 인터넷 쇼핑몰을 이용하고 있는 만큼 적정 가격 측정을 위한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인터넷 쇼핑몰 #쇼핑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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