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주말이면 등산객을 부른다. 산을 좋아하다보면 주말이면 대개 집에 잘 있지 못한다. 산이 집보다 좋기 때문이다. 도심에 사는 대부분 직장인들은 자연의 품안에 유일하게 안길 수 있는 산을 좋아한다. 산이 거기에 있기에 사람들은 산을 오르고, 산에 오르면 자연과 일심동체가 되기에 산을 좋아한다.
시인 단테 역시 산에 올라 이 세상을 굽어보는 것을 즐기기 위해 높은 산을 자주 올랐다고 한다. 그래서 역사학자 부르크하르트는 단테를 일러 '등산을 위한 등산'을 한 유럽 최초의 인물이라고 평했다. 그 외에도 산을 좋아한 화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등산가로도 이름이 알려져 있다. 이렇게 예술인뿐만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도 산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한다.
금정산은 아무리 강조해도 좋은 천혜의 자연유산이고, 범어사와 금정산은 귀중한 시민의 문화재이다. 그러나 금정산을 오르다보면 숲속이나 으슥한 곳에 등산객이 버림직한 휴지와 각종 술병 등이 발견된다.
휴지와 술병이 발견된 것이 무슨 큰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반대로 정말 이래서는 안되는데 세상이 어떻게 된 것처럼 심각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돌멩이 하나가 문화재와 다름없는 금정산에서 등산객들이 가지고 와서 먹고 난 술병과 음식 찌꺼기가 발견된 것은 심각한 일이다.
산을 좋아하고 사랑해서 산을 찾으면 똑같은 등산객이 되지만, 산을 정말 아끼고 보살피는 사람이 있는데도, 산이 좋아 산을 올라와서 함부로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 때문에 함께 도매금으로, 등산객들 모두 공중도덕을 모르는 시쳇말로 진짜 '원시인'이 된다.
나 하나만 좋다고 쓰레기를 산에다 버리고 가면, 뒤에 오는 사람들이 이걸 보고 치우는 것이 아니라, 쓰레기를 버려도 되는 줄 알고 그에 더하는 쓰레기 더미가 염려되지 않을 수 없다.
밖에는 산들이 어두움 속에 잠겨 있다.
그러나 그것들은 이미 산이 아니다.
그것들은 접근을 계산하지 않으면 아니되는
보이지 않는 강국들이다.
- <인간의 대지>에서, '생텍쥐페리'
2007.11.27 10:47 | ⓒ 2007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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