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부모님 병을 핑계로 줄행랑을?

<정말 다 내 탓(20)?>

등록 2007.11.28 14:57수정 2007.11.28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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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적인 일자리를 찾아서 갈 필요가 있지, 공무원이 되겠다는 소극적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 기사를 보니 이명박 후보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옳은 이야기다. 그러나 왜 다들 그런 소극적 생각에 매달릴까? 몇 년 전부터 시작된 취업난은 해가 가면 갈수록 가중되고 있다. 도전적인 일자리를 찾아가지 않는 젊은이 탓이라는 어른들도 있지만 과연 그럴까? 더 나은 기회를 찾고자 해외로 나온 한 젊은이의 솔직한 이야기를 통해 보다 많은 이들에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의 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취업난이라고 하지만 어떻게든 삶에 도전하려는 젊은이의 모습을 통해 사회가 반성하고 도와주어야 할 부분은 없을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그래서 1부 <그래 다 내 탓이다, 하지만>에 이어 2부 <정말 다 내 탓?>를 연재하고자 한다. 부디 나무를 통해 숲을 그릴 수 있는 작업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기자 주>

 

“아 미안해서 어쩌지.”

 

몇 시간 전 인조인간 선생이 심각하게 얘기하던 꿈이 그냥 꿈일 뿐이라고 말했던 것이 마음에 걸렸다. 미안한 마음에 자양강장제를 사서 인조인간 선생이 강의하는 곳으로 올라가 보았다.

 

그러나 안절부절 하는 모습을 보니 차마 직접 건네줄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인조인간 선생 책상 위에 자양강장제를 올려놓고 수업에 들어갔다. 뒤늦게 얘기를 들은 외계인 선생도 미안한 마음에 어쩔 줄 몰라 했다.

 

외계인 선생도 인조인간 선생 꿈이 ‘개꿈’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기 때문이었다. 다들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너무 쉽게 말한 것 같아 개운치 않은 기분을 떨쳐내기가 힘들었다.

 

다음날 얼굴을 보면 ‘미안하다고 해야지’라고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출근 시간이 되어도 인조인간 선생이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가지 선생에게 물어보았다.

 

“인조인간 선생님 어떻게 되었어요?”
“아, 모르셨어요. 오늘 아침에 한국으로 갔어요.”
“예?”

 

비록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졌다고는 하지만 자신이 맡고 있는 강의가 있는데 그렇게 가버려도 되는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주 간 거예요?”
“예. 오늘 아침에 가서 공항까지 바래다주고 왔어요.”

 

남아 있는 다른 선생들이 인조인간 선생의 몫까지 맡아서 하기야 하겠지만 어쩐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학원 입장에서 운영에 차질을 빚을 것이 분명한데 아버지가 아프다 한들 바로 짐을 싸서 나갈 수 있게 해주었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런데 그보다 더 이상한 얘기를 들었다.

 

“아까 인조인간 선생이 탔던 차 기사한테서 전화 왔는데, 우리 학원에서 전화 왔었다네요. 그 여자 어디서 내렸냐고? 그래서 그 기사가 내 고객이라서 함부로 말해줄 수 없다고 했더니 그 여자 돈 떼먹고 도망친 거라고 말해달라고 그랬데요. 그래서 제가 절대로 말해주지 말라 그랬어요.”(중국은 택시 이외에 승합차 등 개인이 영업하는 이른바 ‘빵차’라 불리는 불법 영업 차량 등이 많다. 외국인들이 자주 사용한다. 바로 그 차 기사를 말함.)

 

인조인간 선생을 배웅했던 가지 선생이 내게 들려주었던 말이다. 경악을 금할 수가 없었다. 행선지를 파악하려고 자기 직원을 도둑놈으로까지 몰다니, 이럴 수가 있나. 인간적인 배신감이 강하게 밀려왔다.

 

“이야, 정말 이 사람들 보자 보자 하니까 너무 한 거 아닌가요?”
"그러니까요, 저한테도 인조인간 선생 공항에서 내린 거 아니지 않냐고, 여기 있는 거 다 안다고 그렇게까지 말했었어요."

 

가지 선생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화가 났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무언가 미심쩍은 느낌이 들었다. 왜 학원에서는 앞으로는 보내준다고 해놓고서 뒤로는 다른 생각을 한 것일까? 원인 없는 결과는 분명히 없는 법이다. 분명 학원에서는 인조인간 선생의 행동이 앞뒤가 맞지 않는 점이 있다고 본 듯했다.

 

다시 생각해보니 전날 인조인간 선생이 펑펑 울었던 것도 그리 가슴에 와 닿지가 않았다.

자신이 타지에 있을 때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면야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겠지만, 위중하다는 그 말 한마디로 마치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처럼 눈물을 펑펑 쏟아낸다는 것은 다소 과한 것 아닐까 싶었다.

 

그러면서 순간적으로 든 생각이 ‘설마 부모님을 팔아 이 학원에서 나가려고 한 것이었나?’이었다. 올 때부터 학원 분위기가 그리 좋지 않았고, 때문에 인조인간 선생도 술을 마실 때 종종 ‘유자차를 주면 내가 도망친다는 뜻으로 아세요.’라며 농담을 하곤 했기 때문이다. 또한 학원에서 선생들 여권을 관리하고 있었기 때문에 퇴직 전 여권을 받기 위해서는 어떤 명분이 필요했다. 그래서 그런 연극을 꾸몄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내 추측일 뿐이었다. 또한 다른 사람 아버지께서 위중하시다는 데 그런 의심을 하는 것도 그리 좋은 일은 아닌 것 같아 거기서 생각을 멈추었다. 그런데 여자 원장이 교무실에 들어오더니 대뜸 이러는 것이었다.

 

“인조인간 선생이 입원했다는 그 병원에 아무리 찾아봐도 인조인간 선생 아버지 이름은 안 뜬답니다.”

 

역시 인조인간 선생이 이곳에서 빠져나가고 싶어 ‘한바탕 연극을 했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선생 아버지의 이름까지 알아내어 사실 확인을 해본 학원의 태도였다. 여자 원장은 다소 선생들의 시선이 차가운 것을 인식했는지 바로 말을 이었다.

 

“아, 우리가 병문안이라도 가려고 조회해보라고 했는데, 아무리 조회해보아도 인조인간 선생 아버지 이름은 안 나온답니다.”

 

여자 원장의 이런 말로 보아 학원은 이미 인조인간 선생이 도망갔다고 단정 지은 것이 분명했다. 나 역시 약간의 의심은 해보았지만 단지 내가 너무 예민하게 본 탓이라고만 생각했기에 여자 원장에게 그 말을 듣는 순간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21편에 계속-

덧붙이는 글 | 위에 나오는 인명 및 지명은 모두 가명입니다.

2007.11.28 14:57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위에 나오는 인명 및 지명은 모두 가명입니다.
#청년 취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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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넓게 보고 싶어 시민기자 활동 하고 있습니다. 영화와 여행 책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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