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핵심측근 '주가조작' 회사와 돈 거래"

정봉주 의원, 관련계좌 공개... 이 후보와 관련성 '주목'

등록 2007.11.29 13:01수정 2007.11.29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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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 29일 오후 3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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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봉주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은 29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01년 5월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의 측근 김백준씨의 계좌에서 99억원의 거금이 미국의 유령회사를 거쳐 EBK증권중개로 유입된 흐름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 권우성


2001년 5월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의 측근 김백준씨의 계좌에서 99억원의 거금이 미국의 유령회사를 거쳐 EBK증권중개(이하 EBK)로 유입된 흐름이 포착됐다.

당시 이 EBK의 대표이사는 이 후보라는 게 정봉주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의 얘기인데, '괴자금'의 흐름에 대한 이 후보측의 설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봉주 의원은 29일 오전 서울중앙지검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은 사실을 공개했다.

정봉주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이 제시한 김백준씨-워튼-EBK의 거래흐름. ⓒ 이경태


정 의원이 다스가 미국 법원에 제출한 '엥겔앤드엥겔 보고서'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김씨는 2001년 5월 3일 삼성증권의 미확인 계좌에 있던 98억8937만9095만원을 신한은행 개인계좌로 받은 뒤 이 돈을 미국의 유령회사 '워튼 스트레티지'(Wharton Strategies, 이하 워튼) 계좌로 보냈다. 정 의원측은 삼성증권 계좌가 BBK의 것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로부터 25일 후(5월28일) 워튼 계좌에서 똑같은 금액이 외환은행 EBK증권중개(이하 EBK) 법인계좌로 유입됐다고 한다. 정 의원 측에 따르면, 이 후보가 당시에도 EBK의 대표이사직을 유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또 다른 유령회사 A.M. 파파스의 돈 100억원이 EBK에 증자대금으로 유입된 것은 같은 해 2월말. 5월말에도 이와 엇비슷한 액수(99억원)의 돈이 EBK로 입금된 이유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킬 만하다. 김씨의 돈이 EBK로 유입된 시기는 금감원의 BBK 조사로 김경준씨가 이 후보 측과 결별의 수순을 밟던 시기였다. 


그러나 김백준씨 계좌에 있던 99억원이 EBK로 흘러들어가는 과정에서 워튼이 '중간 창구' 역할을 한 것은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2002년 검찰 수사 결과, 워튼의 계좌는 옵셔널벤처스의 주가조작(가장매매 12차례, 허수매매 14회)에 이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김경준씨가 옵셔널벤처스 횡령금 380억원 중 일부를 다스와 오리엔스캐피탈 등 BBK 투자자들에게 상환할 때도 워튼의 계좌가 이용됐다. 김씨가 어떠한 목적으로 미국의 유령회사에 거액의 자금을 제공했는지는 알 수 없다.

99억원이 김백준씨에게 어떻게 흘러들어갔고, 이 돈이 이 후보가 대표였던 EBK까지 유입된 뒤 어떤 용도로 사용됐는지는 앞으로 검찰이 밝혀내야할 부분이다.

정봉주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이 제시한 워튼의 거래내역. ⓒ 이경태


김백준과 EBK의 계좌가 발견된 경위도 흥미롭다. 정 의원이 이들 계좌의 존재를 알게 된 단서는 다스가 미국 법원에 제출한 엥겔앤드엥겔 보고서에서 나왔는데, 이 자료에는 두 계좌가 '옵셔널벤처스'(OV)의 것으로 '위장'되어 있었다고 한다.

이 계좌들을 수상하게 여긴 정 의원의 보좌진들이 신한은행과 외환은행 지점으로 찾아가 사건 관련자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물어가며 계좌의 주인을 알아봤다. 두 은행의 관계자들은 "김백준(EBK)의 것이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확인해줬다고 한다.

정 의원은 "다스가 김백준 명의 계좌의 존재를 숨기기 위해 해당 계좌를 옵셔널벤처스의 것으로 위장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물론, 김백준씨가 김경준씨와의 사업 청산을 하는 과정에서 김경준씨의 요구로 자신의 이름을 빌려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설령 그렇다고 해도 금융전문가였던 김백준씨가 김경준씨와 법적으로 금지된 '차명거래'를 허락한 이유가 있었을 지가 의문이다.

정 의원은 "검찰이 관련 계좌들을 추적하면 99억원의 정체를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고 검찰에 공을 넘겼다.
#김경준 #김백준 #정봉주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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