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을 따뜻하게 밝혀주는 촛불, 바로 시민기자가 닮아야 할 모습입니다.
이승숙
지난 해 이맘때(2007년 11월 30일)에 있었던 '오마이뉴스 한일 시민기자 친구 만들기' 모임에 갔다가 크게 느낀 점이 있었다. 바로 젊은이들의 도전정신과 힘이었다. 그 날 모인 두 나라의 시민기자들은 10대 고등학생부터 60대 장년층까지 실로 다양한 사람들이 조합되어 있었다. 약 40여 명이 모였는데 20대와 40대가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그런데 참 희한하게도 이 두 부류는 극명하게 대조를 보이는 점이 여럿 있었다. 그 중 하나는 외국어 실력이었다. 40대 중에서도 외국어를 잘 하는 분이 몇 분 있었지만 대부분은 모국어 밖에 할 줄 모르는데 20대는 외국어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 보였다. 그들은 알고 있는 단어 몇 개로도 서로 대화를 나누고 의기투합하기도 하였다.
단어 몇 개로도 의기투합하는 젊은이들첫 날 밤 모든 프로그램이 끝나고 자유 시간이 주어졌을 때 일이었다. 세미나실에서는 두 나라의 젊은이들이 모여서 왁자지껄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었다. 두세 명 씩 서로 어깨를 바짝 맞대고 이야기들을 나누는데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타오르는 열정 때문에 세미나실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런데 가만 살펴보니 말없이 안주를 축내고 있는 사람들은 40대 장년들뿐이었다. 젊은 층들은 말이 되던 안 되든 열정적으로 떠드는데 나이가 한 축 든 이들은 뒤로 물러나서 빈 술잔만 채울 뿐이었다. 그 속에는 외국어를 잘 모르는 나도 끼어 있었다. 괜히 열쩍어진 나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오니 뒷마당에 모닥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는 게 보였다. 벌겋게 이글거리는 모닥불 가에도 사람들이 여럿 모여 있었다. 살펴보니 전부 장년들이었다. 일본의 장년들과 한국의 장년들이 모닥불을 앞에 두고 더듬더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하지만 세미나실의 그 뜨거운 열기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그들의 대화는 이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