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골든벨' 우승자 문형범군이 소설가 서예일씨의 지도를 받으며 작성한 논술 자료의 일부. 문군은 중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 초반까지 서씨의 지도를 받았다.
오마이뉴스 안홍기
'독서 골든벨'의 우승자인 문군은 중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 초반까지 한 소설가로부터 집중적인 논술·독서지도를 받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문군을 3년여 동안 지도해온 '스승'은 강원도 정선출신의 소설가 서예일(44)씨였다.
한 지역일간지 사회부 기자 출신이자 현역 소설가인 서씨는 춘천지역에서 꽤 인정받고 있는 '논술강사'이다. 그는 98년부터 '서예일의 문예창작교실'이라는 이름으로 초·중·고 학생들의 논술·독서를 지도해왔다. 지난 10월 13일 '제2회 전국 청소년 독서논술 토론대회'에서 고등부 으뜸상을 수상한 맹태호(춘천고 1학년)군도 그의 지도를 받았다.
서씨를 아는 한 인사는 "문형범뿐만 아니라 이곳 춘천에서 외국어고·과학고·춘천고 상위권 학생들, 서울대·고려대·연세대에 간 학생치고 서씨에게 독서·논술지도를 안 받은 학생이 없을 정도로 그들의 숨은 스승"이라고 평했다.
서씨는 희곡 <금초>로 등단한 이후 <문학세계>와 <문예사조> 등에 시와 소설을 발표해왔다. <내가 먹은 빨간 사과에는 일곱난장이가 없었다>(2005년), <붉은 벽돌집>(2006년), <유레굴루스>(2007년)의 소설집과 <푸른 고등어>, <새들이 풀잎에게>의 시집을 펴냈다.
서씨는 지난 5일과 6일 이틀에 걸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형범이가 중학교 1학년이었을 때 처음 만나 고등학교 1학년 초반까지 1주일에 두세 번 정도 (논술·독서와 관련한) 수업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한 달 수강료는 7만원에 불과했다"며 "형범이의 경우 가정형편이 어려워 수강료를 못낸 적도 있고 내가 책을 사라며 수강료를 돌려준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씨는 "한국 단편소설부터 <노동의 종말> <과학혁명의 구조> <거꾸로 읽는 세계사> 등 비문학분야의 책까지 독서를 많이 시켰다"며 "동서양고전인 <맹자> <노자> <플라톤> <군주론> 등도 어려운 책이긴 하지만 수업을 병행하며 읽혔다"고 말했다.
그는 "한 권의 책을 읽으면 질의·응답시간을 갖은 뒤 아이들한테 반드시 그날 독후감을 쓰게 했다"며 "나도 그것을 인쇄해 아이들과 함께 보면서 첨삭지도를 했다"고 밝혔다.
<군주론>에서 <노동의 종말>까지... 3년여 동안 약 1000매 분량 글쓰기 서씨가 문군에게 읽힌 독서 목록에는 김유정·김동인·하근찬·박종화의 단편소설에서부터 <국가론>(플라톤), <군주론>(마키아벨리), <연금술사>(파울로 코엘료), <과학혁명의 구조>(토마스 쿤), <노동의 종말>·<엔트로피>(제레미 리프킨), <제3의 물결>(앨빈 토플러) 등 비문학분야까지 포함돼 있었다.
여기에 <맹자> <논어> <장자> <삼국유사>(일연), <백범일지>(김구), <무소유>(법정) 등 고전은 물론이고 <어린 왕자>(생떽쥐베리), <변신>(카프카>, <아큐정전)(루쉰), <테스>(토마스 하디) 등 외국소설도 추가됐다.
서씨는 6일 기자에게 문군이 자신의 지도 아래 중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 써왔다는 논술자료의 일부를 공개했다. 그는 "첨삭지도한 자료를 학생들에게 돌려주기 전에 항상 따로 인쇄해 놓는다"며 "그 원고지 양이 한 트럭분 정도 된다"고 말했다.
문군은 서씨의 지도 아래 1년에 200자 원고지 300매가 넘는 글을 썼다고 한다. 3년여 동안 1000매에 가까운 글을 쓴 셈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그의 글쓰기 실력도 크게 성장했다고 한다.
서씨는 "형범이가 중학교 1학년 때 썼던 글은 일반 학생들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며 "하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책읽는 속도도 달라지고 글도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중학교 3학년에서 고등학교 1학년으로 올라갈 때 쑥쑥 크는 모습이 보였다"고 덧붙였다.
그는 "고등학교에 가면 학교에서 애들을 학교에 잡아두기 때문에 형범이도 고등학교 1학년 중간에 그만두었다"며 "다만 중간중간 자신이 쓴 글을 가지고 와서 나에게 보여주곤 했다"고 전했다.
또 서씨는 "형범이는 다른 학생에 비해서 하고자 하는 의지가 아주 강했다"며 "특히 고등학교에 진학했을 때 전교 1등을 빼앗겼을 때 좌절했을 정도로 지는 걸 싫어한다"고 평했다. 그는 "형범이 어머니가 장래문제, 공부문제 등을 상담하기 위해 세 번 정도 나를 찾아왔다"며 "어머니는 자식교육에 열의가 높지만 평범하고 소박한 분이었다"고 전했다.
왜 3년여 간 논술 지도한 스승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