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자동 쪽방촌 모습
장윤미
두 번째 만난 할아버지도 독거노인이셨다. 이혼을 하시고 아들딸도 있는데 찾으려면 찾을 수 있지만 안 그러시겠단다. 당신이 고생도 많이 시켰고 지금 만나서 마음 불편하게 하긴 싫으시단다. 할아버지는 몸이 아프셔서 언제 죽을지 모른다고 하시는데 방 주위를 둘러보니 약봉지들이 흩어져 있었다.
"이제 일도 제대로 못해. 저기 저 약 없으면 바로 죽는 거야.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고 간에 무리가 가면 바로 쓰러져. 고치려면 간 이식을 해야 하는데 수술이 칠천만원이 든다는데, 뭐."왜 자식들을 찾진 않는지 궁금했다. 그래도 남은 노년생활 좀 더 행복하게 보내실 수 없는 걸까.
"애들… 찾으려면 찾을 수야 있지. 그런데, 뭐 이렇게 되서 찾으면 뭐해. 짐만 되지. 그냥 이대로 있다가 혼자 가면 그만인 거야. 내가 국민연금 탈 게 있는데 나라에서 그걸 안줘. 내가 그 돈 지들 주식하라고 준 돈도 아닌데, 왜 내 돈을 안주는 건지 모르겠어. 그냥 내 꿈은 그거 빨리 받아서 쉼터에 가는 거야. 거기서 그냥 편안히 죽고 싶어."첫 번째 만났던 할아버지가 그러셨다. "아가씨들 나 도와주러 온 거야?" 그 말에, 저흰 복지사가 아니라 직접적으로 도와드릴 순 없고 할아버지들 불편하신거 없나 알아보고 기사 쓰려고 해요. 그러니 "에이,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고 이제 바라는 것도 없어. 그냥 반찬 넉넉히 사게 돈만 조금 더 나왔으면 하지."
괜한 무력감이 생겼다. 이렇게 취재를 다니는 게 자족감만을 위해서가 아닌 건 분명한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는 것이 내가 하는 일에 대한 회의를 불러 일으켰다.
인터뷰를 끝내고 막 일어서려다가 할아버지가 다 낡은 워크맨을 가지고 계시기에 건전지를 갈고 재생시켜 이어폰을 귀에 꽂아 드렸다. 그러니 할아버지는 미소를 감추지 못하시며 노래를 흥얼거리셨다. 그 장면이 아직도 머리에 맴돈다.
왜 가난한 게 억울해서 자살을 하려 했나. 왜 나이든 할아버지가 그 조그만 방에서 움츠려 자야 하나. 방 한 구석에 있던 찬 밥 한 덩이가 자꾸 내 목을 메이게 했다.
수많은 노인들이 자신이 죽은 지도 모를까 걱정돼 추운 날에도 문을 열어놓고 잠든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이건 정말 아니다. 대체 누구의 잘못인건지. 생각을 하면 할수록 끊임없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반성들이 쏟아져 나온다. 이건 정말 아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장윤미씨는 국민대에 재학 중에 있습니다. 이기사는 인권연대 웹진 주간 <사람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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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평 쪽방에 한 달에 17만원, 동자동 쪽방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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