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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 조끼에 달려있는 단추가 떨어져 나간 것을 발견한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기 무섭게 교복 조끼를 내밀며 말합니다.
"조끼에 달린 단추가 언제 떨어져 나갔는지 모르겠어요. 좀 달아주세요."
여기저기 찾아봐도 여분의 단추가 안보입니다. 다행히 지금은 겨울이라서 조끼 위에 마이 하나를 더 걸치고 다니니까 비슷한 단추를 임시로 달아주었습니다.
인공와우를 하고 다니는 이 아이는 물건이 바닥에 떨어지면서 내는 소리에 아주 둔감합니다.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그 물건은 이미 아이의 물건이 아닌 것이 됩니다. 그동안 지갑을 대여섯 번 잃어버린 아이는 이제 지갑을 가지고 다니지 않습니다. 아무리 주의를 기울여도 잘 들리지 않는 소리는 이 찬찬하고 주의력 깊은 아이를 소리에 무신경하게 만든 모양인지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평소에도 그리 일찍 집을 나서지 않는 아이는 그날도 지각을 면할 정도의 시간에 집을 나섰습니다. 아이가 다니는 중학교는 집 앞마당에 있다고 해도 될 정도로 가깝습니다. 학교 후문을 이용하게 되는 등굣길은 좁은 차도 하나만 건너면 되지만 문방구에 볼 일이 있는 날은 사정이 달라집니다.
학교 앞에 있는 문방구는 학교 정문에 있는 큰 도로를 건너야 합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가 몰려 있는 까닭에 신호등을 기다리는 아이들은 생각보다 많고 아이들이 신호등을 건널 때면 그 넓은 차도에 차가 꽉 차 있는 풍경은 이 동네에서 아주 낯익은 풍경입니다.
문방구에 갔다오려면 바삐 행동해야 하는 아이는 한눈 팔 시간이 없었습니다. 마음만 바빠서 서두르는데 버스 한 대가 아이를 향하여 클랙슨을 마구 울리는 것이었습니다. 클랙슨 소리가 강해서 소리는 아이 귀에 들리지는 않았지만 진동은 느낄 수 있었더랍니다.
보통 인공와우를 하고 있으면 그 정도의 소리는 시끄럽게 잘 들렸어야 하는데…. 허둥거리는 아이의 귀엔 어쩐 일인지 소리는 멀고 소리 비슷한 진동이 느껴졌다고 합니다. 그러던던 중 바로 옆에 서서 신호를 기다리는 버스기사와 눈이 딱 마주쳤답니다. 아이와 눈이 마주친 버스기사 아저씨는 아이에게 바닥을 가리켰고 그제사 자기 몸에서 뭔가가 떨어져 나갔구나를 느낀 아이는 아저씨가 가리키는 바닥을 보았고 거기서 자기의 인공와우 기계를 발견했습니다.
그 아저씨가 클랙슨을 눌러주지 않으셨다면 천만 원이 훨씬 넘는 고가의 그 기계는 자동차 바퀴에 깔려서 박살이 났겠지요. 다행히 바닥에 떨어진 기계는 소리를 듣는데 아무 이상이 없었고 약간의 수리를 하고 지금까지 잘 쓰고 있습니다.
오늘 교복 조끼에서 떨어져 나간 단추를 달면서 몇 달 전에 잃어버릴 뻔했던 인공와우 기계 생각이 불현듯 났습니다. 우연한 발견과 그 발견을 놓치지 않고 아이에게 인지시켜 주신 그 고마운 버스기사가 어떤 분인지는 아이의 이야기만 전해들은 터여서 알 수 없습니다.
물론 고마운 마음도 전해드리지 못했습니다. 단추 하나 잃어버린 이 사소한 일을 대하고 보니 고마운 버스기사 아저씨 생각이 납니다. 어쩌면 그 아저씨도 잊고 말았을지 모르는 일이지만 저와 제 아이에게는 잊을 수 없는 그 일이 있고 나서 이 세상은 아직 살 만한 세상이하는 생각이 다시 한 번 들었습니다.
2007.12.14 17:42 | ⓒ 2007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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