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에 '딱 어울리는 전시회'

'예수의 고난을 함께'... 아산갤러리 설산 김대순 화가 초대전 눈길

등록 2007.12.16 20:22수정 2007.12.16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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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산 김대순 화가.
설산 김대순 화가.박성규
설산 김대순 화가. ⓒ 박성규

“주제를 굳이 설명하자면 ‘예수의 고난을 함께’입니다. 성탄절에 어울리는 작품들이죠.”

 

아산 지역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인 설산(雪山) 김대순(58·아산시 배방면 공수리) 화가의 초대전이 지난 4일부터 아산시 배방면 북수리 소재 ‘아산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성탄절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새기고, 의미할 수 있는 전시회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당초 16일까지 열릴 예정이었으나 관객들의 성원에 힘입어 연말까지 연장해서 열린다.


먹과 가시나무, 그리고 삼베, 스티로폼(EPS) 등 다른 화가들이 잘 사용하지 않는 독특한 재료를 이용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으며, 총 30여 점이 전시돼 있다.

 

‘구원의 십자가’, ‘귀한 면류관 받기까지’, ‘주님의 길 따르리라’ 등 작품의 제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종교 색채가 강한 것이 작품의 특징 중 하나다. 또 대부분의 작가들이 2차원적인 표현 방법으로, 평면적으로 단순하게 화폭을 메워 나갈 때 그는 차원을 달리해 3차원적 입체감을 갖고 앞으로 나왔다.

 

그리고 항상 백색의 순결함과 고고함 위에 빨간색과 파란색, 검은색 등 강한 원색으로 내면을 표현하고 있다. ‘예수’라는 백색의 상징 위에 강한 원색채로 예수의 고난을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김 화가의 작품을 감상하다보면 작은 갤러리가 마치 넓은 운동장처럼 느껴진다.

 

김 화가는 “작품에는 실상과 허상이 함께 담겨져 있다. 가시나무, 삼베 등의 재료는 실상이고, 이면에 나타낸 그림자는 허상이다. 허상의 존재는 예수를 뜻한다. 항상 모든 천지의 사물과 함께 하며 우리를 지켜보고, 또 지켜주는 당신…. 성탄절을 얼마 안 남긴 이 시점에 성탄절에 대한 의미를 다시 한 번 살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사랑하나이다(왼쪽)와 금휼의 십자가(오른쪽).
우리가 사랑하나이다(왼쪽)와 금휼의 십자가(오른쪽). 박성규
우리가 사랑하나이다(왼쪽)와 금휼의 십자가(오른쪽). ⓒ 박성규
 오른쪽부터 구원의 십자가, 나를 메소서, 그 길 동참하게 하소서.
오른쪽부터 구원의 십자가, 나를 메소서, 그 길 동참하게 하소서. 박성규
오른쪽부터 구원의 십자가, 나를 메소서, 그 길 동참하게 하소서. ⓒ 박성규


백색의 작품 세계, 그 안에서 예수를 만난다
 
김 화가는 시초부터 여러 색의 사용을 거부하는 흰색-단색-모노크롬의 방법을 채택했다.  그래서인지 김 화가의 작품을 접하면 깔끔·깨끗하면서도 간략한 표현에 쉽게 시선을 고정시킬 수 있지만 고정된 시선이 쉽게 작품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가 표현하고자 한 실체를 이해하기 시작하면 그 깊이에 발길을 쉽게 떼지 못한다.

 

김 화가의 작품은 빛의 각도, 감상자의 위치 등에 따라 조화로움을 이루는 고차원적인 형상의 창조로, 감상자가 자리를 옮겨가며 바라볼 때 미적 체험의 잔상을 던져주는 형상을 느낄 수 있다. 말하자면 시간과 공간 안의 변화를 나타내는 심오한 통찰의 작업이다.

 

작가 임현담씨는 “화가는 경험에서 얻은 의미를 상징 과정을 거쳐 정신 세계를 구축하고, 이것들은 화폭 위에 작품으로 표출한다”며 “그의 작품 활동은 평소 종교적 생활과도 거울처럼 일치했다. 신앙심에 비례한 크나큰 유비(great analogy)로 작품이 형성됐다. 작품 앞에서 질료와 형상을 종합하고 소재와 형식을 관조하면 비례와 반복의 치밀한 배열과 함께 일련의 고통의 상징이 치열하다”고 말한다.

 

또한 “화폭에 펼쳐지는 거칠고 부드러움, 굵고 가늠, 강하고 약함, 돌출과 함몰 등등의 다양한 변화는 비록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프레스코 스타일의 성화가 아니고 비록 각각의 작품이 다양한 변형을 취하기는 했을망정 그림 앞에 선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마치 교회에 들어온 듯 논쟁의 여지없이 이 자리가 어디이고, 이 그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안다”며 “가시면류관을 얹음으로써 분위기를 배가하고 강조하기 시작하지 않더라도 확인할 수 있으니 당연히 복잡한 학문적 교리나 종교적 토론 없는 미학의 영역에서 우리는 작가의 의도대로 고통받는 그 분(예수)을 겸허하게 만나게 된다”고 소개한다.
 

 내가 여기 있나이다.
내가 여기 있나이다. 박성규
내가 여기 있나이다. ⓒ 박성규
 귀한 면류관 받기까지.
귀한 면류관 받기까지. 박성규
귀한 면류관 받기까지. ⓒ 박성규


김 화가의 작품은 화폭에 담아내는 간증
 
김 화가가 작품에 종교적인 색채를 담아내기 시작한 것은 어머님의 유지(遺旨) 때문이다.

김 화가는 “어머님의 유지를 작품에 담았다. 생전 자식이 잘 되길 바라며 하루 하루를 걱정으로 보내셨다. 하지만 그러한 어머님의 뜻을 따르지 못한 죄송함에 지금도 무거운 회한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고 후회스러운 과거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토로한다.

 

전시회의 명제를 달리 표현하자면 ‘어머님을 그리는 마음’이라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신 어머니로부터 모태 신앙을 갖고 태어난 김 화가의 신앙간증으로 풀이할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김 화가는 이번 전시회를 가질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 준 아산갤러리 김수열 관장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김 화가는 “김수열 관장은 충남 북부 서해안에 최초의 상업 화랑으로 문을 연 아산갤러리는 지역작가 발굴 및 신진 작가 양성에 주력하고 있다”며 “아산갤러리는 다양한 실험 미술을 통해 자신의 작품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창의적이고 의욕적인 작가의 후원에 힘쓰고 있다. 오늘 나의 전시회도 이러한 김수열 관장의 후원이 만든 결과”라고
감사의 마음을 나타냈다.

덧붙이는 글 雪山 김대순 화가 약력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회화과 졸업
 -양상전(동덕미술관 79∼82)
 -국전 입선(서울현대미술관 79)
 -서울 현대 미술제(서울미술회관 80∼81)
 -조형전(관훈미술관 81∼87)
 -아미전(온양, 동서증권 83∼98)
 -온양 미협전(아산갤러리 86∼2007)
 -도솔 화랑 초대전(천안, 도솔화랑 85)
 -환경기금마련 작품전(천안, 아라리오화랑 99)
 -2000예우전 동질 그 아름다움(공평아트센터)
 -3도 미술 교류전(구미 88∼2007)
 -당림미술관 초대전(2005∼2006)
 -중앙동문전(천안문화원)
 -개인전 2회(단성갤러리 94, 한경직기념관 2000)


이 기사는 충남 아산 지역신문인 <아산투데이>에도 실렸습니다.
#김대순 #화가 #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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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충남 아산 지역신문인 <아산톱뉴스>에서 편집국장을 맡고 있다. 뉴스를 다루는 분야는 정치, 행정, 사회, 문화 등이다. 이외에도 필요에 따라 다른 분야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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