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검찰은 어떤 증거를 원하는 가?

국민들이 검찰보다 이명박 후보의 발언을 더 믿는 이유

등록 2007.12.17 08:48수정 2007.12.17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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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어떤 증거를 원하는가? 이명박 후보의 “BBK는 내가 설립했고 모든 것은 나의 잘못이다”는 자백이라는 증거를 원하는가? 아니면 국민이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것인가? 새로운 증거나 확증이 나오면 다시 수사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검찰은 사기꾼 김경준의 말인 “BBK의 주식은 100% 나의 것이다”라는 말은 믿으면서, 혐의 없음으로 결론을 내린 이명박 후보의 “BBK는 내가 설립했다”라는 말은 왜 믿지를 못하는 가? 참으로 이해할 수 없다.

 

2000년에 10월 17일, 광운대에서 이명박 후보가 발언한 내용이 파문이 일고 있다. 이 강의에서 이 후보는 “BBK는 내가 설립했다” 그리고 “BBK에서 이미 28.8%의 이익을 냈다”고 호언하면서 “MBC를 비롯한 많은 언론에서 이미 보도가 되었다”고 직접 자랑하고 있다. 이러한 이 후보의 주장은 그 동안 이명박 후보가 주장한 언론의 오보나 거짓보도라는 주장이 허구였음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것이라고 볼 수 있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검찰은 이 후보의 ‘혐의없음’으로 주장한 것의 대부분의 증거는 계좌추적에 의심할 만한 흔적이 없다는 것 밖에 없다. 여기에 김경준의 자백을 결정적인 이유로 제시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김경준의 자백은 김경준이 검찰 수사발표 다음날 변호인을 통해 전면 부인하여 재판과정에 큰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에서 발표한 증거와 정황들은 솔직히 일반 국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증거들이다. 계좌추적은 검찰이나 금융감독원 같은 수사권을 가진 사람만이 접근할 수 있는 영역이다. 검찰이나 금융감독원의 의지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은폐가 가능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전문적인 지식이 있더라도 사건의 실체를 이해하기 어려운 BBK 금융사건의 경우 검찰과 금융감독원의 이해득실에 따라 얼마든지 진실이 왜곡되거나 전혀 다른 방향으로 수사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번 BBK 사건에 대한 수사발표의 핵심도 바로 여기에 있다. 금융거래와 계좌추적이 전부다. 사실 이러한 부분은 일반 국민이 분명하게 이해하기 어렵다. 국민들의 입장에서 더 분명한 것은 바로 그동안 드러난 여러 가지 정황이나 증거들이다. 이명박 후보의 동아일보나 MBC 등의 언론매체와의 인터뷰나 이장춘 전 대사의 명함이나 (주)심텍의 주장들은 매우 신빙성이 높은 증거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검찰은 이러한 증거나 의혹에 대해 전혀 조사도 하지 않았다. 계좌추적에서 자금 거래 흔적이 없기 때문에 수사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래서 국민들은 검찰의 ‘BBK 수사’발표를 믿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60%가 넘는 국민들이 검찰보다 김경준씨의 가족을 더 믿고, 특별검사제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검찰의 발표를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검찰의 수사발표를 액면 그대로 믿는다고 하더라도 이명박 후보에 대한 혐의가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이 후보가 BBK와 전혀 관련이 없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언론 인터뷰나 강의에서 이 후보가 BBK를 홍보하거나 투자를 유도했다면 이것은 BBK 사기사건으로 보자면 분명한 범인과 공조하거나 사기를 조장한 혐의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라는 것이다. 이것 또한 분명한 피의 사실이라고 할 수 있다.

 

검찰에게 분명한 증거는 무엇인가? 국제사기꾼 김경준이 검찰조사에서 말했다고 밝힌 “BBK의 주식은 100% 내 것이다”라는 발표는 믿고, 이 후보의 “BBK는 내가 설립했다”라는 발언은 아무런 조사도 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는가? 심지어는 소환조사도 하지 않고 아예 무시해버린 검찰의 수사를 어떻게 납득할 수 있는가? 검찰이 믿고 있는 이명박 후보의 “BBK는 내가 설립했다”는 발언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책임을 검찰은 면할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최소한 수사는 제대로 하고 혐의 없음으로 발표를 해야 하지 않는가? 그래서 국민들은 믿지 못하는 것이다. 국민들이 어리석어서 이해를 못하는 것이 아니라 검찰이 너무 쉽게 판단하고 쉽게 결론을 내린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지금까지 드러난 의혹에 대해 한 점 부끄럼이 없이 재수사를 해야 한다. 검찰에 의해서가 아니라 특검에 의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 후보 스스로 “BBK는 내가 설립했다”라고 말한 부분을 포함하여, 각종 의혹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내 것도 아니면서 투자자들을 끌어 모아 결국 주가 조작을 통해 투자자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주었다면 이 부분에 대해 이 후보의 책임에 대한 수사도 역시 필요하다.

 

이명박 후보가 특검을 수용하겠다는 의견을 발표한 시점에서 이제 BBK 수사는 검찰의 손을 떠난 것처럼 보인다. 검찰이 이제 할 일은 특검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여 진실이 하루 빨리 밝혀지도록 협조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주장을 번복한 감옥에 갇혀 있는 김경준의 말만 진실이라고 주장하는 검찰의 확신보다 “내가 BBK를 설립했다”라고 주장하는 이명박 후보의 발언을 국민들이 더 믿는 이유를 검찰은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2007.12.17 08:48ⓒ 2007 OhmyNews
#BBK 사건 #이명박 후보 #검찰수사 발표 #김경준 #광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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