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엔 이제 관광버스가 찾지 않는다

서산 간월도, 태안 앞바다 기름유출사고 '후유증'

등록 2007.12.17 10:48수정 2008.01.17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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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월도 사람들이 팔리지도 않는 굴을 까고 있다. 주말이면 평균 100여대가 넘는 관광버스가 들어차고 수백대의 자가용 승용차가 줄을 이었으나 '기름 사태' 이후 발길이 뚝 끊겼다. ⓒ 안서순

▲ 간월도 사람들이 팔리지도 않는 굴을 까고 있다. 주말이면 평균 100여대가 넘는 관광버스가 들어차고 수백대의 자가용 승용차가 줄을 이었으나 '기름 사태' 이후 발길이 뚝 끊겼다. ⓒ 안서순

 

“기름 터진 뒤루 사람덜이 오두 안치먼 와두 소용읎써 무조건 안사, 지름냄새두 안나구 갱기찬으니께 헤먹어보구 사라구 허메 금방 깟 굴을 집어주먼 기겁을 허구 도망가, 이걸 먹으먼 금방 숨넘어가는 중 안다니께”


16일 충남 서산시 부석면 간월도리에서 3대째 굴로 밥을 먹고 산다는 이재교(65) 할머니는 요즘 일어나는 일에 어이 없어 한다.


기름 사건이 터지기 전 하루 40만원에서 45만원어치를 팔았으나 지난 7일 이후부터 썰물이 진 갯벌처럼 관광객들의 발길이 뚝 끊겨 하루 4만원어치 팔기도 어렵게 됐다.


조금 팔 수 있는 것도 이 할머니가 한곳에서 30년 이상 장사를 해와 얼굴이 알려진 탓에 단골이 생겨 그들이 조금씩 사가는 것이다.    


지금 서해안지역에서는 굴과 바지락, 우럭 등 어패류뿐만 아니라 굴젓과 조개젓갈 등 젓갈류까지 팔리지 않고 있다.  서해안산이라고 하면 소비자들이 기겁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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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들이 길가에 어패류를 진영해 놓고 호객을 하고 있다. 가끔 오가는 관광객들은 서해지역에서 난 어패류를 마치 벌레보듯 피해간다는게 상인들의 말이다. ⓒ 안서순

▲ 상인들이 길가에 어패류를 진영해 놓고 호객을 하고 있다. 가끔 오가는 관광객들은 서해지역에서 난 어패류를 마치 벌레보듯 피해간다는게 상인들의 말이다. ⓒ 안서순

 

간월도는 원래 섬이었으나 현대건설이 ‘서산 간척지 사업’을 벌인 뒤 육지가 된 곳으로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홍성 갈산 나들목에서 내려 해안도로를 타고 가면 서해안 최대 관광지인 안면도로 가는 길목에 자리하고 있어 평일에도 외지 관광객들이 북적댔다.


게다가 무학대사가 도를 닦았다는 ‘간월암’까지 있어 서해안을 찾는 관광객들에겐 빠트릴 수 없는 관광코스이기도 해 사철 인파가 들끓었다.


크기라야 0.88㎢에 129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작은 섬이지만  우럭, 돌돔, 굴과 바지락 양식이 6건에 552㏊, 어선이 136척이나 되는 속이 알찬 동네다.


주말에는 봄여름 가을, 겨울을 가리지 않고 토요일과 일요일엔 100여 대가 넘는 관광버스와 수백 대의 자가용 승용차가 100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을 풀어놓아 35개의 횟집마다 들고도 남아 차례를 기다리기도 해야 했다.


그랬는데 기름 사건 이후 관광버스는 끊겼다.


안면도나 태안지역으로 들어가던 관광버스가 기름 범벅이 된 태안을 외면하면서 가던 길목에 있던 이곳은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서산지역 투어에서도 단골로 들어있던 '횟집'이 빠져 있다. 그 많던 버스와 자가용승용차가 무슨 약속이나 한 것처럼 더 이상 오지 않고 있다.


오후 3시가 다되어가는데 ‘마수걸이’도 못했다는 이복순(47)씨는 "누가 와야 물건을 팔지요, 또 오면 뭘 해요(관광객들이), 여기서 나온 수산물을 무슨 벌레 보듯 하는데…."

 

횟집마다 개점휴업 상태다.

 

이런 상태가 계속된다면 문을 닫는 집이 속출하리라는게 주민들의 예측이다.


천수만에는 아직 기름이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천수만 안쪽에 있는 간월도와 창리 어민들도 배를 타고 안면도 영목과 보령 앞바다까지 나가봐도 오염의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는 게다. 그런데 관광객들이 외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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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만 안쪽 간월도의 갯바위는 깨끗하다 썰물이 진 간월도 앞바다에 드러난 갯바위에 이곳 특산인 '굴'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 안서순

▲ 천수만 안쪽 간월도의 갯바위는 깨끗하다 썰물이 진 간월도 앞바다에 드러난 갯바위에 이곳 특산인 '굴'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 안서순

 

주민들은 가장 큰 원인으로 앞서가는 TV 방송과 신문 등 언론 때문으로 여기고 있다.


‘직접 피해를 본 태안이나 가로림만 지역 사람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너무 호들갑을 떨며 피해 사실만 부각시키는 바람에 기름사태와 상관없는 지역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민들은 이 사태가 단기간에 끝날 문제가 아닌 적어도 5~6년은 갈 것이라는 우울한 예상으로 인한 불안이 더 크다.


간월어촌계장 안도근(58)씨는 “주민들과 수차에 걸쳐 대책회의를 해 보지만 대안이 없다”며 한숨을 내 쉬었다.

 

기름피해로 인해 태안지역은 말할 것도 없고 이웃해 있는 서산지역도 2차 후유증이 서서히 다가오며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서산지역은 횟집의 경우 90% 정도가 휴점인 상태이고 바다와 전혀 상관없는 ‘마애삼존불상’, ‘보원사지’, ‘해미읍성’, ‘팔봉산’ 등 유적관광지와 유명산도 그 영향을 미쳐 기름사태 이전에 비해 외지 관광객이 20-30%정도 줄어 든 것으로 조사됐다.

 

서산시 관계자는 이런 현상은 앞으로 나타날 상황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으로 앞으로 더 큰 문제라고 예상하고 있다.

2007.12.17 10:48 ⓒ 2008 OhmyNews
#태안 기름유출 #간월 #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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