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권으로 51개국을 만나보자

[서평]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의 <80일간의 세계 문화 기행>

등록 2007.12.22 17:59수정 2007.12.22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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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부가 2007년 10월 1일 발간한 '2006 관광동향에 관한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외 여행을 다녀 온 내국인 국외여행자수는 2005년대비 15.2% 증가한 1160만여명으로 조사됐다. 올해는 더 많은 사람들이 국외여행을 다녀왔을 것이다. 국민 4명 중 한 명은 국외 여행을 다녀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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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일간 세계문화 기행> ⓒ 청아출판사

<80일간 세계문화 기행> ⓒ 청아출판사

여행이란 단순히 놀이가 아니다. 다른 문화를 영위해가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러 간다. 아무리 세계화 시대이지만 음식, 습관, 역사, 정치, 경제, 사회 모든 것이 다르다. 나와 같은 거의 없다. 그러기에 국외 여행을 갈 때 그 나라와 사람들이 살아온 역사와 문화, 삶의 방식을 먼저 알고 가는 것은 매우 뜻 깊은 일이다. 여행 가지 전에 좋은 책을 만나는 것은 매우 유익한 일이다.

 

<80일간의 세계 문화 기행>은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이희수 교수와 딸이 80일간 떠나는 51개국 문화 기행이다. 그 나라 사람들의 역사, 도시, 문화, 지역을 세밀하고 재미있게 엮었다. 딸과 함께 다니면서 찍은 사진들은 조금 부족한 듯하지만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과 그림이 일치하기 때문에 별 문제 될 것은 없다.

 

이 책이 좋은 점은 이희수 교수 이력이다. 첫 터키 이스탐불 대학 유학, 첫 박사 학위, 첫 현지 대학 교수가 그것이다. 이희수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이슬람 세계를 논할 때 빠지면 안 될정도로 우리에게 익숙한 이슬람 전공자다. 여기에 주목했다.

 

우리는 유럽이나 세계를 인식할 때 서구가 설정해 놓은 여행 자료와 서구 문명과 문화 형성시킨 사상에 알게 모르게 노출되어 있다. 이 인식은 국외여행에서도 다를 바 없다. <80일간 세계 문화 기행>은 일단 이런 인식틀을 깬다.

 

이슬람권은 이슬람 문화와 역사를 통하여 각 나라를 이해하려고 했다. 그리고 각 나라를 소개하면서 그 나라의 좋은점만 부각시키는 것이 아니라 역사와 정치가 다른 나라에는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설명하면서 인간을 말하려고 했다. 이는 매우 좋은 시도다.

 

"이스라엘에서는 여자는 2년, 남자는 3년 동안 군인으로서 활동해야만 합니다. 하지만 싸울 수 있는 사람이 적다는 이유로, 핵무기를 개발하고 첨단 무기로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공격하는 이스라엘의 행동은 분명히 잘못되었지요."(본문 111쪽)

 

여자까지 군대 가는 이스라엘을 말하면서 사람들은 '애국심'을 말한다. 하지만 이스라엘에게는 '애국심'이 될 수 있지만 팔레스타인에게는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도구가 됨을 인식하지 못했다. 작은 비평이지만 우리는 이스라엘을 새롭게 볼 수 있다.

 

특히 'TIP'작은 편집은 각 나라의 습관과 관습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81쪽 'TIP'을 살펴보자. 이슬람에서는 먹지 않는 음식이 무엇일까? 우리는 돼지고기로 알고 있다. 그런데 돼지 고기를 먹지 않는 이유는 잘모른다. 하지만 코란은 조금 다르다. "죽은 고기와 돼지 고기를 먹지 말라. 그러나 어쩔 수 없이 먹을 경우는 죄가 아니다." 이 내용은 율법의 획일적 적용보다는 인간의 생명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이런 내용은 이슬람이 파괴적인 종교로 알고 있는 독자들 시각을 고쳐주는 작은 배려이다.

 

<80일간 세계 문화 기행>은 여행 안내서가 아니다. 어디에 가면 유명한 관광지가 있고, 유적지가 있는지 말하지 않는다.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문화 기행이다. 국외 여행을 다녀왔지만 무엇을 가져왔는지 묻는다면 관광상품 몇 개 뿐이라면 억울하지 않는가? 그들의 역사와 문화, 생각과 사상을 아는 것이 여행의 참 목적이다. 이희수 교수와 이강온씨가 떠난 문화 기행을 우리도 떠날 수 있다.

 

TIP을 하나 소개한다. 마야와 아스텍인들의 인신공양 풍습이다. 마야 사람들은 운동경기를 통하여 이긴 사람이 자신의 심장을 신께 바쳤다. "오! 태양신이시여, 이 팔팔한 심장과 피를 드시고 기운을 얻이 내일 다시 우리에게 떠오르소서!"

 

승자가 자신의 심장을 떼어 내어 신에게 바치는 것도 우리 시각으로 이해할 수 없다. 인신공양 역시 우리 문화로는 도저히 인정할 수 없다. 이희수 교수 생각을 들여다 보자.

 

"식량이 점차 부족해지니, 늘어나는 인구를 조절하기 위해 이러한 풍습을 만들었을 가능성은 없었을까요? 강력한 정치적 위협세력을 제거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일 수도 있고요. 혹은 최고보다는 겸손과 미덕을 가르치는 마야인들의 지혜가 정복자나 승리자의 심장을 요구했던 것은 아닐까요?"(413쪽)

 

인신공양을 말하면서 지금 시각으로 미개한 풍습이라 단죄하지 않고 풍습이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이희수 교수 자신이 답하지 않고 독자들에게 묻고 있다. 과연 인구 조절일까? 강력한 위협세력 제거일까? 승자의 겸손일까?

 

이렇게 생각해보았다. 승자는 분명 제사장은 아니었고, 지배계급은 아니다. 승자는 전사다. 지배계급은 승자의 심장을 요구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위협세력을 제거할 수 있고, 더욱 강력한 지배체제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답은 독자 각자가 내려야 한다. 물론 전문가가 내려 놓은 답이 있겠지만 전문가 정의가 항상 맞지 않음을 알면 자신이 내린 답이 맞을 수도 있다.

 

<80일간 세계 문화 기행>은 여행 소개서와 안내서를 넘어 51개국을 새롭게 만날 수 있는 참 좋은 책이다.

덧붙이는 글 | <80일간 세계 문화기행> 이희수 이강온 지음ㅣ 청아출판사  18,000원

2007.12.22 17:59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80일간 세계 문화기행> 이희수 이강온 지음ㅣ 청아출판사  18,000원

80일간의 세계문화기행 - 아빠와 딸 세계로 가다

이희수 외 지음,
청아출판사, 2007


#문화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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