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김덕룡 의원, 강재섭 대표, 안상수 원내대표가 19일 저녁 서울 여의도 당사 개표상황실에서 제17대 대선 개표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권우성
이명박 후보를 앞세운 한나라당이 17대 대통령선거에서 압승을 거두자 이제 정치권의 관심은 내년 4월 9일 총선에 쏠리고 있다.
92년 이래 네 차례의 총선이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의 선거였다면, 내년 총선은 새 정부 출범(2월 25일) 직후에 실시되기 때문에 사실상 대선과 총선이 동시에 치러지는 효과를 안게 된다.
20~21일 SBS가 <중앙일보> 동아시아연구원과 함께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19살 이상 남녀 21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면접조사에서는 "당장 국회의원 선거일이라면 어느 정당의 후보를 뽑을 것이냐"는 물음에 한나라당이 39.6%로 가장 많았고, 대통합민주신당이 13.5%, 민주노동당이 5.8%, 창조한국당이 3.6%로 나타났다. ('그때 봐서 정하겠다'는 33.5%였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1% 포인트)
대선에서 대통합민주신당을 530만표라는 큰 격차로 물리친 한나라당으로서는 매우 유리한 조건에서 총선을 치를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은 이명박 정부를 뒷받침할 수 있는 안정 과반수를, 대통합민주신당은 개헌 저지선 확보를, 기타 정당들은 비교섭단체 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대선의 판세가 총선에도 그대로 이어질 경우 한나라당이 개헌선을 훨씬 웃도는 압승을 거둘 것이라는 분석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한나라당] '대선 바람' 힘입어 수도권과 영남 독식할 듯이명박 당선자는 한나라당이 대통합민주신당에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였던 수도권(서울·인천·경기)에서 52.2%의 득표를 올려 정동영 후보에 '더블 스코어'로 완승을 거뒀다.
수도권 109개(서울 48, 경기 49, 인천 12) 지역구별 득표율을 살펴봐도 1위와 2위의 격차가 15% 이내로 좁혀진 곳은 14.9% 포인트의 경기도 부천 오정(원혜영 의원, 신당) 1곳뿐이다. "서울시장 출신의 이명박 당선자를 총선에서도 그대로 밀어주자"는 수도권 신지역주의가 다시 득세할 경우 한 정당이 수도권을 '싹쓸이'하는 전대미문의 기록이 수립된다.
이 당선자는 또한 영남권(부산·대구·울산·경북·경남, 68석)에서 62.4%, 강원(8석)에서 52.0%의 대승을 각각 거뒀다. 영남권에서 이 당선자가 과반수 득표를 달성하지 못한 곳은 노무현 대통령의 고향인 경남 김해(48.6%)와 울산의 동구(49.5%, 정몽준 지역구)와 북구(47.2%, 민주노동당 강세 지역) 뿐이었다.
이 지역에서도 한나라당 내에 심각한 조직 분규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한나라당이 전 지역구에서 이길 가능성이 높다.
이 당선자가 10%의 벽을 넘지 못한 호남에서는 총선에서 지역구 당선자를 낼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다. 그러나 이 당선자는 충청권에서는 대전 6곳 중 1곳(유성), 충남 10곳 중 2곳(천안 갑·을), 충북 8곳 중 7곳에서 10% 이상 격차의 승리를 거뒀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한나라당은 지역구에서만 195~210석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당선자의 득표율을 비례대표 산정 방식대로 계산하면 27석을 더해 한나라당이 총 299석 중 230석 안팎을 차지하게 된다.
개헌선(200석)을 넘는 정당의 출현은 1990년 2월 인위적인 정계개편으로 탄생한 민주자유당(216석) 이래 18년 만의 일이 된다. 1967년 6월 총선에서 당시 여당이던 민주공화당도 175석 중 개헌선을 넘긴 129석을 차지한 일이 있는데, 공화당은 2년 뒤 숫적 우위를 앞세워 박정희 대통령의 3선 연임을 가능케 하는 개헌안을 통과시켰다.
한나라당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 이어 의회까지 장악할 경우 정치·경제·사회 등 각 부문에 미칠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슈퍼 여당'으로 다시 태어난 한나라당 정권이 지난 10년의 정책 기조를 부인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게 되면 남북관계나 사회복지, 대기업 규제 등에 있어서도 상당한 후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