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네티즌 '백가쟁명' 부른 사건들은...

갑론을박과 감동으로 뜨거웠던 인터넷을 돌아본다

등록 2007.12.29 13:59수정 2007.12.2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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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의 독점 해제와 민주적 공유를 불러온 인터넷. 개인이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양을 상향평균화 시킨 인터넷은 그로 인한 사용자들의 활발한 의견 개진까지 불러왔다.

이른바 '인터넷 논객'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한지는 이미 오래. 각종 토론관련 게시판과 포털사이트 기사 아래 댓글에선 이들이 벌이는 불꽃 튀는 논쟁과 네티즌들간 치고 빠지는 설전이 펼쳐지는 경우가 흔하다. 물론, 천박한 말싸움만으로 그치는 경우가 없지 않지만, 전문가 수준 이상의 지식을 드러내며 사안을 생산적 논쟁으로 발전시키는 이들도 많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사건과 사고가 수도 없이 발생했으며, 정치·경제·문화 등 다양한 측면에서 변화가 거듭됐던 2007년. 그런 까닭에 올 한 해 인터넷상에서 벌어진 갖가지 갑론을박을 '인터넷 백가쟁명'(百家爭鳴)이라 이름 붙여도 좋을 듯하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토론방 아고라, 각 언론사 홈페이지 등에서 '뜨거운 논쟁'을 불렀던 2007년 '핫이슈'를 각 분야별로 되짚어본다.

[정치·경제] 오히려 집 값 올리는 '부동산 정책'과 대통령선거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많은 이들의 지지를 받지는 못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2003년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폭등하는 부동산 가격만은 잡겠다"고 공언해온 노무현 정부. 하지만, 노 정권의 부동산 정책에 높은 점수를 주는 이들은 많지 않아 보인다. 올 초엔 이른바 '1·11 부동산 대책'이 발표됐다.

수도권과 지방 투기과열지구의 민간아파트 분양가 공개, 채권입찰제 재개발과 재건축 민간택지로 확대, 투기지역 주택담보대출 1인당 1건으로 제한 등을 골자로 한 이 정책은 '부동산시장 안정화'를 위한 노무현 정부의 마지막 카드였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냉담했다.


"새로운 부동산 정책 나올 때마다 아파트 값이 오르니, 이번엔 또 얼마나 올라서 강남 땅부자들 배를 불려주게 될까"라는 냉소적 반응이 인터넷 토론방의 대세를 이뤘다. 심지어는 "노무현 대통령을 뽑아준 사람은 서민들인데, 부자 동네 집 값만 올려주고 있다. 이제 그들이 '노빠'가 되고 있다"는 조롱 섞인 의견을 올린 이들도 적지 않았다.

물론, "고심을 거듭한 정책이 번번이 실효를 못 거두는 건 터무니없이 많은 부동산을 소유한 이들의 의도적인 저항과 방해 때문"이라며 정부의 손을 들어주는 이들이 일부 있었으나, 이런 목소리는 수천 건의 반발 견해 아래 묻혔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부동산 가격'이 2007년 벽두를 네티즌들의 지탄으로 달군 문제라면, 올해의 마지막 논쟁거리는 '대통령선거'였다.

이명박과 박근혜 후보가 맞붙은 한나라당 경선에서부터 뜨거웠던 네티즌간 설전은 이명박 후보가 한나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되고, 이에 대항할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민주당 이인제, 민주노동당 권영길 등이 후보로 가시화 된 이후 더욱 치열해졌다. 때론 설전을 넘어 '욕설'이 오가는 민망한 모습도 연출됐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옹호하고, 상대편 후보를 비판하는 네티즌들의 갑론을박은 이명박 후보의 'BBK 의혹'과 '자녀위장 취업' 문제 등이 불거지자 불에 기름을 부은 듯 가열됐다. 몇몇 토론게시판에선 '일반인 정치전문가'(?)까지 등장할 정도였다. 이러한 논쟁은 대선 결과가 나온 후에도 '진보진영 패배의 원인이 누구에게 있나'를 놓고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이외에도 '노무현 대통령의 4년 연임제 개헌 제안', '고건 전 총리의 대선 불출마 선언', '2차 남북정상회담', '한미FTA 타결과 이에 따른 반발' 등이 네티즌들을 발끈하게 하거나, 안타깝게 만들거나, 기대감으로 설레게 했던 정치·경제 관련 뉴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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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좌)과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의 '부적절한 관계'는 네티즌들의 비난과 논쟁을 불렀다. ⓒ 남소연


[사회·문화]
신정아와 변양균은 어떤 관계였나... 부끄러운 한국인 매춘관광

"최고의 권력기관과 고급 예술가가 연루된 미묘한 스캔들".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의 '적절치 못한 관계'를 놓고 한 네티즌이 사용한 말이다. 이 문제는 신씨의 학력위조와 변 전 실장의 '신정아를 향한 은밀한 도움' 등의 의혹과 함께 인터넷을 뜨겁게 했다.

이 사건을 놓고 벌어진 인터넷상의 토론에서 대다수의 네티즌은 두 사람을 "부도덕한 지도층 인사와 지식인"으로 지칭했고, 둘의 관계가 "상식을 벗어난 밀월"이라고 꼬집었다. 그들의 '만남과 인연'을 사랑 또는, 로맨스라고 이해해주는 이들은 극히 드물었다. 하지만, 네티즌들이 무조건적으로 신 전 교수와 변씨를 힐난한 건 아니었다. 그들은 이성을 지켰다.

<문화일보>가 위 사안과 별다른 관련성이 없는 신정아 누드사진을 지면을 통해 공개하자, 두 사람의 행적을 꾸짖던 네티즌도 <문화>의 태도를 "비문화적 행태"라고 비난하며 "언론의 기본적 자세를 망각했다"고 통탄했다. 이 사건 관련 토론에서 누드사진을 게재한 언론사는 '공공의 적'이 됐다. 앞서 말한 것처럼 네티즌들은 이성을 지켰고, 그것을 통해 세상사를 판단하는 시각이 편협하거나, 일방적이지 않음을 증명했다.

몇 년 전부터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한국인의 아시아 매춘관광'은 부끄럽지만 부정할 수 없는 우리의 일그러진 자화상이었다. "동남아 여행이 아니라 女행"이라는 자조 섞인 이야기들이 떠돌았고, 미성년 소녀들까지 매춘의 대상으로 삼는 일부 한국 관광객들의 추태는 국제적인 망신거리가 되기도 했다.

특히, 지난 9월 '고교생들이 중국 수학여행에서 매춘을 했다'는 보도는 충격을 넘어 네티즌들의 분노를 불렀다. 이 사건과 관련된 토론방에선 "해외여행 자격시험이라도 도입해 더 이상의 나라 망신을 막아야한다"는 의견이 등장했고, 이에 공감을 보내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한 해 해외여행객이 1천만 명을 넘어선 시대. "이젠 여행에서도 양적 팽창만이 아닌, 질적 변화를 모색해야 할 때"라는 한 네티즌의 지적이 저가덤핑으로 일관하는 여행업계와 일부 매춘관광객들을 따끔하게 했다.

네티즌들을 토론의 장으로 이끈 사회·문화 관련 핫이슈는 이것 말고도 많았다. 대학 내부에 여전히 남아있는 '신입생 길들이기 악습'과 '한국은 성형수술 공화국'이란 기사, 장애인을 출입금지 시킨 수영장, 외국인 노동자와 결혼 이민자에 대한 학대와 차별, 의사가 마취상태의 여성환자를 추행했다는 뉴스 등은 사람들을 부끄러움으로 내몰았고, 그 수치심은 토론 공간에서 '몰염치한 이들'에 대한 날 선 비난으로 나타났다.

샘물교회 신자들이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에게 납치된 사건, 김용철 변호사의 비자금 폭로에 이어진 삼성과 이건희 회장과 관련한 논쟁, 한국타이어의 산업재해 은폐 의혹, 김포외고 입시문제 유출, '이랜드 사태'로 불거진 비정규직 문제 역시 2007년 한국사회를 들썩이게 했던 것들이었고, 당연지사 이와 관련한 네티즌들의 논쟁도 뜨거웠다.

[연예·미담] 박철-옥소리가 이혼한 이유는?... 국선변호인 선물한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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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파경을 맞은 탤런트 옥소리(좌)와 박철. 둘은 '연예계의 잉꼬 부부'로 알려져있어 팬들의 충격은 더 컸다.


아무 문제없이 행복한 결혼생활을 가꿔가고 있는 듯 보였던 서른 아홉 동갑내기 탤런트 부부 박철과 옥소리(본명 옥보경)의 파경 소식이 들려온 10월. 연예인들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가져온 네티즌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각종 연예 관련 프로그램에 출연해 '잉꼬 부부'임을 과시해온 둘의 이혼 소식은 '그 원인이 무엇인가'라는 의구심을 동시에 불렀다.

먼저 불거진 것은 옥소리의 불륜 의혹. 네티즌들은 "결혼의 원칙을 깨버린 여자에게 동정을 보낼 순 없다"며 옥씨를 힐난했다. 하지만, 옥씨는 "남편(박철)은 가정을 등한시했고, 씀씀이가 지나치게 헤펐다"며 결별의 책임이 박씨에게도 있다고 항변했다. 둘의 싸움이 부부관계의 횟수까지 거론하는 진흙탕싸움으로 변질되자 이 사건 관련 토론방에 참여했던 팬과 네티즌은 한번 더 아연실색했다. 

"방송과 신문 보도를 통해 보면 다정하기 짝이 없는 연예인 부부도 실상은 보통의 남편과 아내처럼 크건 작건 불화의 씨앗을 가슴에 담고 산다"는 새삼스런 사실을 지적한 한 네티즌의 의견은 박철-옥소리의 파경을 지켜본 많은 이들의 고개 끄덕임을 불렀다.

유쾌하지 못한 연예관련 뉴스는 이것만이 아니었다. 폭행으로까지 번진 탤런트 이찬-이민영 부부의 불협화음과 기실은 '고리대금업'에 다름 아닌 대부업체 광고에 줄줄이 출연한 배우와 탤런트들, 팬들의 사랑을 뒤로 한 채 자살로 생을 끝마친 가수 유니와 탤런트 정다빈, 일부 연예인의 병역비리는 네티즌들을 실망과 슬픔에 빠뜨렸다.

하지만, 이와는 정반대로 즐거운 연예관련 소식도 많았다. 영화배우 전도연의 칸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 톱스타 이서진과 김정은이 사랑을 키워가고 있다는 보도, 한국을 '소녀그룹 열풍'으로 이끈 '원더걸스'와 '소녀시대'가 보여준 귀여운 춤과 노래 등은 경제적 체감온도가 낮아진 탓에 어깨 움츠렸던 네티즌들을 잠시나마 웃게 만들었다.

각박한 사회를 훈훈하게 데워준 미담은 칭찬에 인색한 네티즌들까지 감동에 빠뜨려 댓글을 쓰게 만들었다. 그 대표적인 사례의 하나가 불우한 환경에서 살아오다 충동을 이기지 못해 절도를 저지른 범죄자의 합의금을 국선변호사가 대신 내줬다는 따스한 뉴스였다.

김종표 변호사는 강도상해 및 절도 혐의로 구속된 A씨의 변론을 맡으면서 그가 부모의 이혼으로 인해 불행한 유년을 보냈고, 부친이 사망한 이후엔 혼자서 고시원 방 한 칸을 얻어 궁핍하게 살아왔다는 것을 알게됐다. 이에 김 변호사는 피해자를 찾아가 합의금 100만원 건네며 합의를 설득했다. 이런 정성이 재판부를 움직인 탓인지 A씨는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법조인들은 딱딱하고 인정이라곤 없어 보인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분을 보니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네요. 그간 지녀온 편견을 반성합니다"라는 등의 말로 변호사의 선행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장난스런 한 네티즌은 "김종표 변호사를 법무장관에 임명하도록 청원하자"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이외에도 이름을 밝히지 않고 62억원을 기부한 독지가, 가수 김장훈의 '생활화된' 기부, 장기 기증으로 5명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하고 떠난 예비대학생 송대현씨, 24kg의 아내를 향한 선천성왜소증 환자 박상기씨의 큰사랑, 골형성부전증을 앓고 있는 '엄지공주'(120cm의 작은 키 탓에 붙은 별명) 윤선아씨가 아기를 가졌다는 뉴스도 네티즌들의 잔잔한 미소를 부른 미담이었다.
#미담 #네티즌 #백가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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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신라 여자> <아름다운 서약 풍류도와 화랑>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등의 저자. 경북매일 특집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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