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에 첫눈이 왔어요! 기찻길에도, 들에도...

전남 여수 첫눈 온 날 아침풍경

등록 2007.12.30 11:56수정 2007.12.30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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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찻길 기차가 지나갑니다. 덜커덩거리며 하얀 눈길을 갑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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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간밤에 눈의 요정이 여길 다녀갔나 봐요. 하얀 세상이 되었어요. ⓒ 조찬현


하얀 눈이 왔어요. 첫눈이 왔어요. 창문을 열어보니 차량들의 지붕에도 유치원 지붕에도 하얀 눈이 소복소복 쌓였어요. 산에도 나뭇가지에도 흰 눈이 밤새 거짓말처럼 내렸어요.


“와~ 눈이다!”
“펄펄 눈이 내린다!”

아이들은 포근한 남쪽지방인 여수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하얀 눈의 모습에 마냥 신이 났습니다. 세상이 잠든 일요일(30일)아침. 간밤에 눈의 요정이 여길 다녀갔나 봐요. 하얀 세상이 되었어요. 아이들은 차량 지붕에 쌓인 눈을 뭉쳐 눈싸움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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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선 호남평야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여수의 전라선 철길위에도 하얀 눈이 쌓였어요.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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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 대나무 잎에도 하얀 눈이 소복이 쌓였습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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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찻길 기찻길을 따라 하얀 눈이 달려갑니다. ⓒ 조찬현


호남평야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여수의 전라선 철길 위에도 하얀 눈이 쌓였어요. 까치가 깍깍 울어댑니다. 첫눈 소식입니다. 첫눈이 왔다고 이 기쁜 소식을 여기저기 알리는 모양이에요. 눈발이 흩날립니다.

철길 가장자리 대나무 잎에도 하얀 눈이 소복이 쌓였습니다. 기찻길을 따라 하얀 눈이 달려갑니다. 철길 옆의 민가에서 닭울음소리 들려옵니다. 기찻길 옆의 조그마한 오솔길에도 눈이 살포시 뒤덮고 있답니다.

‘빠아앙~! 덜커덩 덜커덩~’


기차가 지나갑니다. 덜커덩거리며 하얀 눈길을 갑니다. 정호승의 ‘첫눈 오는 날 만나자’라는 시가 떠오르는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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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솔길 기찻길 옆의 조그마한 오솔길에도 눈이 살포시 뒤덮고 있답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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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싸움 아이들은 차량 지붕에 쌓인 눈을 뭉쳐 눈싸움을 합니다. ⓒ 조찬현


첫눈 오는 날 만나자 / 정호승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어머니가 싸리 빗자루로 쓸어 놓은 눈길을 걸어
누구의 발자국 하나 찍히지 않은 순백의 골목을 지나
새들의 발자국 같은 흰 발자국을 남기며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러 가자

팔짱을 끼고
더러 눈길에 미끄러지기도 하면서
가난한 아저씨가 연탄 화덕 앞에 쭈그리고 앉아
목장갑 낀 손으로 구워 놓은 군밤을
더러 사 먹기도 하면서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
눈물이 나도록 웃으며 눈길을 걸어가자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눈을 기다린다
첫눈을 기다리는 사람들만이
첫눈 같은 세상이 오기를 기다린다
아직도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 약속하는 사람들 때문에
첫눈은 내린다
세상에 눈이 내린다는 것과
눈 내리는 거리를 걸을 수 있다는 것은
그 얼마나 큰 축복인가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
커피를 마시고
눈 내리는 기차역 부근을 서성거리자

#첫눈 #기찻길 #하얀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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