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혁을 사랑했던 시청자들, 김은성에게 눈길을 돌리다

MBC드라마 <뉴하트>

등록 2008.01.06 11:02수정 2008.01.06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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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하트>에는 성공에 집착하는 의사들이 여럿 등장한다. ‘김태준’, ‘민영길’, ‘김정길’, ‘박재현’ 등은 환자의 생명보다 자신들의 이력이나 성공을 위해 의사로 일한다. 이들 중에서 ‘김태준’은 천재 외과 의사, 성공을 위한 부잣집 딸과의 결혼, 그리고 불륜 등 여러모로 <하얀거탑>의 ‘장준혁’과 유사하다.

 

그런데 <뉴하트>의 시청자 그 누구 ‘김태준’을 ‘장준혁’에게 보낸 것과 같은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지는 않는다. 1년 전 ‘장준혁’에 자신을 투영해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며 가슴 아파하던 시청자들은 ‘김태준’에게는 냉정한 잣대를 대는 이중성을 보인다. 

대신 <뉴하트>에서 시청자가 주목하는 인물은 레지던트 1년차 ‘김은성’이다. 1년 전, 엘리트 ‘장준혁’에 열광하던 시청자들이 ‘장준혁’과는 상반되는 인물인 ‘김은성’에게 열광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환자를 전면에 내세운 이야기 전개

 

<하얀거탑>은 의사라는 특정 직업에 주목하고 있다기 보다 현대인의 성공과 실패를 다룬 작품이다. 반면 <뉴하트>는 의사와 환자, 그 사이에서 펼쳐지는 삶을 이야기한다. <하얀거탑>은 환자를 이면에 배치한다. 의사들 사이에서 펼쳐지는 일들에 초점을 맞추면서 ‘장준혁’이 시청자들로부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 만약 생사의 갈림길에 선 위급한 환자를 두고 ‘장준혁’이 이력을 쌓는 데만 주력했다면 그에게 비난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위급한 환자를 전면에 배치한 <뉴하트>는 이성보다 감성적인 ‘김은성’에게 더 큰 비중을 둔다. 이 작품은 흉부외과 응급실에서 매회 두, 세 명에 이르는 응급환자의 생사를 통해 이야기를 전개한다. 생사의 갈림길에 선 환자와 이들을 살리기 위한 의사들의 분투를 통해 극적 긴장감을 고취시킨다.


판타지를 통한 욕망 충족

 

현대인들은 인간적인 의사가, 굳이 의사가 아니더라도 인간적인 사회생활이 얼마나 힘든가를 안다. 그래서 비인간적이라는 점을 알지만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삶을 지향한다. ‘장준혁’에게 애정을 줄 수밖에 없는 이유도 그의 모습이 곧 현대인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환자를 위한 의사, 환자를 위해 겨울에 쑥을 뜯으러 나서고 쑥국을 끓여 대령하는 ‘김은성’의 모습은 누가 봐도 판타지적인 요소가 다분하다(물론 그가 아직은 현실과는 괴리를 둔 1년차 레지던트라는 설정을 통해 사실성을 확보하기도 한다). 의사의 환자 진료시간이 평균 3분 내외인 우리나라 의료 현실에 비추어보면 ‘김은성’의 행동은 비현실적인 판타지이다. 

그러나 그의 모습은 병원을 찾는 환자 대다수가 느끼는 욕망이다. 오랜 시간을 기다렸다가 들어간 진료실 의자에 앉자마자 일어섰던 경험을 가진 대다수 시청자들이 진정 원하는 의사의 모습이 ‘김은성’에게 나타난다. 그렇기 때문에 ‘김은성’에게 무한한 애정이 생기는 것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의사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의사의 모습은 ‘장준혁’과 ‘김은성’ 중 누구일까. 그에 대한 답은 <뉴하트>의 ‘최강국’에게서 찾을 수 있다. 흉부외과 과장인 ‘최강국’은 뛰어난 능력을 지녔지만 환자를 위해 따뜻한 마음을 잃지 않는 인물이다.

 

그러나 40대의 ‘최강국’은 형식과 질서를 지키며 살아야 하는 사회 구성원으로는 위태로워 보인다. 그래서 더욱더 20대인 ‘김은성’이 40대에 ‘장준혁’이 될지 ‘최강국’이 될지 궁금하다. ‘김은성’이 ‘최강국’의 마음과 ‘장준혁’의 리더쉽을 가진 인물로 성장하기를 꿈꾼다면 그 역시 판타지일까.

2008.01.06 11:02ⓒ 2008 OhmyNews
#뉴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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