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대표' 신당, 동반자살의 길을 막아라

[유창선 칼럼] 미래를 위해 18대 국회에 견제세력을 남겨야 한다

등록 2008.01.11 10:30수정 2008.01.11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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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통합민주신당 중앙위원회의에서 신임 대표로 손학규 전 지사가 선출되어 꽃다발을 받고 기뻐하고 있다.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통합민주신당 중앙위원회의에서 신임 대표로 손학규 전 지사가 선출되어 꽃다발을 받고 기뻐하고 있다.유성호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통합민주신당 중앙위원회의에서 신임 대표로 손학규 전 지사가 선출되어 꽃다발을 받고 기뻐하고 있다. ⓒ 유성호

 

손학규는 결국 독배를 손에 들었다. 대통합민주신당 새 대표직에 오르자마자 그는 사면초가의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이해찬 전 총리의 탈당에 이어 유시민 의원을 비롯한 친노진영 의원들 몇몇의 추가 탈당설이 나오고 있다. 그런가 하면 충청권 보수성향 의원들은 자유신당으로의 이적을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표경선을 주장했던 정대철 고문, 염동연 의원, 천정배 의원, 추미애 전 의원 등은 손 대표에 대한 당내 비토세력으로 자리하고 있다.

 

손학규, 사면초가에 처하다

 

이 상황에서 과연 손학규 대표가 당 쇄신과 공천혁명을 이루고 4월 총선에서 선전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지금으로서는 비관적이다. 당이 깨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흔히 '봉합'을 택하게 되는데, 그것은 쇄신이나 혁명과는 거리가 멀다. 그렇다고 공천혁명의 승부수를 던지기에는 권한도 충분하지 못하고 힘도 약하다.

 

대통합민주신당이 쇄신 없이 총선을 맞는 것은 다시 한번 예정된 참패를 향해 가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대로 가면 대통합민주신당이 4월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곳은 243개 지역구 가운데 40개를 넘기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호남을 제외하면 당선될만한 곳을 찾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렇게 되면 비례대표를 합한다 해도 60석에 못 미치는 정당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이것도 비교적 후하게 전망했을 때 그러하다.

 

탈당하는 사람에게도 희망은 없어

 

 8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안희정 총선예비후보(충남 논산,계룡,금산)의 '담금질' 출판기념회에서 이해찬 전 총리가 축사를 하고 있다.
8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안희정 총선예비후보(충남 논산,계룡,금산)의 '담금질' 출판기념회에서 이해찬 전 총리가 축사를 하고 있다.유성호
8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안희정 총선예비후보(충남 논산,계룡,금산)의 '담금질' 출판기념회에서 이해찬 전 총리가 축사를 하고 있다. ⓒ 유성호

손학규 대표의 정체성을 문제 삼으며 탈당하는 사람들에게도 희망이 없기는 그 이상이다.

 

일부에서는 친노세력의 독자창당 얘기도 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친노신당'이 생겨날 경우 지역구 가운데 단 한 곳에서라도 승리할 수 있을지조차 불확실하다. 그에 대한 판단은 대선을 거치면서 이미 일단락된 문제이다.

 

지금 이대로 가도 뚜렷한 희망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쪼개질수록 힘은 더 약해지게 되어있다.

 

'어차피 질 것, 각자 소신대로 하다가 지는 게 낫다'는 식이면 갈 데까지 간 상황이다. 지금 엑소더스를 생각하기 보다는 그래도 당을 쇄신하는 길이 현실적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대통합민주신당, 민주당, 창조한국당으로 쪼개져있는 세력이다. 여기서 다시 신당이 몇 갈래로 쪼개진다면 과거의 범여권세력은 산산조각이 나는 셈이다.

 

너나 할 것 없이 공멸이다. 그 결과는 견제세력의 실종으로 나타나게 되어있다.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4월 총선에서 한나라당 의석이 200석을 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해보인다. 거기에 자유신당까지 충청권과 비례대표를 중심으로 국회에 일정 숫자가 진출하게 될 것이다. 사안에 따라 두 정당이 선택적 공조까지 한다면 국정전반의 보수화에 대한 견제는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문제는 그 기간이 너무 길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에 정해지는 국회의석 분포는 4년간 계속된다. 18대 총선의 후과는 장기간에 걸쳐 심각한 상황을 낳을 것이다.

 

18대 국회에 견제세력 남기는 일이 우선이다

 

선거를 통해 정당 사이에 정권이 바뀌는 것은 이제 익숙해져야 할 일이다. 보수든 진보든 잘못하면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되고 정권을 내주어야 한다. 이제 그 룰이 정착되고 있다.

 

그러나 국회에서의 극심한 세력간 불균형으로 견제세력이 사라지게 되는 상황은 그렇게 익숙하듯이 넘길 일이 아니다.

 

정체성에 따른 분화도 의미가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도 때가 있다. 모두가 함께 죽는 분화라면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탈당한 이해찬 전 총리는 친노세력의 대표격 인물로 인식되어왔다. 그의 탈당은 신당 내부에 팽배했던 '친노책임론'이 자연스럽게 정리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지금 친노-비노 갈등을 확대시키는 것은 현명해 보이지 않는다. 친노냐 아니냐 수준을 넘어서는 전체적인 쇄신이 요구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여러 반발을 무릅쓰고 '손학규 대표'가 지금 등장하는 것이 옳았느냐는 의문은 남는다. 손 대표의 한나라당 경력에 따른 불신도 당연하다.

 

그렇다고 이미 대선후보 경선과 대선을 함께 치렀던 사람을 비토하고 탈당까지 하는 모습도 설득력이 높아보이지는 않는다.

 

서로가 불만족스러워도 대통합민주신당에게 다른 길은 없어 보인다. 동반자살의 길을 택할 생각이 아니라면, 일단은 당을 지키면서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이외에 다른 선택치가 없다.

 

자신들의 고정적 지지층이라도 더 이상 실망시키지 말고, 그들의 표라도 지켜야하지 않겠는가. 대통합민주신당 사람들이 앞으로 4~5년간 우리 정치에서 견제세력을 남기는 길을 찾는데 관심을 모으기 바란다.

2008.01.11 10:30ⓒ 2008 OhmyNews
#손학규 #이해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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