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라는 명칭이 주는 느낌

주권자의 입장에서 그리 달갑지않다

등록 2008.01.17 10:42수정 2008.01.17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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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인수위가 차기정부의 명칭을 별도로 정하지 않고 그냥 이명박 정부라고 부르기로 했다고 한다. 뭐 이름이 별로 중요한 것은 아닐 수도 있다. 이름보다는 일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잘하느냐가 중요한 것도 맞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라는 이름은 매우 좋지않게 들린다.

 

문민정부는 군정에서 문민으로 정권이 넘어왔다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나름 의미도 있고 군정의 흔적을 지워내는 지향을 담고 있기도 했다. 국민의 정부는 수평적 정권교체를 상징하는 용어이자 주권재민의 철학을 담고 있는 것이었다. 참여정부는 주권자의 좀 더 능동적 참여와 탈권위주의를 지향하는 명칭이었다. 각각 실현여부와 상관없이 나름의 철학이 스며있는 명칭들이다.

 

그런데 실용을 추구한다는 새정부가 명칭을 별도로 정하지 않은 것은 어쩐지 통치철학이나 지향점이 없어 보인다. 실용주의를 누차 강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명칭을 실용정부로 정하지 않은 점은 잘 이해하기 어렵다. 나름의 지향점을 뚜렷히 담는 정부의 명칭 하나쯤은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특히 '이명박 정부'라고 호칭하기로 정했다는 대목에서는 기가 막힐 지경이다. 대한민국의 정부는 정권을 가진 통치자의 것이 아니다. 앞에 대통령의 이름이 들어간 정부호칭은 분명 소유격의 의미를 담고 있다. 즉 이명박이 소유한 정부라는 의미를 부정하기 어렵다. 소유가 아니라도 적어도 지배한다는 의미를 강하게 내포하게 된다.

 

대한민국의 정부는 주권자인 국민의 것이다. 누구도 소유할 수 없으며 주인노릇을 해서는 안된다. 이끌어가되 군림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군림할 수 있는 자격은 오로지 주권자인 국민에게만 있다. 그런 의미에서 대통령이라도 정부를 소유하거나 군림하지 않고 주권자의 눈치를 살피는 것이 옳다. 물론 주권자가 정권의 경영을 위임하여 맡겼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소유하거나 군림하라는 위임이 아니다.

 

정부를 경영함에 있어서도 주권자를 존중하고, 주권자를 통치의 대상으로 객체화시키지 않는 철학이 필요하다. 그것이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원리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를 일컫는 명칭은 그러한 철학을 담아 겸양을 표하는 것으로 정해야 합당하다.

 

'실용정부'는 어떨까? 실용이라는 것도 나름의 철학은 될 수가 있다. 프래그머티즘이 철학의 한사조로 의미를 가지는 것처럼 말이다. 실(實)이 실(失)로 느껴지는 어감상의 문제가 있다고는 하나 어감은 실용을 표방하는 측에서 저어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아니면 대통령이나 인수위원장이나 중요한 인물들이 모두 소망교회에 출석하는 사람들이니 '소망정부'도 의미가 있을 법하다. 종교적 편향을 나타낼까 염려할지 모르지만 이 역시 실용을 지향하는 정부가 꺼릴 이유는 없어 보인다.

 

아무튼 '이명박 정부'는 매우 불편하게 느껴진다. 주권자인 내가 정부의 소유자가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불쾌하기까지 하다. 늘 그렇듯이 '이명박 정권'이라는 말은 어울린다. 물론 정권을 비판하거나 품평할 때 주로 사용하는 것이어서 문제지만 실용을 지향하는 정권이 그런 것을 불편해할 필요도 없다. '이명박 정권'이나 '실용정부' 또는 '소망정부'가 어떨까?

덧붙이는 글 | 노사모에 함께 올립니다.

2008.01.17 10:42ⓒ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노사모에 함께 올립니다.
#이명박 정부 #이명박 정권 #실용정부 #소망정부 #정부의 명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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