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수씨
백승태
아무리 맡은 바 소임을 다해도 등산객의 작은 실수 하나가 모든 일을 수포로 만든다고 말한다. 그만큼 신경도 많이 쓰이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다는 것. 또 자부심과 책임감이 없다면 이 일을 할 수 없다는 게 정씨의 생각이다.
애마(愛馬) 오토바이를 타고 이산 저산 옮겨다니며 등산객들을 상대로 예방활동을 펼치다보면 어느새 하루가 훌쩍 가버린다. 하루 종일 돌아다니다보면 기름값도 만만찮다.
정씨가 산불감시원 일을 시작한 때는 1999년 1월. IMF 파동으로 98년 12월 다니던 조선소의 부도로 회사를 그만두고 ‘집에서 놀면 뭐하나’는 생각에 거제시가 모집하는 산불감시원에 응시했다.
반신불수로 집에서 누워만 지내는 큰아들 규태(35)의 간병비도 다시 일을 시작하게 된 동기 중에 하나다. 규태는 7살 때 맹장수술을 받은 후 제대로 말도 못하는 반신불수가 됐다. 지금 같으면 의료사고로 보상금도 받고 하겠지만 그때는 겨우 병원비를 탕감하는 수준에서 퇴원해야만 했다.
정씨는 “어른들 잘못으로 평생 누워서만 지내야하는 아들을 보면 죄스럽고 마음이 아프다”며 “맛있는 것 있어도 혼자서 먹지 못하고 떠 먹여줘야만 하는 아들 곁에서 수십년동안 수족이 되어주는 집사람이 고맙고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돈 많이 벌어 큰 병원에 데려가 정밀검사라도 받아보고 싶지만 우선 밥 먹기가 힘든 세상이니 한탄스럽다”면서 “그래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열심히 일 해 아들을 뒷바라지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너털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