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소박한 정권인수위

아마추어리즘의 극치를 보는 듯하다

등록 2008.01.24 14:02수정 2008.01.24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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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느끼는 것은 기대보다 불안감이다. 언제나 서툴러 보이고 뭔가 두서없이 헤메이며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곤한다. 국민의 정부가 최초로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루고 정권을 인수하는 과정은 비교적 노련해 보였다. 참여정부의 정권인수위는 내부에서 정리되지 않은 정책방향들이 흘러 나오며 아마추어리즘으로 치부되기도 하였다. 그런데 지금 이명박 정권의 인수위는 그보다 훨씬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걱정이다.

 

정권 인수위가 해야할 일

 

정권인수위는 용어 그대로 정권을 인수하기 위한 준비를 착실히 하는 것이 핵심 임무이다. 어떤 역할을 인수받기 위해서는 전임들이 해왔던 정책을 정확히 이해하고 평가하는 데에서 시작할 수 있다. 우선 대한민국이 처한 현실을 냉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을 위해서 현정부의 관료들에게 충분히 정보를 받아서 분석하고 우리가 처한 환경과 우리가 가진 역량이나 능력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

 

그렇게 파악된 국정의 환경과 우리가 보유한 물적, 정신적 자산을 비탕으로 새정부의 국정방향을 잡아 나가야 한다. 다음 단계로 현정부에 대한 평가는 피할 수 없다. 모든 전임자는 잘한 일이 있고, 잘못한 일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대부분 후임자들의 눈에는 전임자들이 일을 못한 것처럼 보이게 마련이다. 그래서 객관적인 평가가 쉽지는 않지만 객관성을 잃어서는 안된다. 그 평가가 곧 자신들의 새로운 국정방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자신들의 현실과 자신들의 국정철학을 접목한 방향이 설정되면 거기에 걸맞은 실행계획을 짜야 한다. 조직을 어떻게 꾸릴 것인지를 정하고, 각종 과제마다 언제 시작해서 어떤 과정을 통해서 언제까지 완료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정리해두면 된다. 그러나 과정마다 역시 외부환경과 역량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필요할 것이다. 국제관계, 입법부의 역학관계, 각종 시민사회와 국민여론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경중과 완급을 정교하게 정리해서 진행시켜야한다.

 

정권인수위는 점령군이 아니다

 

기존 정부의 관료들은 패잔병이 아니다. 정권 인수위는 점령군이 아니다. 서로 협력하여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며 좋은 차기정부의 밑그림을 함께 그려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인수위는 고압적 자세로 윽박지르고, 관료들은 그들의 앞에서 설설기는 관계로는 무슨 일도 잘하기는 틀린 것이다. 심지어 과거 정부를 철저히 실패한 것으로 규정지어 두고 자신들의 출발점을 편하게 만들려는 과욕을 부려서는 첫단추부터 뒤틀리게 되는 것이다.

 

물러나는 정권은 새로운 비전이나 계획보다 원활한 마무리에 신경을 집중할 수 밖에 없다. 새로 들어서는 정권은 부푼 기대를 안고 의욕이 넘쳐 성급하게 일을 저지를 가능성이 항상 존재한다. 서로 협력하지 않으면 원활한 마무리도 어려고, 좋은 밑그림도 만들 수가 없다. 국민은 단지 정권을 바꾸었을 뿐이다. 새로운 것에 대한 기대를 투표에 담았을 뿐이다. 지난 모든 것을 부정하라고 지시하는 것이 아니다. 서로간의 협력만이 서로 이기는 길이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정권을 철저히 비난하는 방식에서 출발을 하려고 하는 것은 인수위의 오만일 뿐이다. 시작부터 오히려 국민의 외면을 자초하는 일이 되는 것이다. 모든 일은 경중이 있고, 우선 순위가 있다. 현실에 대한 파악이 가장 우선되는 중요한 일이다. 파악도 하지 않은 채 마치 점령군처럼 호령이나 해서는 출발부터 실패를 예고하는 것이 되고말 것이다.

 

아마추어리즘

 

참여정부 인수위가 정권인수 작업을 시작할 때부터 수구언론들은 연일 공격에 열을 올렸다. 아마추어리즘의 전형을 보였다느니, 현실을 무시한 이상주의자들이라느니, 또는 함량미달의 인재풀로 인하여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느니 하는 무수한 비난을 퍼부었다.

 

그러한 주요언론의 비난공세는 야당에게 매우 훌륭한 공격의 빌미를 만들어 주었다. 야당은 그러한 언론의 비판을 무기삼아 국정의 발목을 잡기에 여념이 없었다. 결국 국민의 여론도 점차 신뢰하기 어렵다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사실 그렇게 신뢰를 떨어뜨린 후 출범하는 정권이 힘있게 일을 추진하기는 어려웠다.

 

물론 국정에 대한 경험이 풍부하지 못한 인사들이 인수위에 참여한 경우도 있고, 의욕의 앞서서 실수를 하는 일도 있었다. 특히 밑그림이 그려지기도 전에 끄적거려서 버린 낙서가 인수위의 방향으로 오인받은 경우도 있었다. 정권을 인수해 본 경험이 있을 리가 없으니 모두 완벽하게 잘하기는 어렵겠으나 좀 어설픈 점도 있었기에 적절한 비판은 필요한 것이었다. 다만 모든 정보를 공격하는데 활용하려고 혈안이 되었던 사람들에게는 어떤 정보도 공격의 빌미가 될 뿐이었다.

 

이명박 정권의 인수위

 

지금은 이명박 정권의 인수위가 모든 화제의 중심이다. 그 곳에서 흘러 나오는 사소한 것조차 온국민의 이목을 끌게 된다. 그런데 지난 정권인수위보다 더욱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늘 그렇듯이 피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특히 이번에는 두번째 수평적 정권교체이기 때문에 현정부와 인수위가 종종 충돌을 빗거나 엇박자를 내기도 한다.

 

문제는 그러한 충돌이 아니다. 서로 견해가 다르고 시각이 다른 것은 문제가 안된다. 다만 접근방식에서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권인수위가 연일 삐걱거리는 파열음을 내고 차분히 정리된 인수작업을 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접근방식의 문제에서 파생되고 있는 것이다.

 

첫째, 현정부의 관료들에게 반성문을 강요한 것은 오만이고 폭거이다. 결과적으로 실패한 것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그러한 태도로 접근해서는 아무런 성과도 기대할 수가 없다. 바로 정책에 관련한 환경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고, 가장 많은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현직 관료들이기 때문이다. 그들과 위압적이지 않은 분위기에서 충분히 토론할 수 있는 인수위가 가장 많은 정보를 얻고 가장 좋은 밑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될 것이다.

 

둘째, 정부조직 개편안의 밀어붙이기다. 현정부의 조직이 방만해서 국고를 낭비하고 있거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단정에서 시작한 마구잡이식 통폐합은 오만과 독선의 극치다. 국민의 여론도 감안하고, 정치권의 역학관계도 고려해서 무리가 발생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개편안을 그려냈어야 한다. 지금의 안으로는 국회통과도 어렵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고려까지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현정부를 실패로 단정하는 것에서 출발하는 오만과 독선이 깔려있기 때문에 생겨난 문제다.

 

셋째, 이제 대선은 끝났다. 현정권과의 차별화는 선거전략으로는 훌륭한 것일지 모르나 국정을 이끌어 나가는 일에는 그리 도움이 안된다. 좀 더 냉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위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평가보다는 먼저 현실에 대한 파악과 정보수집이 최우선이다. 선거과정에서 제시한 차별화 공약들은 이제 다시 현실에 접목하는 작업이 필요한 시점이다. 공약은 지키는 것이 옳으나 혹시라도 현실에 맞지않는 것이 있다면 다시 재검토하는 것이 옳다.

 

넷째, 정책방향에 대하여 깊은 고려가 모자란다. 교육정책같은 경우 공약에 집착하는 방향에서 억지스러운 고집을 부려서 교육계가 오히려 혼란에 빠지고 역효과가 순기능을 압도하는 현상이 우려된다. 우선 목표부터 확실히 정하고 시작하는 것이 좋다. 신자유주의적 무한경쟁을 목표로 할 것인지, 사교육을 완화하고 공교육을 살리는데 목표를 둘 것인지를 확실히 해야 한다. 말로는 사교육을 경감하고 공교육을 살린다면서 발표된 내용들은 사교육 시장에서 반기는 것들 뿐이다.

 

다섯째, 건설프로젝트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한다.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비판여론이 비등하고 있지만 여전히 유연한 대화보다는 고집과 집착을 보이는 태도는 우려스럽다. 반대측의 의견도 폭넓게 수렴하고 찬반의견이 모두 잘 알려지도록 노력한 후 그래도 장점이 많다면 추진하겠다는 태도가 필요하다. 장점보다 단점이 많다고 주장하는 수 많은 의견을 단지 억지일 뿐이라고 일축하는 태도는 대단히 문제가 많아 보인다.

 

여섯째, 경제에 대한 환상을 심어줘선 안된다. 정권이 바뀌면 곧 바로 경제가 회복될 것처럼 주장하더니 이제는 슬슬 대외변수를 핑계하는 태도는 옳지 않다. 참여정부 5년이 세계경제의 호황이었지만 정권이 잘못해서 우리만 좋지 않았다는 시각도 옳지 않다. 출범부터 카드대란을 넘겨받았고, 부동산 시장의 모든 규제수단을 이미 놓아버린 상태에서 폭등이 도를 넘고 있었다.

 

특히 달러약세와 고유가는 5년내내 부담을 주었던 것이 사실이다. 출범시기에 20달러였던 유가가 지금 100달러에 달하고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5%에 가까운 성장률을 보인 것은 성장률에서 부족하지 않다. 다만 양극화를 해소하지 못한 것에 비판의 초점이 맞춰져야 마땅한 일이다. 그런데 이제와서 갑자기 고유가와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에 대한 우려를 하면서 엄살을 피우는 것은 좋지않다. 7%성장의 공약이 무리한 것이었음을 인정하는 것이 솔직한 태도다.

 

일곱째, 벌써 야당과 반대여론을 발목잡기로 규정하고 공격하는 것은 옳지않다. 한나라당이 지난 10년내내 해왔던 정치적 행위에서 교훈을 얻어야한다. 정권이 실패해야 정권탈환이 가능하다는 생각에서 10년을 일관되게 노력하여 성공을 거둔 것이 사실 아닌가? 그렇다면 이제 정권을 빼앗긴 측에서 당연히 그렇게 본받을 것임을 상수로 놓고 대처하여 성공을 거두려고 노력하는 것이 옳다. 자업자득인 것을 마치 자신들만 피해보는 것처럼 호도하지 말고 그러한 발목잡기를 환경변수로 고려하여 정책을 펼치면 되는 일이다.

 

여덟째, 충분히 논의되지 않은 설익은 정책이 흘러나가서 보도되고 비판에 직면하는 일을 억울해하면 안된다. 지난 정권인수위도 충분히 그렇게 당했던 일이다. 더구나 주요언론의 경우는 그 때보다 훨씬 우호적인데 뭐가 억울한가? 스스로 보안을 철저히 유지하고 잘 정리해서 발표하는 능숙함을 보여야한다. 아마추어리즘이라는 비판은 스스로 자초한 비판일 뿐이다.

 

수 많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이미 인수위가 정권을 인수하는 과정은 진행되고 있다. 또 주권자인 국민이 선택하였으니 누구도 되돌릴 수 없고 감수해야 할 일이다. 다만 아마추어리즘, 오만, 독선 등은 지난 정권인수위를 뺨치는 수준으로 보인다. 국민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안조차 파급효과를 잘못 계산하는 일이 너무 자주 보인다. 전 정권의 모든 일은 실패이니 모든 것을 반대로 하면 된다는 안일한 접근방식이 너무도 오만하고 독선에 가득찬 모습이다.

 

진정으로 참여정부에 대하여 타산지석으로 삼을 것은 바로 지금 인수위의 태도처럼 해서는 국민의 외면을 받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런데 그보다 훨씬 더한 아마추어리즘, 오만, 독선을 보이니 걱정이 앞선다. 부디 진중하고, 겸손하며, 국민의 여론을 낮은 자세로 수렴하는 인수위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덧붙이는 글 | 노사모에 함께 올립니다.

2008.01.24 14:02ⓒ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노사모에 함께 올립니다.
#정권인수위 #아마추어리즘 #오만 #독선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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