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드라마 공화국이다. 아침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을 통해 셀 수 없이 많은 소재와 형식을 담은 드라마가 방영된다. 한국 드라마뿐만 아니라 미국드라마(미드), 일본드라마(일드), 중국드라마(중드)까지 등장했다.
또 성공한 한류드라마는 한류 붐을 타고 일본, 중국을 비롯한 해외로 수출되고 있다. 최근에 방영된 <태왕사신기>처럼 기획 단계부터 해외시장을 겨냥하고 만든 작품들도 나오는 형편이다.
대한민국의 드라마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발전하고 자리를 잡았다고 사람들은 당연한듯 말한다. 우리나라 드라마가 외국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작품성까지 모두 인정받았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현재 일본을 비롯해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에 불고 있는 한류는 세계사적인 한 흐름에 속할 뿐이다. 만약에 한류 열풍이 사그라진다면 한류드라마 열풍도 함께 사그라질 것임은 불 보듯 뻔하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우리 드라마들이 시대의 흐름에 따라 진보와 진화를 거듭해 왔듯이 현재에도 역동적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MBC, KBS 등 방송국에서 작가 겸 PD로 근무했으며, 선문대학교 언론광고학부 교수인 정수연은 몇 년 전부터 2007년 말까지 TV를 통해 방영된 드라마들에 대해 나름대로 다차원적으로, 시사적으로 파헤쳐 보면서 대한민국 드라마의 문제점과 앞으로의 해결과제, 그리고 그에 따른 대안들을 말하고 있다.
특히 지은이는 “우리 드라마가 역동적으로 진화해 온 것이 사실이다. 드라마는 이제 우리 생활이자 현실이며 미래다. 따라서 드라마를 만드는 모든 사람들은 책임과 의무를 느껴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은이는 <드라마 맛있게 읽기>를 통해 드라마에 대한 다양한 접근을 시도한다. 우선 드라마의 어원이 희랍어 'Dran(행동한다, 나타낸다)'에서 시작됐다고 언급한다. 이어 드라마 같은 사회가 드라마를 부추긴다며, 지금 왜 드라마를 논해야 하는지, 좋은 드라마는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또 성공 드라마와 실패 드라마는 무엇이 다른가에 대해 말한다. 실패의 위기를 딛고 성공한 <주몽>, 이미지와 작품성으로 승부한 <하얀 거탑>, 어두운 돈의 세계를 그려 성공한 <쩐의 전쟁>, 불륜이란 통속을 작가적 역량으로 성공시킨 <내 남자의 여자> 등 최근 방영된 것들 중 시청자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보인 드라마의 성공 원인을 분석했으며, 정통 역사극의 실패를 보여준 <신돈>, 스타시스템의 폐단이 드러난 <푸른 물고기>와 <마녀유희> 등 실패의 전형적인 모델 드라마들까지 다루었다. 또한 장르드라마의 특징은 물론 해당 드라마의 성공과 실패의 법칙들도 제시했다.
대한민국 드라마를 만드는 손들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성공과 실패를 좌우하는 드라마의 세 가지 요소인 연기자, 작가, 연출자들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을 담았다. 특히 여성 시청자는 물론 남성들에게까지 어필하며 시청자를 열광시키는 김수현표 드라마에 대한 분석은 읽어볼 만하다.
지은이는 김수현 작가의 대사가 촌철살인의 전형이라고 설명하며 "인간의 본능을 자극하는 언어"를 첫 번째 이유로 꼽았다. 또한 "보는 이의 100% 공감을 이끌어내고 가슴을 도려낼 만큼 움직이게 한다"는 것. "상황을 면밀히 분석한 듯 살아 움직이는 생생한 맛이 담겨 있어 드라마에 활력과 중독을 배가시킨다"고 덧붙였다.
이어 지은이는 지금이 '한국 드라마는 위기'라고 진단내리고 대한민국 드라마여, 진화하라는 내용으로 최근 불고 있는 미국드라마와 일본드라마 열풍에 대한 원인 분석과 대한민국 드라마에 대한 반성, 그리고 우리 드라마가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해 짚어보았다.
우선 연출자들에게 진정성이 깃든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서 먼저 겸손해지라고 충고한다. 또 시청률 지상주의에서도 벗어나야 하며, PPL이나 외주제작에 의지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연기자에게는 외모이전에 연기력을 작가에게는 드라마의 사회적 역할을 인식하고 완성도를 높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독자들과 함께 생각하고 가볍게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는 이 책은 지은이 역시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 드라마를 바라보는 안목의 질적인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면서 사회적인 역할에 대한 문제의식이 고려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드라마 팬이라면 드라마에 대한 이해의 폭을 보다 넓힐 수 있는 길잡이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덧붙이는 글 | <드라마 맛있게 읽기>정수연 지음 /북인
240쪽, 9,500원
2008.01.25 15:17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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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맛있게 읽기 - 21세기 대한민국 드라마의 변화를 읽어라
정수연 지음,
북인,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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