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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에 있는 대나무박물관으로 낙죽을 하러 갔다. 담양은 죽세공예의 본고장이다. 대나무박물관은 대나무의 성장에서부터 그것으로 만든 공예품까지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죽세공예 체험교실도 있다.
낙죽은 불로 지져 대나무에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난 연필통을 만들고 싶었다. 그런데 재료가 다 떨어지고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작은 대나무 컵을 선택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어깨를 두드리는 대나무 안마기도 골랐다.
낙죽은 연필로 밑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시작된다. 밑그림을 복잡하게 그리면 나중에 인두작업이 힘들다. 오래 전에 해본 경험이 있어서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그림을 간단히 그렸다.
그리고 지우고, 그리고 지우고, 그리고 지우고…. ×(곱하기) 10은 하였다. 지우개가 10년 묵은 똥을 누는지, ‘지우개 똥’이 산처럼 쌓였다.
이제는 인두작업 순서다. 전기 인두를 이용해서 밑그림을 따라 인두작업을 했다. 손이 떨렸다. 덜-덜-덜-덜-. 옛날에는 화롯불을 피워놓고 거기에 달군 인두로 작업을 했다던데…. 지금은 전기를 이용해 작업하기 편한 도구가 만들어졌다.
예전에 처음 낙죽을 체험했을 때는 식은땀을 흘렸었다. 인두에 손이 데어 물집이 잡힌 적도 있었다. 그것을 경험 삼아 이번에는 절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심하였다.
낙죽은 힘든 체험이었다. 그러나 처음 했을 때보다는 쉽게 됐다. 재미도 있었다. 예슬이의 체험을 도와주기도 했다. 내가 우리 가족의 낙죽체험을 지휘한 셈이었다.
예슬이는 서툰 듯 하면서도 제법 잘 했다. 처음인데도 말이다. 밑그림도 고양이와 생쥐, 잘 어울렸다. 아빠가 좋아하시는 만화 ‘톰과 제리’를 떠올리게 했다.
나는 사계절 가운데 가을을 좋아한다. 그래서 너구리가 낙엽을 들고 있는 장면을 그렸다. 사랑과 정의를 지키는 졸라맨도 그렸다. 나처럼 생긴 슬비표 만두와 매워서 울고 있는 양파도 그렸다.
낙죽을 하는 손끝이 떨렸다. 내가 꼭 예술가라도 된 것 같았다. 겨울인데도 등에서는 식은땀은 줄줄 흘러내렸다. 허리도 아팠다.
드디어 완성. 다해 놓고 보니 내가 한 작품이지만 그래도 정말 명품이었다. 역시 난 ‘최강자’다. Oh! Beautiful. 정말이다.
2008.01.28 11:28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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