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씨(자료사진).
오마이뉴스 남소연
"정당을 하나 만들었으면 100년을 가든 1000년을 가든 유지해야 하는데 정당이 몇 년 만에 없어지고…. 100년 간다고 그랬나요? 또 갈고 이런 식으로 하는 게 무슨 필요가 있는가?"진중권이 불과 석 달 전인 작년 10월 14일 <평화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범여권의 민주신당 출범을 그는 이렇게 '작살'낸 것이다.
그런 그가 이제 민노당 분당론을 들고 나오니 약간 어리둥절해진다. 그의 총기가 떨어진 것인지 아니면 한껏 방심하고 있는 것인지 잘 알 수가 없다.
홍세화와 진중권은 민노당 분당파 중에서 대중적 영향력이 가장 큰 두 사람이다. 그들이 말하는 종북파나 종북주의가 민노당 내에 없다고는 보지 않는다. 특히 진중권은 민노당이 4년 전 종북파를 입당시키는데 항의하기 위해 탈당했다고 하니 그의 주장이 허구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그들이 말하는 민노당 내 종북파가 정말 '사교 집단'이고 진짜 '좌익 파시스트'인지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가 있다는 데에 있다. 앞에서 말했듯이 두 사람은 유럽에서 오래 생활하거나 공부했다. 그들이 아는 사회주의는 유럽식 사회주의인 것 같다. 그리고 그들의 지난 언행에 비추어볼 때 그들은 유럽을 지나치게 선망하는 면도 있는 것 같았다.
홍세화와 진중권은 북한을 잘 알지 못할 수도 있다. 그들이 북한을 봉건왕조라고 규정하는 것은 난센스밖에는 되지 않는다. 북한은 동구권 사회주의국가들이 다 몰락했어도 여전히 버틸 수 있는 고유의 체제 비결을 가진 정체(政體)이다.
김일성 부자 세습에는 부정적인 측면이 많다고 해도 불가피한 면도 있는 것이다. 북핵 역시 그러한 면이 있다. 미국과 프랑스의 핵은 당연시하면서도 북한의 핵만 문제삼는 태도는 비이성적인 것이다. 김일성의 주체사상이나 김정일의 선군정치 역시 권력구조라기보다는 정치체제로 이해하는 것이 현명하다.
최근 진중권이 이명박 인수위를 탈레반이나 빈 라덴에 비유하여 성토한 기사를 읽었다. 이런 점에서 진중권이 참 순진하다는 것이다. 진중권은 정작 탈레반이나 빈 라덴의 정체성에 대해 썩 잘 아는 것 같지도 않기 때문이다.
홍세화-진중권 성급한 분당론을 재고하라지금 북한은 홍세화나 진중권이 (순진하게) 아는 것처럼 그렇게 폐쇄적이지도 않다. 평양에는 정주영체육관이 있으며 북한 인구의 20% 이상이 남한 텔레비전을 시청한다. 북한 남자들은 조용필의 '그 겨울의 찻집'을 애창하기도 한다. 7·1 경제조치 이후 북한에서는 이혼과 시장주의와 사유재산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홍세화나 진중권은 민노당의 종북주의를 마냥 구시대의 논리라고 매도하기에 앞서 자신들의 북한관이 정작 구시대의 것이 아닌지를 핍진(사정이나 표현이 진실하여 거짓이 없이)하게 자문해 보아야 한다.
그들이 말하는 종북주의는 쉬운 말로 해서 '빨갱이'와 같은 것이다. 그러니 차라리 빨갱이라고 부르는 것이 정직한 태도가 아닐까 한다. 설마 빨갱이라고 하면 수구꼴통이고, 종북이라고 하면 진보 혹은 지식인이 되는 것으로 여기는 건 아닌지?
성급한 분당론에 재고가 따랐으면 좋겠다. 아니면 먼저 홍세화는 평생 민노당원을 하겠다는 4년 전의 가열한 맹세를 회수해야 한다. 아울러 진중권은 정당이 100년·1000년 가야 한다는 홀로 옹골찼던 주장을 부정해야 한다. 끝으로 당신들이 좋아하는 독일의 사회민주당은 숱하게 노선을 변경하면서도 무려 130년 동안이나 정체성과 당명을 바꾸지 않았음도 상기해 주기 바란다.
덧붙이는 글 | 김갑수 기자는 작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시인 김갑수, 창조한국당 김갑수와는 동명이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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