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우리도 지난 7년 동안 인권위의 활동이 전적으로 옳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인권위의 소극적인 태도에 대해서 아쉬움이 없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그런 한 두 가지 사례로 인권위의 활동 전체를 평가하려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우리가 갖는 우려는 인권위의 활동이 혹시 정부 정책에 발목을 잡을지도 모른다는 정치논리로 인수위가 인권위의 위상에 접근하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입니다.
인권위를 대통령 직속으로 두려는 것이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인권위의 태도에 있다기보다 비정규직 법안 반대나 이라크전 파병 반대와 같은 인권위의 활동을 제한하려는 의도에 있다고 우리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정치논리로 인권을 접근하게 될 때 인권위의 활동은 자연 제한받을 수밖에 없으며, 이는 결국 우리 민주주의를 후퇴시킬 것입니다.
민주주의의 목표는 무엇보다 인권을 보호하고 신장하는 데 있습니다. 인권위는 사회적 약자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증진하기 위한 조직이며, 바로 이 점에서 우리 민주화 과정의 소중한 성취이자 최후의 거점이기도 합니다. 인권위가 자유롭게 활동하기 위해서는 어떤 권력으로부터도 영향을 받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기본 조건입니다. 따라서 인권위의 독립성은 당연히 유지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곧 출범할 이명박 정부가 국민의 선택에 의해 선출된 민주정부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민주정부라면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최우선의 자리에 두어야 할 것입니다. 바로 이 점에서 인권위를 대통령 직속으로 두려는 안을 인수위는 가능한 빨리 거두어 들여야 한다고 우리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당선인과 인수위는 우리의 목소리에 잠시라도 귀를 기울여주시길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진보와 개혁을 위한 의제 27' 참여 인사 명단
고원(서울대, 정치학), 김근식(경남대, 정치학), 김연철(고려대, 정치학), 김영범(한림대, 사회학), 김윤태(명지대, 사회학), 김정훈(성공회대, 사회학), 김종걸(한양대, 경제학), 김태일(영남대, 정치학), 김하수(연세대, 국어국문학), 김호균(명지대, 경제학), 김호기(연세대, 사회학), 문진영(서강대, 사회복지학), 박용수(서강대, 정치학), 박은홍(성공회대, 정치학), 박준식(한림대, 사회학), 서동만(상지대, 정치학), 서보혁(이화여대, 정치학), 손혁재(경기대, 정치학), 안병직(경희사이버대, 정치학), 오현철(전북대, 정치학), 이상이(제주대, 예방의학), 이태수(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 사회복지학), 조현옥(이화여대, 정치학), 정상호(한양대, 정치학), 정해구(성공회대, 정치학), 최태욱(한림대, 정치학) 홍종학(경원대, 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