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자연유산 보호에 다른 기준 있을 수 없어"

두개의 '국민신탁'의 전혀 다른 태안기름사고 대응

등록 2008.02.13 18:23수정 2008.02.13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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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차원의 문화유산 보전,관리 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법적단체로 설립된 국민신탁재단이 태안 기름유출 사고에 대해 상반된 태도를 보이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2006년 '문화유산과 자연환경자산에 관한 국민신탁법 (이하 국민신탁법)'이 제정되면서 문화재청 산하에 문화유산국민신탁재단, 환경부 산하에 자연환경자산국민신탁재단이 설립되어 활동하고 있다.

국민신탁법상의 문화유산 개념은 문화재 보호법, 자연환경보전법, 습지보전법, 야생동식물보호법에 명시된 문화유산을 포괄하는 광의의 개념이다.

문화유산국민신탁재단과 자연환경국민신탁재단은 문화유산과 자연환경의 보전을 목적으로 하는‘민간의 자발적인 보존 관리 활동’이라는 점에서 시민운동의 정신을 계승한다는 점을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태안 기름유출 사고에 대한 대응은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우선 자연환경자산국민신탁재단은 지난해 12월 26일부터 기름제거작업 자원봉사자 모집을 시작으로 4차례에 걸쳐 지속적인 참여활동을 벌이고 있다.

자연환경국민신탁 한 관계자는 "기름유출 사고에 대한 지속적인 복구 사업에 참가하기 위한 것으로 국민신탁의 목적에 기반한 태안 지역의 자연환경 복구 및 보존활동의 일환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반면, 문화유산국민신탁재단측은 사실상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신탁재단 홈페이지를 보면, 태안 기름유출 사고와 관련한 뉴스레터는 고사하고 일반적인 활동에 대한 뉴스레터가 단 한건도 발송되지 않은 것으로 되어 있고 문화유산 보존을 위한 제보란 역할을 하는 'SOS 문화유산'에도 언론보도로만 채워졌는데 기름유출 사고와 관련한 기사는 단 한건도 없다. 당연히 신탁재단 차원의 기름유출사고 방제작업 자원봉사자를 모집하는 공고문도 없다.


문화유산국민신탁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우리가 지금 향유하고 있는 문화유산이나 자연환경은 우리 세대가 다 써버려도 되는 것이 아니라 미래 세대에게 보관하는 자산이다. 현 세대인 우리는 우리 앞 세대에게서 물려받은 문화유산과 자연환경 자산을 미래세대에게 되돌려줄 의무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유영구 이사장도 "영국에서는 이미 100년 전부터 시민들이 나서 내셔널트러스트운동(NT)을 벌여, 소중한 문화유산과 자연환경을 친화시켜 국민 전체의 몫으로 확보해 놓았다. 우리도 그들처럼, 국민 모두의 이름으로 우리의 문화유산을 지켜내고 가꾸어갈 역사적 소명과 책임이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문화유산과 자연환경자산에 관한 국민신탁법상의 '문화유산'의 개념에는 문화재보호법 제2조 제1항의 규정에 따른 문화재를 포함하고 있다. 이는 유형문화재, 무형문화재 뿐 아니라 명승사적, 천연기념물 등을 포괄하고 있다.

태안에는 문화재보호법에 의해 규정된 천연기념물 413호 '태안 신두리 해안사구'가 존재하고 천연기념물 제334호 난도괭이갈맹이번식지가 있다. 특히 태안 신두리 해안사구에는
왕쇠똥구리, 표범장지뱀, 황조롱이 등 희귀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문화유산국민신탁 한 관계자는 '태안 기름유출사고와 관련해 국민신탁에서 활동하는 것이 없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그 활동은 자연환경국민신탁에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문화재청과 태안 기름유출사고에 대해) 논의한 것은 없다"고 했다.

문화유산연대 강찬석 대표는 "시민단체들의 노력으로 입법화된 국민신탁법이었는데, 문화유산국민신탁재단은 문화재청 주도로 설립위원회와 재단이 만들어지면서 관변화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며 "전 국가적 재앙인 태안 기름유출사고에 대해 문화유산국민신탁이 아무런 고민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은 시민운동차원의 국민신탁운동에 대한 몰이해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문화유산국민신탁은 설립위원회 시기부터 자립적인 재정마련의 어려움을 이유로 문화유산운동단체들은 사실상 배제된 채 문화재청이 주도하여 설립되었고 사무실도 경복궁 내 국립고궁박물관(문화재청 관리기관)에 자리를 잡았다. 그동안  문화연대, 문화유산연대 등은 신탁재단이 문화유산운동과 무관한 상당수 인사들을 대거 참여시키면서 NT운동의 법적 취지와 본질을 흐렸다고 비판해왔다.

국민신탁법 어떻게 제정되었나.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1998년 11월 그린벨트살리기국민행동 창립식에서 그린벨트문제 해결 위한 대안운동으로 NT운동 추진을 선언하면서 추동된 단체다. 현재 일반시민들의 정성을 모아 영구 보존이 가능케 된 곳으로 시민유산 1호 강화 매화마름 군락지, 시민유산 2호 최순우 옛집, 시민유산 3호 동강 제장마을이 있다.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모금을 통해 보전 가치가 큰 자연자산이나 문화유산을 매입하여 보전·관리하는 운동으로 1895년 영국이 최초로 시작한 이래 현재 미국․호주․일본 등 30여개국에서 시행 중이다. 우리나라에는 2000년부터 ‘(사)한국내셔널트러스트’, ‘무등산보호단체협의회’ 등 14개 단체가 이미 이러한 NT 운동을 벌여, 동강 제장마을, 강화매화마름 군락지, 최순우 古宅, 무등산 일부 등을 신탁재산으로 보유하고 있으나 보호대상 재산의 법적 안정성 결여, 기부자에 대한 혜택 미흡 등으로 초보적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국민신탁법은 (사)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2000년경부터 환경부와 문화재청과 만나면서 '내셔널트러스트법' 입법 청원을 준비했고, 이런 노력은 대통합민주신당 제종길 의원(구 열린우리당)의 발의로 이어졌다. 한국내셔널트러스는 시민단체 차원에서 관련부처 및 시민단체와 지속적인 협의속에 국민신탁법안 초안을 만들었고 제종길 의원의 도움을 받아 의원입법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이 법률은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공약과제로 분류되어 더욱 힘을 받았다.

이후 자연환경국민신탁운동단체들과 문화유산운동단체들과의 협의체가 구성되어 법률 제정으로 이어졌다.

덧붙이는 글 | 블로그 '생명은 힘이 세다(http://blog.naver.com/storyrange)'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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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기름유출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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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2002년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위원 2002년 3월~12월 인터넷시민의신문 편집위원 겸 객원기자 2003년 1월~9월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 창립멤버 및 취재기자 2003년 9월~2006년 8월 시민의신문 취재기자 2005년초록정치연대 초대 운영위원회 (간사) 역임. 2004년~ 현재 문화유산연대 비상근 정책팀장 2006년 용산기지 생태공원화 시민연대 정책위원 2006년 반환 미군기지 환경정화 재협상 촉구를 위한 긴급행동 2004년~현재 열린우리당 정청래의원(문화관광위) 정책특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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