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석 새 대통령 손을 잡았다. 울먹이며 눈물 흘렸다. 60대 아주머니다. 아침 신문에서 그 분 사진을 보았을 때다. 울컥 눈시울이 뜨거웠다. 서울 달동네의 재래시장. 생선을 파는 분이다. 새 대통령이 달동네 시장을 살리겠다는 말에 감동했을 터다. 칼바람의 설움이 밀려오지 않았겠는가.
그랬다. 일요일에 이명박 당선자는 재래시장을 찾았다. 설을 앞뒀지만 썰렁한 그곳을 1시간 30분 둘러보았다. 이미 몇몇 언론은 '정치 쇼'는 싫다며 민생 현장을 찾지 않던 노무현 대통령과 비교에 나섰다. 이명박과 노무현, 두 정치인을 대비해 부각하는 의도에 순진하게 놀아날 생각은 전혀 없다. 다만 묻고 싶다. 민생 현장 탐방이 왜 '정치 쇼'인가?
물론, 이 당선자의 재래시장 탐방이 '정치 쇼'일 가능성도 크다. 솔직히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적어도 그런 '쇼'라도 벌인다면, 스스로 뱉은 말에 책임의식이라도 들게 마련이다.
이명박 당선자의 손잡고 울먹이는 민중
문제는 다른 데 있다. 설령 이 당선자의 방문에 진정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의 '경제 살리기'는 양극화 해소와 거리가 멀다. 결코 '저주'가 아니다. 그가 후보 때 내세운 공약이나 당선자 시절 행적을 톺아보면, 그게 필연이란 뜻이다. 이미 그는 '친기업 정부'인 게 전혀 부끄럽지 않다고 언죽번죽 공언했다.
하지만 그의 언행을 조금만 들여다보더라도 그것은 '친기업'이 아니다. '친재벌'이다. 심지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의 만남은 취소했다. 비정규직 집회에 나섰던 민주노총 위원장에게 경찰 조사부터 받으라는 게 이유다. 당선자의 비정규직 해법은 기업이 잘 되는 거란다. 기막힌 일이다.
그래서다. 달동네에서 겨울바람 맞으며 생선팔고 있는 아주머니 눈물이 가슴을 파고드는 까닭은. 모직코트에 회색 머플러 두르고 재래시장을 찾은 이명박 당선자가 과연 그 눈물을 닦아줄 수 있을까. 양극화 해소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연구원의 책임자로서, 아니, 그 이전에 한 사람의 지식인으로서 명토박아 둔다. 당선자가 정책을 바꾸지 않는다면 전혀 불가능하다.
오해 없기 바란다. 생선가게 아주머니의 눈물에 연민을 느끼는 게 아니다. 그 분을 동정할 자격은 그 누구도 없다. 눈시울이 뜨거웠던 이유는, 이 당선자가 재래시장을 돌고 있던 바로 그날 열린 민주노동당 임시 당 대회 때문이다.
밤늦게까지 열린 당 대회는 결국 분당의 길을 터놓았다. 심상정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자신이 낸 안건이 삭제되는 표결 결과가 나오자 곧장 일어났다. 당 대회장을 나갔다. 외통수를 내놓고 배수진을 친 그에게 다른 선택은 없어 보인다.
결국 원내 유일의 진보정당, 한 줌의 진보정당은 자주파와 평등파로 쪼개지고 있다. 당 대회 이틀 전에 '분당위기 민주노동당'을 주제로 국회에서 토론회가 열렸다. 사회를 보며 호소했다. 세 자녀와 더불어 고층아파트에서 몸을 던진 도시빈민, 생존권 집회에 참여했다가 맞아죽은 비정규직 노동자와 농민의 처지에서 오늘의 사태를 풀어가길 바란다고.
새삼 분당 책임을 추궁할 의도는 없다. 하지만 저 참혹하고 억울하게 이 세상을 떠난 분들은 차치하고라도 지금 이 순간 고통 받고 있는 민중의 눈물 앞에 오늘의 진보정당은 대체 무엇인가.
'종북주의'나 '종파주의' 넘어 민중 살릴 정책 대결을
참으로 진지하게 새겨볼 일이다.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를. 이 땅의 민중은 상상도 못할 거금으로 산 그림 '행복한 눈물'을 골방에 걸어둔 저 부라퀴들 앞에서, 민중의 눈물은.
그래서다. 진보정당이 쪼개지고 있는 오늘, 눈을 슴벅이며 쓴다. 갈라져도 좋다. 하지만 제발 두 당끼리 싸우지는 말라. 더는 '종북주의'를 입에 담지 말라. 더는 '종파주의'를 들먹이지 말라.
저 수구세력과 그들의 앞잡이들이 이 땅의 진보세력 모두를 '종북주의자'와 '종파주의자'로 도배질하고 있지 않은가. 정책으로 승부하라. 민중의 위기를 살릴 정책, 민족 위기를 풀 정책을 경쟁적으로 연구하고 알려가라.
과연 언제쯤일까. 신자유주의와 분단체제 아래 고통 받는 민중이 행복한 눈물을 흘릴 그날은.
2008.02.04 14:18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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