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빛의 스펙트럼 중 가시광선을 통하여 세상을 본다. 무지개 색은 7가지 가시광선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긴 적외선(열)과 파장이 짧은 자외선을 사람은 볼 수 없다. 그러나 벌은 자외선, 뱀은 적외선을 통하여 세상을 본다.
노기홍
초저주파를 감지할 수 있었던 코끼리, 동남아 해일에서 살아남다2004년 12월 동남아에서 지진과 해일(쓰나미)이 일어났을 때 코끼리는 모두 높은 곳으로 피했으나 사람은 이를 미처 피하지 못하고 무려 23만 명이나 죽었다. 어떻게 코끼리는 이 엄청난 재난에서 한 마리도 죽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코끼리가 미리 고지대로 도망칠 수 있었던 이유는 3㎞ 밖의 소리까지 들을 수 있는 놀라운 청각기능이 있어 지진과 해일이 뿜어내는 초저주파를 감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에게는 초저주파를 감지하는 청각기능이 없기에 미처 피하지 못했던 것이다(사람이 들을 수 있는 소리는 20헤르츠에서 2만헤르츠까지이나 코끼리는 20헤르츠 미만의 초저주파도 잘 들을 수 있다).
꿀벌 등의 곤충은 인간이 볼 수 없는 자외선을 볼 수 있으므로 그들의 눈에 보이는 세상의 모습 또한 우리가 보는 세상과 다를 수밖에 없다. 벌의 시력은 인간의 1/100에 불과하므로 우리처럼 다양한 색깔을 구별할 수는 없다. 하지만 벌은 사람이 볼 수 없는, 파장이 짧은 자외선을 잘 볼 수 있으므로 식물의 꽃가루가 있는 부분을 쉽게 찾아낼 수 있다.
인간의 눈은 꽃의 아름다운 색상을 감상하는 방향으로 발달해 있는 반면, 자외선으로 세상을 보는 벌이나 나비 등 곤충의 눈은 꽃의 색상을 감상하기보다는 먹이를 찾기에 가장 적합한 방향으로 발달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뱀은 시력과 청력이 좋지 않아 가까이 있는 물체를 잘 볼 수도 없고 소리도 거의 들을 수 없지만 진동을 통해 사물의 움직임을 파악한다. 또한 뱀은 코와 눈 사이의 양 옆에 열 센서 기관인 '피트기관'을 갖고 있는데 이것이 '적외선 탐지기' 기능을 한다.
뱀은 이 적외선 탐지기를 이용하여, 체온이 있는 동물이나 물체가 뿜어내는 적외선(열)을 0.003도까지 구분함으로써 물체의 아주 작은 움직임도 알아차릴 수 있다. 이 적외선 탐지기 덕분에 뱀은 열이 뿜어내는 주황색 계통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깜깜한 밤에도 먹이를 찾아 사냥할 수 있다.
돌고래, 박쥐 등은 초음파로 세상을 본다고 할 수 있다(돌고래와 박쥐는 10만 헤르츠 이상의 소리도 들을 수 있다). 박쥐는 다른 박쥐가 내는 초음파를 혼동하지 않고 자신의 초음파만을 구별해 낼 수 있다. 이러한 박쥐의 초음파감지 정밀도는 인간이 만든 초음파 기계보다도 1000배나 더 정밀하다.
이처럼 사람과 동물이 인지하는 세상의 모습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다르다. 사람이 가시광선으로 보는 세상의 모습이 다르듯이, 벌과 같은 곤충이 자외선으로 보는 물체의 모습이 다르다. 또한 뱀이 적외선으로 감지하는 사물의 모습이 다르고, 돌고래와 박쥐 등이 초음파로 감지하는 세상의 모습이 각각 상이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엑스(X)선을 감지할 수 있는 동물이 있다면 그 동물은 우리가 볼 수 없는 블랙홀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중력파를 감지할 수 있는 동물이 있다면 그 동물은 행복하게도 3차원 우주가 아닌 10차원의 복잡한 우주를 볼 수 있을 것이다(가시광선으로 보는 우주의 모습은 3차원이고 중력으로 보는 우주의 모습은 10차원이다. 따라서 인간이 보는 우주의 모습은 3차원이 전부다. 물론 시간개념까지 합하면 인간은 4차원 세계에 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은 시간마저도 볼 수 없고 감지할 수도 없는 걸 어찌하랴).
더 나아가 우주에 충만한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를 볼 수 있는 동물이 있다면 그 동물은 인간이 볼 수 없는 우주의 나머지 90퍼센트를 볼 수 있을 것이다(암흑 물질과 암흑에너지는 우주 구성물질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어떠한 전자기파로도 관측되지 않고 있다. 암흑에너지는 중력과 반대되는 에너지로 우주를 무한히 팽창시키는 미지의 에너지 또는 척력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