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나무 울타리내안에 너무 가시나무가 많아서 그대와서 쉴 곳이 없다.
송유미
'가시'의 고통은 벗어날 길 없는, 존재에의 감옥박지원 선생은 <열하일기>에서 가시나무에 대해 "내가 일찌기 풍윤현을 지날 때에 그 동북편에는 진왕산이 있는데, 다만 가시덤불이 떨기로 나서 있었을 뿐이었다. 전설에 의하면 당태종이 진왕으로 있을 때, 이 산에 올라 가시나무를 보고 놀라서 말하기를, "이 가시나무는 우리 동리 훈장이 내게 글 귀절 떼는 법을 가르칠 때 쓰던 회초리다"하고 는 말에서 내려 절을 하였는데, 그때 가시나무들은 모두 머리를 드리우고 엎드리는 듯 하였다 하는데, 지금도 그 시늉을 내는 듯 싶다."이렇게 교훈적인 회초리에 빗대어 적고 있다.
가시가 많은 나무들은 대개 한약재로 많이 쓰이는데, 유독 가시가 많은 엄나무(일명 음나무)를 '며느리 채찍'이라 이른다. 이 엄나무는 스님의 '바리때'를 만든다고 한다. 악귀를 쫓기 위해 소의 턱뼈와 함께 엄나무 가시를 문 위에 묶어 걸어두는 풍습도 있다. 만신들이 이 가시많은 엄나무 가지를 쥐고 신내림을 받기도 하는, 가시나무의 꽃말은 '거절'이라고 한다.
감옥의 유리(羑里)활짝 꽃 피었나요음나무 아래 푸른 칼 베고 누워 나무서운 금빛 물고기 기다립니다.(중략)거짓말 같은 내 어머니 이제음나무 아래 내려와 이 푸른 칼로 내 등 내려 찍어요.유리(羑里)가 유리처럼 빛나고 있어요.'노태맹'의 <음나무 아래 푸른 칼을>가시 많은 음나무의 심상은 유리(羑里). 이 유리는 박상륭의 <죽음의 한 연구>를 빌리면, "별로 찌는 듯한 더위는 아니라도 갈증이 계속되며 그늘도 또한 없고 해가 떠 있어도 그렇게 눈부신 법 없는 데다, 우계에는 안개비나 조금 오다 그친다는 남녘 유리"로 설명되고 있다. 그 유리는 곧 '음나무 아래 푸른 칼을' 베고 누운 전생. 수레바퀴처럼 돌고 도는 인간의 업은 가시 숲 같은 유리의 감옥에서 금빛 물고기를 기다린다. 그 금빛 물고기의 환생의 꿈은, 시인의 시적 희망이자, 벗어날 길 없는 현실에의 은유이기도 하다.